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느날 만행에서 홍 회장이 갑작스레 해파랑길 이야기를 꺼낸다.
'해파랑길'?
그게 어떤 길?
예전에 말레이지아에 있는 박 백패커가 해남 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종주했다는 길과
우리 동네 아파트 둘레길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해파랑길'이란다.
그것도 혼자서 걷겠다고....
홍 회장이 슬쩍 흘린 떡밥을 나는 아무 생각없이 덥썩 물었다.
아마도 물고기들이 낚시밥을 이렇게 무는 모양이다.ㅎㅎㅎ
머리가 나쁘니까...ㅎㅎ
이 낚시밥 생각을 해파랑길 걷기가 끝날 때까지 하지 않을지...ㅎㅎㅎㅎ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면서...
'해파랑길'이란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70Km에 이르는 걷기 여행길로
'해파랑길'의 '해'는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파'는 동해의 푸르른 바다색인 파랑의 '파'
그리고 나랑 너랑과 같이 '~와 함께'라는 조사 '랑'을 조합한 합성어란다.
그러나 부산구간을 걷고 나서 '해파랑길'을 다시 해석하게 되었다.
누군가 걷겠다고 할 때 앞뒤 생각하지 않고 쉽게 허락해버리는 '헤퍼랑'의 변형된 말일 수도...ㅎㅎㅎㅎ
3박 4일, 90Km, 15만 8천보(1일 평균 4만보)
첫 도전치고 과한 욕심을 부렸다.
내가 부린 게 아니고 홍 회장의 무언의 채찍에 안 걸을 수가 없었다.ㅎㅎ
여기를 남자 둘이 걷는다고 했을 때
일부에서는 아마도 중간에 둘이 싸우다가 일찍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기대한 사람들도 있었을 듯했다.ㅎㅎ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런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정말 아쉽다.ㅎㅎㅎ
물론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남은 구간이 아직도 9배는 남아있지만....
혈액형이 난 "A"형인데 홍 회장은 "AO"형인듯 하다.....
"A"형은 '소세지'라고 평가한다.
'소심하고 세심하고 지랄맞은'ㅎㅎㅎ
내 혈액형은 이 평가가 맞는 듯한데
홍 회장은 아닌 것 같다.
"A"형이라도 '꼼더특'인 듯,
'꼼꼼하고 더 세심하고 특별해서 오!하고 감탄할만한'ㅎㅎㅎㅎ
3박 4일을 걷고 집에 돌아와 발바닥을 보니 많이 고생한 흔적이 남아 있다.
정서진길에서 두 번의 예행연습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택도 없는 착각이었다.ㅎㅎ
홍 회장은 이걸 위해서 거의 1년 동안 걸으면서 몸을 만들어 왔다는데....
속으로 내가 얼마나 우습고 안쓰럽게 여겼을지 짐작이 간다.ㅎㅎㅎㅎ
1주일동안 전투력 복원을 해서 다시 출발한다고 하는데 마음이 급해진다.
<출 발!>
부산역에 도착했다.
부산에 오면 '돼지국밥'을 먹어야 한단다.
'돼지국밥'
난 먹어본 기억이 없다.
난 뭘 먹고 오래 기억하는 분야에는 취약하고 또 어느 지방에 가면 뭘 먹어야 한다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냥 밥이란 생을 연장해 나가는 한 가지 수단일 뿐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리는 것없이 뭐든 잘 먹는 편이다.
뭐 그래도 그 중에서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면'종류이다.ㅎㅎㅎ
국수, 짬뽕, 짜장, 라면, 피자, 빵 등 등
그런데 홍 회장은 나와 한참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
어느 지방의 특별한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고, 어떻게 먹어야 맛있게 먹는 것인지 알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단히 부러운 재능일 수도....
덕분에 부산구간 걸으면서 난 입이 호강할 수 밖에 없었다.
돼지국밥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 부산역 앞에서 인증샷을 담는다.
해파랑길 걷기를 위해서 반드시 와야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곳이기 때문에...ㅎ
부산역은 아마도 내 생애 처음 와보지 않았나 생각된다.
오륙도 해맞이 공원의 출발점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가슴이 설레였다.
드디어 시작이다.
아마도 이번 걷는 길이 난 거의 처음 가보는 곳일 듯하다.
이 나이까지 대한민국에 살면서 한 번도 발을 딛여보지 못한 길을....
가수 조용필의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 마다~~'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출발하기 전에 오륙도 해맞이 공원의 이곳 저곳을 잠시 둘러본다.
시원한 동해의 바닷바람이 머리를 상쾌하게 해준다.
근데 오륙도는 안보이고 섬 두 개만 보인다.
