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과 모퉁이를 아는 나이

[道如 채기병]

서울 성북동에 있는 기도의 집 운영위원이 되어 아침 7시30분 회의 하러 고기동에서 첫차를 타고 갔는데도 시간이 늦었다. 회의도 끝나기 전에 나와야 해서 주저주저 하다고 시창작반 시작 시간에 딱 맞춘다고 나왔지만 환승 시간이 잘 맞지 않아 10분 이상 늦고 말았다.

오늘은 여기저기 늦기만 하는 날인가 보다. 

이미 수업은 진행하고 있어서 죄송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았다.

교수님께서는 구석과 모퉁이에 대해 말씀을 하고 계셨다. 

구석과 모퉁이

사물들을 가만 살펴보면 구석과 모서리가 있다.

어디 사물뿐이겠는가.

어둡지만 아늑하게 숨은 공간이 있다면,

밝게 열려있는 공간도 있다.

어떤 대상이든 한쪽 면만으로 다 알 수 없다.

양면을 다 알아야 진면목이 보인다.

안과 밖을 모두 알아야 비로소 오해와 편견은 멀어지고

이해와 배려는 가까워지는 것이다.

어느덧 구석을 볼 줄 아는 나이

허물을 이해하고 어려움을 배려하는 포용 속에서 

나는 구석을 벗어나거나 모퉁이를 돌아나간다.

-촤장순, 수필 '구석과 모퉁이' 중에서  

구석을 볼 줄 아는 이가 존경받습니다.

구석진 곳에 우리가 못 보는 아픔이 있으니까요.

언뜻 스쳐돌아가는 모퉁이도 돌아볼 줄 아는 눈이 있다면

그는 지혜로운 이일 겁니다.

구석과 모퉁이.

곳곳에 있는 두 공간은, 어떻게 내보이고

돌아나가는가에 따라 하루가 달라집니다. 

나도 환갑이 가까워졌으니 이제 구석과 모퉁이를 살펴보고 돌아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아픔과 어려움, 허물이 있는 구석을 잘 살펴봐야겠다. 

이어서 지영호샘의 시를 읽고 감상했다. 

파도의 발자국

                               지영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

바다와 땅이 겹치는 지평선

하얀 물거품 물고 와서

파도는 발바닥을 핥고 간다

인간이 지나간 흔적

너그러이 용서하고

찌든 마음을 헹구며

궤적을 지워간다

흙을 파내는 파도

땅을 반죽하는 바다

바다는 땅을 만드는 함지

땅은 바다를 담는 쟁반이다

모래에 새겨진 파도의 발자국

무엇을 예고하는 문자일까

서경과 서정이 교차하는 시로 지질학을 전공하신 분답게 시의 스케일이 크다.

김경숙샘의 작품도 해야 하지만 요즘 출석을 잘 하지 않으셔서 지난 번에 '안경'이란 시도 못했는데, 이번 '머물던 자리'라는 시도 다음 시간에 해야 할 것 같다. 

이어 이정원샘이 초우 카페 가천시창작반에 올려놓은 '여강 신륵사 시회기'란 시를 감상하기 전에 이 시에 배경이 도덕경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도덕경에 대해 짧고 굵게 설명을 해 주셨다. 

도덕경은 도와 덕을 실행하는 경전으로 상 37편, 하 44편 총 81편 5천 자로 된 책이다.

기본 사상은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여기에서 도(道)란 이치, 원리 등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無名天地之始

           有名萬物之母

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영원한 도가 아니요. 이름 지울 수 있는 것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무명은 하늘과 땅의 기원이요, 유명은 만물을 기르는 어머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늘 욕망에서 벗어나 있는 자만이 묘(妙)를 볼 수 있고 결코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는 요(徼)밖에 볼 수 없다. 이 두 가지는 한 근원에서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달리한다. 이 근원을 우리는 현(玄)이라 부른다. 아니 오히려 '현'보다 한층 어려운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모든 '묘'가 나오는 문(門)이다. -----노자 도덕경-----

도의 상징적 대상은 물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도는 인위(人爲)적, 작위(作爲)적 것이 없는 것, 즉 무위(無爲)로 자연에 따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것은 문학에도 적용된다.

처음 시를 쓰는 사람은 작위적으로 시를 쓰지만 나중에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자연적으로 시를 쓰게 된다. 자연스럽게 쓰는 시가 감동과 공감을 주는 것이다.

이정원샘의 시의 어떤 면이 도덕경에 바탕을 두었는지는 기천시창작반에 올라와 있는 글을 보고 찾기 바랍니다.

수준 높은 공부를 했으니 간식도 수준 높게 먹어야 할 텐데, 오늘따라 더 푸짐한 간식이 준비되었다. 김옥희표 콩시루떡, 김영주표 감과 배, 조형자표 인절미 떡, 허복례표 꽈배기, 박연자표 요쿠르트, 채기병표 유기농 당근 등. 간식이 푸짐하여 오늘은 점심을 먹지 않고 합평회를 하니 많이 드시라고 했다. 

간식 시간은 늘 길어진다. 맛난 음식보다 더 맛난 얘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따라오질 못한다. 

2교시는 오랜만에 교재를 가지고 수업을 했다.

