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端의 追憶 #84,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뭐 되지도 아니한 놈이 힘에 잘 닿지도 않는
理想을 높다랗게 걸어놓고 거기에 도달하겠다고
발버둥치는 꼬락서니. 차라리 그거라면 좀 덜하지만
이미 자기는 거기에 거진 도달했다고 자기당착에
빠져있는 비극은. . . , 이제는 없었으면.
저위에 올라갔다고 생각했던 自己 몸떵어리가
땅위가 아니라 하수구 구멍속에 빠져있는 것을
문득 발견했을때 아득한 절망감, 열등감을 갖는것
보다, 자포자기하여 오히려 덤덤하외다.
그래도 다시 기어올라가겠다고 발버둥거려야
하나이까.
이제는 좀 과잉 욕심을 부리지 말고 차분히
착실히 힘에 닿이는대로 차근차근히
처신을 하고 싶은데. . . .
아까운 날들이 오늘도 흘러가고 정처없는
나그네. . . . (어째 유행가 가사같다.)
당신의 건강을 비오.
그리고 하루하루가 여문 알곡들이 되어
창고에 개미탑을 쌓기를. . .
우표가 필요할것 같아 함께 동봉하오.
(5원짜리 30장)
12일에 제대한다던 OO씨는 이후 소식깜깜.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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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되지도 아니한 놈이 힘에 잘 닿지도 않는
理想을 높다랗게 걸어놓고 거기에 도달하겠다고
발버둥치는 꼬락서니...'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의 첫 구절로 보아 이 친구도 아마 세칭 동방교의 대기처(천국가기위해 이땅에 임시로 머물며 대기하는 곳, 집을 나온 세칭 동방교 신도들이 집단으로 머무는 곳을 말하는 은어-隱語)생활이 퍽이나 지쳤던가 보다.
그리고 편지 한통 부치는데 5원짜리 우표 한장이 필요했던 시절,
그 필요를 알아차리고 군인이었던 나에게 우표 30장 동봉해서 부대로 이 서신을 보내주었던 친구...
지금 어디메서 무얼하고 있는가.
얼굴에는 초로의 잔주름이 인생의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하고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가고 있는데. . .
그립고 안타까운 친구,
그 옛날처럼 시장통 주막 곰장어구이 한사라에 소주잔 앞에 놓고
오리야 길이야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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