앞에 보이는 게 오륙도라는데....ㅎㅎ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
방패섬은 파도를 최후로 막아주는 섬, 솔섬은 소나무가 있다고, 수리섬은 독수리가 있다고
송곳섬은 송곳처럼 뾰쪽하다고, 굴섬은 섬에 굴이 있다고, 등대섬은 등대가 있는 섬이란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 짓는 방법은 참으로 직관적이고 담백하다.ㅎㅎ
여기에 무슨 전설같은 것도 없다.
스토리텔링에 약한 민족인가?ㅎㅎ
출발하기 전에 해맞이공원의 스카이워크에서
걷는 중간에 싸우지 말고(?) 잘 걸어 보자고 다짐도 하며 우의(?)를 다져본다.
근데 화이팅하는 폼에서 한 판 붙어 보자는 투지를 보여주는 듯하다.ㅎㅎㅎ
이곳을 기점으로 왼쪽이 동해, 오른쪽이 남해란다.
우리나라 국민은 편가르기를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바닷길도 이처럼 편가르기를 했다.
저기 흐르는 바닷물이 동해와 남해를 구분할 수 있을까?ㅎㅎㅎㅎ
꼴 보기싫은 문 머시기도 아마 여기와서 편가르기 아이디어를 떠올렸을지도....ㅎㅎ
스카이워크에서 뒤를 돌아보니 멋들어진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뷰를 가지고 있을 듯하다.
여길 산책하는 어느 할머니 한 분이 자랑스럽게 '나는 여기서 사는데...'하면서 지나가신다.ㅎㅎ
누가 물어 보지도 않았는데...ㅎㅎ
이런 멋진 곳에서 살고 계신다는 자부심일 듯.ㅎ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둘러보면서 호흡조절을 한다.
이제 출발해야할 시간이다.
여기에서 담은 사진이 제일 많다.
다음부터는 걷다가 그냥 인증샷 한 장정도만 남길 뿐이다.ㅎ
770Km를 나이 70이 되기전에 한 7번만에 도전해서 마칠 수 있다면
Lucky 7 포카드를 잡는 것일텐데....
그런 행운을 잡으러 간다.
Ps. 돌아와서 사진만 정리하는데도 하루 걸리는데 홍 회장은 빨리 올리라고 은근히 무언의 압력을 합니다.
어떻게 올려야 할지 아직 컨셉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서둘러 올려 봅니다.
다음에 좀 더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첫댓글 그냥,
뭐라고 달아야 할지 숨좀 고르고 쓰겠습니다
뭐 별로 토를 달만한 글이 아닐 듯합니다.
너무 급하게 시작해서...ㅎㅎㅎ
주작가의 프롤로그 시작하는 폼새가 왠지 불안합니다!
기간중 삐지지말고 잘해달라구, 껌에 사탕발림에 정성을 쏟았건만....
우찌되었던간 천상의 궁합을 만난듯한....
첫촉이 오는건~~~ 섣부른 착각이 아니길 빌어봅니다! 쪼아서 미안! ㅎㅎㅎ
나는 몸을 혹사당했으니 정신적인 압력이라도...ㅎㅎㅎ
글은 글일뿐이고...ㅎ
'해파랑길'도 좋고, '출발'도 아주 좋아요~! 두 청년이 진짜 청년같이 완주하리라 확신합니다.
청년! 젊었을 때의 그 청년은 다 어디가고...ㅎㅎ
낚시꾼과 물고기가 아니라, 찐빵과 안꼬같은데...기대가 됩니다..
찐빵과 앙꼬! ㅎㅎㅎ
이 두사람은 전직이 무엇이었을까?
찰떡궁합?
아님 듀엣?
아님 쌍둥이?
역사를 다시쓰는 집필가?
아님 희망을 창조하는 미래파
연구팀?
뭐래도 좋을듯 합니다.
주작가의 탁월한 프롤로그 문장 곳곳에서 줄줄 샘솟는 홍회장을 향한 배려가 물씬 풍기는 모습속에 시니어 시티즌의 일원으로써
큰 느낌을 갖게 되네요.
주작가의 탁월한 촬영기술은 글로 쓰기가 어려울 정도의 수준을 이미 넘어서 버렸고 쓰여진 문장을 보면 조상대대로 작가혈통이거나 아님 후천적으로 무한한 노력으로 얻어낸 결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네요.
혹시 독서광?
아님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면 그렇게 되는건가요?
우리네 살아가는 삶속에서 어느 목적을 향한 열정과 시도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보게해 준 두 당신께 감사하네요.
내카페루 퍼갑니다.
이런 분이 글을 써야 재미있고 볼만한데 이거 원....
머리 나쁜 사람이 할려니....ㅎㅎ
퍼갈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런 두 친구들이 곁에 있음에
자랑스럽네요.
건강 잘 유지하고 완주하길
소망합니다
성공적인 출발을 축하하며
나머지도 좋은 경과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
또 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아, 자연이 아름답고 시원하다!.
두 분이 훌륭하네요.
그리고 우정이 아름답네요.
몸으로 떼우는 게 훌륭하다면 얼마든지 하겠는데...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