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4장 참선에 대한 경책
3. 보고 듣는 놈은 어디에 있는가 [楚石·示衆]
어떤 사람은 입만 열면 나는 선객(禪客)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어떤 것이 선인가?'하고 물으면 어름어름 하다가
마침내 입을 다물고 마니, 이 어찌 딱한 일이 아니며 굴욕이 아니랴.
버젓하게 불조(佛祖)의 밥을 얻어먹고 본분사(本分事)를 까맣게 알지 못하면서
다투어 말귀나 세속 지식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떠들며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또 어떤 자는 부모에게서 낳기 전 본래면목은 찾으려 하지 않고,
두툼한 방석 위에 앉아 부질없이 품팔이 *방아나 찧으면서
복이 되기를 바라며 업장을 참회한다 하니,
도하고는 참으로 *십만 팔천 리(十萬八千里)이다.
어떤 사람은 마음을 한곳으로 굳히고 생각을 거두어 사물을 보고
공(空)으로 돌리며 생각이 일어나면 곧 눌러 막는다.
이런 견해는 공에 떨어진 외도(外道)이며 혼이 돌아오지 않는 산송장이다.
어떤 사람은 망령되이 성내고 기뻐하면서 보고 듣는 사물로써 명백히
알아맞힌 것을 삼고 일생 공부 다 마쳤다 하니,
내 잠깐 그런 사람에게 묻겠다.
'문득 죽음이 닥쳐와 불구덩이 속의 한 줌 재가 되면,
성내고 기뻐하고 보고 듣는 놈은 어느 곳에 있는가?'
*방아 : 졸고 있다는 표현.
*십만 팔천 리(十萬八千里) : 아득하게 멀다는 뜻, 즉 어긋난다는 말.
불교성전(동국역경원 편찬)
출처: 다음카페 염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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