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1회 화요음악회에서는 음악 영화를 보았습니다.
지난 주에 나름 성대한 300회 기념 자축 잔치를 했기에 모두의 마음이 아직도 조금은 들떠있을 것 같아 오늘은 음악보다는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꼭 30년전에 개봉되었던 프랑스의 명작 음악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였습니다.
30년전 아직 한국에 있을 때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동했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그때 같이 영화관에 갔었던 불문학을 전공했던 친구가 ‘너무 좋아. 음악도 대사도 연기도 배경도 모두 너무 좋아,’라고 흥분해서 소리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며칠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이 영화를 발견하고 화요음악회원들과 같이 보고 싶어 다운로드 받아 놓았기에 오늘 같이 보았습니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Tous les matins du monde)
이 영화가 만들어진 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1991년에 프랑스에서 처음 개봉된 이 작품은 영화 감독 알랭 코르노(Alain Corneau)는 음악과 17세기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던 중에 우연히 소설가 파스칼 뀌나르(Pascal Quignard)를 만났습니다. 음악애호가였던 뀌나르는 이미 비올(viol)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고 1976년에 녹음된 호르디 사발(Jordi Savall)의 음반을 들어서 생뜨 꼴롱브(Sainte Colombe, 1640–1700)의 음악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17세기 말의 훌륭한 비올 연주가이자 작곡가였던 마랭 마레(Marin Marais, 1656-1728)와 그의 스승 생뜨 꼴롱브(Sainte Colombe)에 대한 영화를 만들기로 합의 해서 이 영화가 태어났습니다. 뀌나르의 소설, 사발의 음악, 코르노의 제작에 의한 멋진 합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Tous les matins du monde sont sans retour)’는 소설에 나오는 문장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7세기 중반 프랑스는 루이 14세가 집정하고 있던 시기.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올라의 거장 쌩뜨 꼴롱브는 어린 두 딸과 함께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쌩뜨는 두 딸을 유일한 제자로 삼으며 궁정에서 제의하는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자연 속에서 오두막을 짓고 생활한다. 어두운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악기만을 다루며 생활한다. 그는 두 딸에게는 물론 제자가 되기위해 찾아온 마랭 마레에게도 그리 친절한 스승이 되지 않는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인 마랭은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쌩뜨의 제자가 되기를 자청한다. 음악적으로 성공하기 위함이다. 그가 열 두 번째 교습을 받으러 갔을 때 스승의 딸 마들린은 홍조 띤 얼굴로 문을 연다. 마랭은 그런 마들린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마랭이 궁중에서 음악을 연주했다는 것을 안 쌩뜨는 마랭을 내쫓는다. 마랭은 결국 마들린을 버리고 화려하고 낭만적인 궁중 생활로 빠져드는데...(다음 영화에서 따옴)
진정한 의미의 음악
쌩뜨 꼴롱브는 ‘진정한 의미의 음악’을 추구합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사랑하는 죽은 아내를 찾고 싶어하지만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공허하기만 한 딜레마에 빠집니다. 한 편 그의 제자 마랭은 가난한 아버지의 구두 수선하는 소리를 잊기 위해 음악을 택했기에 음악을 통해 부와 명예를 추구하지만 결국은 스승에게 돌아옵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30년 전 흥분해서 소리쳤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의 말은 맞았습니다. 음악도 대사도 연기도 배경도 모두 너무 좋았습니다. 30년 전 그때엔 제가 남 프랑스의 프로방스를 가보기 전이었는데 7년 전에 프로방스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던 기억이 생생한 지금은 17세기의 이 프랑스 영화가 너무도 실감이 났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음악과 더불어 엔딩 크레딧이 화면에 흐르고 있었지만 아무도 움직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기다리다 제가 일어나 방의 불을 키자 그때 모든 분이 박수를 치며 큰 숨을 내쉬었습니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좋았다고 하셔 저도 기뻤습니다. 좋은 영화는 때로 한 편의 소설보다 낫고 음악보다도 감동스럽습니다.
다음 주에는 다시 음악을 듣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특별 알림 사항: 모든 회원분과의 상의 결과 화요음악회를 다음 주부터는 낮 3시에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끝나는 시간은 5시쯤 될 것입니다. 이제 밤 운전의 불편이 없어지셨으니 더 많이 참가하시기 바랍니다.
정이정(淨耳亭) 청지기 석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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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좋은 영화일 것 같습니다.
저도 한 번 시간 내서 보겠습니다.
석운 님이 추천하시는 영화는 늘 좋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