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방법이 점차 바뀌면서 예전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기도 하고 변하기도 했어요.
15년 남짓 사진이 이리저리 섞여진 나락의 한 해 살이를 한 눈에 보기 위하여 모아보았어요.
나락을 침종하여 요만큼 촉을 튀워서 파종을 한답니다.
왕겨 안에 꼼틀거리는 생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어요.
모종판에 수도용 상토를 적당히 올리고 촉을 튀운 나락을 흩어 뿌려요.
예전에 어르신들은 이 중요한 일을 아이들 손에는 맡기지 않았다는 말도 들었지만,
고사리 손으로 씨나락을 흩어뿌리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불 덮어 주듯이 나락이 보이지 않을만큼 흙을 덮어주어요.
40일 가량 모판에서 키워서 이제는 본 논에 보내는 날이예요.
이날은 일하는 날이지만 축제의 날 같아요.
어이~ 어이~ 못줄 넘기는 소리, 간혹 구성진 노동요도 들을 수 있답니다.
벼 보다 풀이 많은 논에서 풀을 매고 있어요.
모가 자라 풍성해지고 있는 논에서 논풀을 매고 있어요.
여러차례 매야 하는 논풀매기는 농사일 중에서 가장 힘이 많이 들어가요.
오래하다가 보면 질척한 논이 발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이렇게 논풀 매다가보면 돌보지 못한 밭풀은 작물을 덮어버리기도 한답니다.
이 우렁이의 도움을 받으면 그 사이에 밭풀도 돌볼 수 있답니다.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먹성이 좋은지) 3차례 매야 할 논풀을 거의 드셔버려요.
벼꽃이 피었어요.
이때 한낮에 논에 가면 구수한 벼꽃향을 맡을 수 있어요.
누룽지 향에 가까운 벼꽃향..
아이들이 벼베러 왔어요.
많이 베지 않아도 괜찮아요.
많은 건 어른들이 베고 아이들은 손맛만 봐도 아이들 몸은 벼베기 한 것을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할테니까요.
아이들은 모이기만 하여도 좋고, 처음 하는 건 더 좋아해요.
식구들끼리 벼를 베고 있어요.
사람이 많으면 많은대로 좋고 적으면 적은대로 좋아요.
고양이 한 마리 지나가면 몹시 환영받아요.
고양이 안아 준다는 핑계로 함께 쉴 수도 있으니까요.
베어 놓은 벼를 짚으로 묶고 있어요.
이 일을 하고 있으면 생각이 많이 들어요.
위험하지도 않고 느긋해요.
하고 싶은 생각 다하고, 떨고 싶은 수다 다 떨어도 되는 일이 볏단묶기예요.
이렇게도 묶어 놓기도 했답니다.
손으로 나락을 훑고 있어요.
몇 가닥 훑다가 보면 금방 실증이 나는 일인데 이 나락으로 도정해서 밥 지어주면 아이들도 감탄하고
어른은 쌀을 모시듯이 밥을 지었다는 말도 떠오릅니다.
아이들에게 일은 실증나지 않을 때까지 하게 해야 해요.
그래서 손으로 나락훑기는 체험으로만...
벼 탈곡을 해요.
와롱와롱이라는 기계에 비해서 엄청 빠르지만 지금의 콤바인에 비하면 하나도 빠르지 않아요.
식구들 손이 다 있으면 좋은 날..
탈곡한 나락은 이렇게 햇살에 말려요.
도정을 해서 뉘를 고르고 있어요.
가정용 도정기에서는 뉘가 섞여 나와서 이렇게 펼쳐 놓고 골라야 해요.
양이 많으면 도를 닦는 마음으로 해야하지만
식구들끼리 모여 앉아 하면 그 어느때보다도 마음이 순해지는 순간이 된답니다.
평소엔 말다툼도 하지만 뉘고르면서 언성을 높이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화덕을 만들어 밥을 짓는 주방모습입니다.
이 순간이 참 좋았어요.
밥이 다 지어졌어요.
나락이 밥이 되기까지 수 많은 손길과 땅의 뭇 생명들과 바람, 비, 해와 달의 기운이 모두 참여를 해야만 해요.
밥 한 그릇에 우주가 담겨있다고 하죠.
※ 지금은 우렁이가 논풀을 매고 콤바인이 들어와서 나락을 베고 탈곡까지 해주고 있습니다.
첫댓글 오!
인간극장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