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리조트 주차장에서 본 사북탄광문화관광촌 전경과 사북의 산세
겨울이면 바빠지는 곳이 스키장이다. 하얀 설원을 달리고 싶은 사람들은 주말이 기다려지게 마련
이다. 정선 겨울 여행은 스키장의 신나고 즐거운 시간과 더불어 한때 스키장보다 북적이고 휘황
찬란하던 탄광의 흔적을 만나는 시간으로 꾸며보면 어떨까?
사북탄광문화관광촌의 전경
하이원리조트 입구에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이 있다.
정선은 1950년대 초 함백탄광이 문을 연 뒤 1960년대 초부터 사북탄좌, 원동탄좌에 이어 1963년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영업을 시작했다.
석탄 산업은 1966년 태백선이 고한까지 개통되고, 광부들을 '산업 전사'로 치켜세워 사람이 몰리면서 호황을 누렸다. '개들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근처 음식점이나 술집,
심지어 택시 기사까지 돈을 번 시절이다. 현재 정선군 인구는 4만 명이 안 되는데, 당시 사북읍
인구가 2만 명이 넘었고 10가구 중 8가구가 광업에 종사했다.
사북탄광문화관광촌의 야외전시장
그중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23개 광구(3609ha)를 소유한 동양 최대 민영 탄광으로, 정선군과
사북읍의 얼굴이었다. 1974년 석탄 100만 t 생산, 1978년에는 국내 석탄 생산량 1위에 올랐다.
1980년 광부들의 생존권을 위한 사북민주항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1985년에는 전국 석탄
생산량의 13%를 차지했고, 재직 광원만 6300명에 이르며 정점을 찍었다.
사북탄광문화관광촌에서 연탄을 보고 있는 여행객
전성기를 누리던 사북도 1989년 석탄 합리화 정책을 피할 수 없었다. 석탄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2004년 10월 31일 문을 닫았다.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정선군 석탄산업의
막을 내리게 한 마지막 탄전이다.
그래도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다른 탄전은 폐광과 함께 사라졌지만,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문을 닫기 전 광부와 주민들이 주축이 돼 석탄유물보존위원회가 출범했다. 탄광과
광산 시설물 철거 현장에서 석탄을 캐는 심정으로 광산의 유물이 될 만한 것을 모두 수집했고,
그 열정과 노력이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으로 태어났다.
사북탄광문화관광촌 입구의 광부 얼굴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 입구에 들어서면 높이 48m 수직갱 타워가 보인다.
수갱 타워 혹은 권양기라 불리는데, 지상과 지하 갱도로 광부와 석탄을 옮기던 시설이다. 전시관
입구에는 '나는 산업전사 광부였다' 라는 투박한 글씨와 환하게 웃는 광부의 얼굴 그림이 있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은 옛 동원탄좌의 행정동 건물 전체가 전시관이다.
사북탄광문화관공촌의 수선실 풍경
검고 낡은 사무실에는 작업복 분류 보관대, 작업복을 수선하던 재봉틀, 2004년 10월에서 멈춘
달력과 월중 행사표가 있다. 월중 행사표에는 긴박한 당시 상황이 그대로 남았다. '10일, 생존권
사수 투쟁' '28일, 폐장 찬반 투표' '30일, 송별 회식' 등이다. 특히 '31일, 마지막 세탁'이라는
글자는 2004년 10월에서 멈춘 달력과 함께 묘한 애틋함이 느껴진다. 마지막 세탁을 한 세탁실
에는 파란 세탁기가 늘어섰지만, 굉음에 가까운 소리는 멎은 지 오래다.
사북탄광문화관광촌의 세화장
광부들의 눈이 되어준 안전등의 충전실, 1100명이 한꺼번에 목욕할 수 있는 종합 욕장과 장화를
세척하던 세화장, 광부들이 사용하던 채탄 장비 등이 모두 전시된다. 탄광 마을에서 금기시하거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사북의 아이들이 지은 시와 수필도 차분히 읽어보자.