이미지의 종류에 대해 공부했는데, 이미지는 지각적 이미지, 비유적 이미지, 상징적 이미지가 있다. 오늘은 상징적 이미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바슐라르는 상상력의 역동성을 물질적 이미지에 서 찾아 언어 속에 담긴 인간의 상징적 꿈의 내밀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했다. 

상징적 이미지는 보통 고전에서 소재를 찾는다. 고전에서 상징하는 것에 갈등을 일으켜 번민을 하게 한다. 즉 기존 이미지를 깨면서 새롭게 조명하여 변용한다. 상징을 깨뜨리되 깨기만 하면 안 되고, 그 상징이 다시 들어가야 한다. 

춘양에 대한 상징적인 이미지의 시가 교재에 다양하게 소개되었는데, 그 중에 서정주의 시를 살펴본다. 

춘향의 말 1   -추천사-

                                         서정주

향단아, 그넷줄 밀어아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이 다수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 나무와

벼갯모에 뇌이듯 한 풀꽃데미로부터

자잘한 나비 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신호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다오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다오

서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다오

향단아

수업이 막 끝나가는데, 작년에 같이 수업을 들었던 최혜순 교수님이 오셨다.

밥을 한끼 사고 싶어서 오셨다며 최근 하시는 일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간식으로 배가 불렀지만 물리칠 수 없는 상황에 다들 식당으로 내려갔다.

먹은 떡이 위에서 부풀어 오르는데 다시 밥을 더 먹으니 목까지 차오는 느낌이다.

오늘은 위대해지는 날인가 보다.

점심을 두 번을 먹고, 일부는 가시고 다시 강의실로 올라와 합평회를 하였다.

오늘은 시를 써오신 분이 별로 없다.

시 2편과 기행문 1편을 보았다. 김영주샘의 '길에서 만난 세 남자 1', 채기병의 '안경은 행복이다', 최영희샘의 스페인 기행문을 일고 보면서 의견을 나눴다. 다음엔 더 많은 분들이 시를 써오시면 좋겠다. 겨울이 다가오니 시심도 얼어붙는 것은 아닌지. 불을 지펴야겠다.

[초우 문복희]

수업 내용을 잘 정리해주신 채기병 선생님과 사진을 준비해주신 홍긍표 선생님, 감사합니다.
예고 없이 오셔서 점심을 제공하신 최혜순 교수님, 반가웠습니다.

[道如 채기병]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유정숙]

최해순 선생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늘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할 정도의 꿀 피부..

[道如 채기병]

유아교육을 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허복례]

구석과 모퉁이를 의미있게 느껴본 시간이
한해를 조금남겨진 서늘함으로 구석 한켠에 앉아있는 마음이 듭니다
회장님~ 홍쌤~변함없는수고에 감사드립니다

[道如 채기병]

감사합니다. 힘이 되어 주시는 총무님^^

[박연자]

구석과 모퉁이에 따뜻한 불을 피우는 11월, 12월이 되기로 다짐해봅니다.

[道如 채기병]

이미 따뜻합니다.

[니르바나]

김유미 시인은 어제나 니르바나 뒤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왜 일까 아는 분 댓글 부탁

[허복례]

두마음만 아실까~~요?

[道如 채기병]

500원 내면 답하지요. ㅎ

[니르바나]

답 니르바나 에게 키 자랑 하려고---첫눈이 내렸습니다 세상을 흰 눈으로 덮으려 하네 시인들이 제일 좋아 하는 눈과 낙엽 이제부터 시상에 젖어 보세요

[道如 채기병]

눈이 내리니 불이의 세상이 된 듯합니다

[니르바나]

가끔 이런 망령 된 생각도 합니다 불교는 어떻든 호,불을 떠나서 종교적 의미 도 떠나서 우리 문화의 전통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도 대단하다고 생각 합니다 물론 입니다 만일 불이를 알았다면 세상의 진리의 답을 알았다는 뜻이겠지요 세상은 온통 흰 눈 으로 덥였다면 오직 세상은 눈 으로의 세계
라는 뜻이 되겠지요 참 좋은 의미를 표현 하신 채 기병 회장님께 ( 화이팅) 그래서 절에 가면 불이문을 통과 하게 됨니다 불이 와 흰 눈을 갖 이고 詩 상상 해 봅시다 또 망령을 떨었습니다 이 많은 복습 자료를 수고하신 채 회장님께 감사의 박수 짝 짝 짝 회원 여러분 감기 조심 하세요 놀자 영희

[道如 채기병]

감사합니다^^ 역시 형님이 오시니 빛이 납니다.

[김영주]

구석과 모퉁이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는 삶도 멋진 인생일 수도 있지요! 그렇치 않나요?

언제나 눈덮힌 모자를 쓴 하얀 시인이 첫눈 내리면 영릉에 가자고 하셨는데......?????

마음은 벌써 아무도 밟지 않은 불이의 세계를 다녀왔습니다

[道如 채기병]

방학이 되면 눈 내리는 날 한 번 가보지요.

[맞춤법_이문희]

댓글 많은 곳에 역시 먹을 것도 풍성하군요.
저 떡들은 웬떡이래요?

[道如 채기병]

사랑의 떡이라고 아실라나 모르겠네요.

[니르바나]

김 영주 시인 님 /언제나 눈 오는 날은 첫눈이라고생각하고 /, 눈 내리는 날 영능에 산책 가시지요/ 환상적인 날 이 될 것 같습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 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