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날,
사위가 설선물로 스마트 폰을 바꾸어 주겠단다.
기왕 하려면 최신폰으로 하라는 주문을 했더니 요즈음 가장 잘 나가는 갤럭시 s25를 예약했었다.
가격이 별로 비쌀 것 같지 않아 그냥 한 말인데 폰이 그냥 폰이 아닌 가격대다.
며칠 전에 드디어 갤럭시 s25로 스마트 폰을 바꿨다.
삼성에 다니는 사위의 덕이다.
이전에 사용했던 폰은 갤럭시 폴더 2이다.
크기가 작아 손안에 들어 온다. 부피가 작으니 휴대에 편리성이 있다. 사용하는데도 큰 불편함이 없었다. 남들이 사용 안 하는 디자인과 작은 크기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끈다. 개성이다. 희소성도 있다.
내 나이쯤의 사람들의 행동이 조금 굼뜬 것 처럼 폴더 폰의 속도가 조금 느리긴 하다. 그래도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조금 느린 구동 덕에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기다리는 것은 이력이 났다. 이 나이에 조급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필요한 것은 여유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 폰을 가지고 다니는데 유독 나만 남이 사용하지 않는 폴더폰을 갖고 다닌다고 창피하단다. 배우자의 표현이다. 세상에 창피할 게 없어 폴더 폰 사용하는 것이 창피하다니... 그런 마음을 갖고 사는 배우자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창피한 사람이 아니다. 폰 때문에 창피해질 사람도 아니다.
폴더 폰의 장점은 매우 많다. 장점 중 가장 도드라진 것은 개성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은 개성시대 아닌가?
갤럭시s25로 바꾼 후 편리성을 확보한 것보다 불편함이 더욱 많다.
우선 손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가의 장비라 항상 신경이 써진다. 사용법을 알 수 없어 스트레스가 생긴다. 무수히 깔린 앱은 쳐다만 봐도 거슬린다. 그 많은 기능 중에 내가 사용하는 것은 모임을 하기 위한 단톡방이나 전화의 기능, 문자 발신과 수신, 날씨 정보 정도뿐이다.
가지고 다니는 폰으로 은행결재를 할 만큼 다급한 일도 없다. 어쩌다 외부에 나가려면 낯선 길이라 길안내 정도는 필요하다.
무수히 많은 편리한 기능들은 내게는 있으나 마나 한 사양들이다. 가장 큰 장점인 AI기능들은 내게는 장식품일 뿐이다. AI기능을 살려할 일이 없다. 기능이 있어도 사용할 일이 없으니 갤럭시 S25를 무시하는 일이다. 공연히 내게 와서 고가품, 고기능을 살리지 못하고 무시를 당하니 참 통탄할 일이다. 무시를 당해도 그냥 무시가 아니라 개무시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전에 사용한 갤럭시 폴더 2는 중 3인 손녀딸이 사용한다고 가져갔다.
할아버지 폰을 볼 때마다 욕심을 내던 손녀이다. 폴더폰이 신기한가 보다.
딸 입장에서는 중3이 된 자기 딸이 폰을 덜 사용하게 하려는 욕심으로 가져간 것인데 와서 하는 말 아버지 폰도 인터넷 되던데요? 놀라는 말투다. 참 재미있다.
갤럭시 폴더 2를 알길 우습게 알았지 모든 기능이 다 들어 있다. 그런데 모양만 보고 함부로, 제멋대로, 아무것도 안 되는 구식폰으로만 생각을 한 거다. 단지 접는 것이 다른 것뿐이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외모지상주의, 겉만 보고 모든 걸 판단하면 매우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하여튼 딸이 있어 좋긴 하다. 필요하다는 것을 즉시 해결해 준다.
그런데 세계적인 기업에서 만든 최첨단 AI폰 갤럭시 S25를 전화기능만 단순하게 사용해도 될는지 미안할 뿐이다.
자제시키려고 가져간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