사북탄광문화관광촌의 수직갱 입구
2층 문서 자료실에는 사원증과 도장, 월급봉투 등 광부들의 애환이 담긴 물건이 전시된다. 2층
끝자락에는 광부의 하루 시작을 알리는 수갱 탑승장이 있다. 감옥의 쇠창살처럼 생긴 철문 뒤로
안전에 대한 문구가 빼곡하다. 긴장된 출근부터 뿌듯한 퇴근까지 광부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야외전시장과 폐탄이 쌓여 산이 된 폐탄장 전경
2층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도 석탄 산업의 현장이다. 넓은 야외 공간에 광차와 인차, 버스 등이
전시되고, 그 너머로 석탄을 캘 때 나온 경석(폐탄)을 쌓아놓은 폐탄장이 높은 언덕이 됐다. 언덕
곳곳에 자연적으로 터를 잡고 자란 나무도 보인다. 언덕 위는 하이원리조트의 언덕주차장으로,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사북탄광문화촌의 인차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광차를 타고 갱도로 들어가는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지만, 동절기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은
동절기(12∼4월)에 다소 관람 제약이 따른다.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하며, 오후 4시까지 입장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삼탄아트마인의 레일바이뮤지엄에 놓인 하트모양이 의미심장하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과 비교해볼 만한 곳도 있다. 사북에서 만항재 가는 길에
폐광과 예술이 어우러진 삼탄아트마인이다.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가 문화 예술 공간으로 거듭
났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 많은 여행객이 찾는다.
정선군 최초의 역사인 함백역과 함백탄광이 있던 신동안경다리탄광마을도 정선 탄광 역사의 단면을 보여준다.
화암동굴의 대형석순과 석주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에서 정선 읍내로 갈 때는 화암면을 거치는 것이 좋다.
정선 읍내로 이어지는 어천을 따라 도로가 나란한데, 흔히 '정선의 소금강'이라 불린다. 몰운대,
화표주, 화암약수 등 화암8경이 펼쳐진다. 특히 '금과 대자연의 만남'이라는 테마로 조성된 화암
동굴은 꼭 만나보자.
화암동굴은 원래 1922년부터 금을 캔 천포광산인데, 굴진 작업 중 천연 석회동굴이 발견되었다.
천포광산의 상부 갱도, 하부 갱도로 이어지는 365개 수직 계단, 석회동굴의 장관이 펼쳐지는
하부 갱도 등 관람 동선이 1.8km에 이른다. 천포광산의 역사와 석회동굴 생성물, 90m에 이르는
수직 계단 등이 색다른 풍경과 재미를 선사한다.
아리랑박물관 내부 전경
정선은 아리랑의 고장이다. 지난해 8월 정선 읍내 아리랑센터에 아리랑 박물관이 개관했다.
아리랑의 역사와 정선아리랑 이야기, 아리랑 관련 음반과 잡지, 성냥 등이 전시된다.
아우라지의 송천을 건너는 여행객
아리랑의 발상지인 아우라지도 빼놓을 수 없다. 송천과 골지천 물길이 합수하여 어우러진다고
아우라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은 송천과 골지천 사이에 다리가 놓여 쉽게 다녀올 수 있다.
물길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처녀상과 총각상이 애처롭다.
아우라지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정선 읍내에서 어천과 만나 동강이 된다.
스카이워크의 아찔한 풍경을 즐기는 여행객
병방치라 불리는 고갯마루에는 아리힐스의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가 동강의 비경을 제대로 보여
준다.
스카이워크는 기암절벽 바깥으로 돌출된 길이 11m 구조물로, 발아래 강화유리를 통해 아름다운
동강을 짜릿하게 즐길 수 있다. 짚와이어는 해발 607m 병방치에서 325.5m 표고 차를 순간적으로 내려오는 하강 시설이다.
짚와이어 아래로 동강을 따라 30km에 이르는 동강로가 있다.
해마다 3월말이면 우리나라 특산 식물인 동강할미꽃이 암벽을 따라 피고 지는 곳이다.
동강의 나랏소 전경
느티나무 고목이 있는 정선초등학교 가수분교, 나리소와 백운산, 동강과 도로가 나란히 이어진다.
<당일 여행 코스>
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하이원리조트 곤돌라→삼탄아트마인→정암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정암사→삼탄아트마인→사북석탄유물보존관(탄광문화관광촌)→ 신동안경다리탄광마을→동강로 드라이브
둘째 날 / 아우라지→아리랑박물관→아리힐스(스카이워크, 짚와이어)→화암동굴→몰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