다카키 아키미스
문신(文身) 살인 사건
오사카 운하(이명박이 이걸보고 청계천을 개비했음)
46년 여름의 어느 날, 의사 ‘마쓰시타 겐조’는 우연히 문신 대회의 초대장을 얻게 됩니다. 문신 수집가인 ‘하야카와 헤이시로’ 박사와 함께 문신 대회에 참석한 겐조는 그곳에서 친구 ‘모가미 히사시’와 재회하게 됩니다. 히사시는 범죄 조직의 수장인 형 ‘모가미 다케조’와 같이 대회에 왔는데 형수인 ‘노무라 기누에’가 대회 참가자이기 때문이었지요. 명망 높은 문신사 ‘호리야스’의 딸이자 등을 뒤덮은 거대한 뱀 ‘오로치마루’ 문신으로 유명한 기누에는 문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고 겐조는 아름다운 기누에와 그 기묘한 문신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누에와 다시 만난 겐조는 그녀와 관계를 맺고 기누에는 자신에게 오빠와 여동생이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오빠에게는 ‘지라이야’의 개구리 문신이 있고 동생에게는 ‘쓰나데히메’의 민달팽이 문신이 새겨져 있는데 오빠와 여동생이 전쟁 와중에 죽었으니 오로치마루를 새긴 자신도 곧 죽을 거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 문신들은 삼자견제라고 불리며 문신사들 사이에서는 결코 같이 새겨서는 안 될 문신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며칠 뒤 기누에의 연락을 받고 그녀를 만나러 간 겐조는 욕실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기누에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머리와 팔 다리만 남은 시체는 놀랍게도 몸통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살인자가 몸통을 가져간 게 분명한데 문제는 욕실이 밀실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단단히 빗장이 질러진 출입문에 쇠창살이 끼워진 작은 창문뿐인 욕실에서 범인은 물론 시체의 몸통까지 사라진 기이한 현상에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맙니다.
저는 이 책을 읽기 전 제가 범인을 쉽게 맞출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명작이라고 하더라도 40년대 작품이라는 한계가 있으니 트릭이 눈에 보일 것이라 믿었던 것이지요. …내가 미쳤지, 뭘 믿고 그런 건방진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이 소설을 통해 어느새 오만방자한 독자가 된 자신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반성해야지.
소설은 전후의 불안정한 사회상과 문신이 가진 퇴폐적인 분위기 그리고 지라이야, 오로치마루, 쓰나데히메의 설화를 통한 초현실적인 불길함이 작품 내내 은근하게 깔려 기묘한 느낌으로 가득합니다. 솔직히 지라이야니 오로치마루니 하면 ‘나루토’밖에 떠오르지 않지만요. 나루토라고 하니 호주에 있을 때 만난 중국인 룸메이트가 한 이야기가 기억나네요. 걔가 어느 날 일본 만화는 너무 자극적이고 잔인하다, 어린 애들이 읽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닌 것도 많다고 했더니 자기가 무슨 만화를 읽었는데 너무 잔인해서 깜짝 놀랐다고 대답하며 만화의 등장인물 중 하나가 무려 꽃잎을 한 장씩 따면서 문에 들어오는 사람을 죽일지 죽이지 않을지 결정하더라고 말했지요. 꽃잎을 따면서 죽인다,
안 죽인다, 죽인다, 안 죽인다 같이 말을 하더라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비분강개하더군요. 저도 깜짝 놀라 아니 대체 어느 만화가 그렇게 잔인하냐고 물었는데 그게 나루토였습니다. …나루토에 그런 내용이 있었나? 몇 권 보다가 말아서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부분만 잘라서 보면 이상하긴 하네요. 아무튼 갓 스무 살이 넘은 녀석이 만화 잔인하니까 애들은 못 보게 해야 된다고 말하는 걸 듣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봐야 나루토잖아… 나루토도 못 보게 하면 애들이 뭘 보라고… 소설 전반에 깔린 묘한 분위기가 좋긴 한데 곧 흩어지고 필요할 때만 불려나와 부족한 감도 있습니다. 단서 수집이나 추리의 부분에서는 분위기가 밋밋하다가 너무 담백하다는 위기감이 들 때 슬쩍 묘한 분위기가 다시 첨가되는 식이라 전반적으로는 맛이 약간 심심합니다. 초반의 강렬함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쉽네요.
트릭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것들이 잔뜩 모여 있다는 점에서 어딘가 부실한 면모도 보입니다. 특히 물리적 밀실이나 쌍둥이 등의 소재는 추리소설에서 하도 많이 써서 정겨운 마음이 들 정도지요. 허나 작가는 이 흔한 느낌을 기묘한 분위기와 문신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써서 효과적으로 중화합니다. 데뷔작임에도 트릭의 빈틈이 보이지 않게 장치를 층층이 마련하여 효과적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솜씨에서 대가의 푸르른 싹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밀실 쪽은 좀 허무한 감도 있었지만요.
저자
다카기 아키미쓰
1920년 아오모리 현 출생, 1995년 영면하였다. 본명은 다카기 세이이치. 교토대학 공학부 졸업 후 나카시마 비행기에 취직하였으나 제2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실업, 1948년 에도가와 란포의 추천으로 '문신 살인 사건'을 출간하며 데뷔하였다. 구조상 밀실이 될 수 없는 일본 전통가옥 안에서 일어난 '밀실살인'을 단순한 물리적 트릭이 아닌 독창적인 수수께끼 구성과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트릭으로 재구축한 '문신 살인 사건'은 일본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장편 중 하나로 찬사를 받았다.
1949년 '가면 살인 사건'으로 탐정작가클럽상(現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 1955년 예고살인 트릭의 전형을 보여준 대표작 '인형은 왜 살해되는가'가 사랑을 받으며 본격 추리소설의 일인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또한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던 금융범죄를 모티브로 집필한 '백주의 대낮'(1960년)은 도서추리법(범인을 미리 알려준 후 탐정이 트릭을 푸는 과정에 중점을 두는 추리작법)의 대표작이자 경제 미스터리의 시초로 평가받고 있다.
법정추리의 명작 '파계재판'(1961년)은 90퍼센트 이상이 법정 장면으로 이루어진 역작이다. 본격 추리소설의 요소를 유지하면서, 그 기본을 뒤흔든 추리방식으로 독자와 평단의 극찬을 받은 거장 다카기 아키미쓰는 결코 평탄하지 않았던 개인사와 전쟁 후 불안한 사회상을 작품에 투여, 다양한 장르에서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였다. 작가가 창조한 '6개 국어를 구사하는 법의학자이자 의학박사 가미즈 교스케'는 에도가와 란포의 '아케치 고고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쿄스케'와 함께 일본 본격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3대 명탐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첫댓글 전설의 추리소설 ...
내용을 소개받으니 더 흥미롭고
직접 읽고 싶어집니다!!
오늘도 맛배기로 추리소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사카 운하 보고 발상했나요?
그래도 이건 잘했다고 봅니다.
청계천 생각하면 우범지대가 연상되곤 했는데...이제는 각종 좌빨들의 행사로 도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