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억의 의미
인간의 생애를 단 한 번의 “추억여행(追憶旅行)”이라고 어느 철인(哲人)은 말한다. 물론 추억여행은 기억 속을 헤매는 사유(思惟)의 여행일수밖에 없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사고(思考)하고 회고(回顧)하는 존재이기에, 인간만이 추억을 통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추억여행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각별한 사연으로 미화하고 윤색(潤色)하여,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높이고 위로를 받는다. 추억여행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자기 선양(宣揚)행위이기에, 추억이란 단어는 마법과 같은 효능이 있다. 인간의 행복은 경험에서 오는 게 아니라 기억에서 온다고 말하지 않던가!
지나온 날들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건만, 그날들이 내가 살았던 시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아쉽거나 슬펐던 기억만 떠오르는 게 아니고, 중간중간에 숨어 있는 화려하고 찬란했던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순간도 함께 떠오른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본성(本性)적 감정에 젖으면, 추억에 빠져드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인간은, 자신이 과거에 벌인 행적을 망각을 통해 지울 수 있지만, 그 행적으로 발생한 자취(그림자)는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어렴풋하나마, 어떤 기억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그리움이 된다. 추억이 그리워지는 것은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추억여행은 그리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다. 추억은 분명 그 시절 함께 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추억은 결국 나 혼자만의 기억일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추억을 간직하고 수시로 꺼내 보는 사람은 외롭고 쓸쓸한 사람일 것이다.
잃어버린 많은 시간들, 죽거나 떠나간 사람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추억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에 추억여행은 가슴이 벅차면서 아리다. 이 가을, 나는 위문열차를 타고 추억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산수(傘壽)의 나이를 넘어서면서, 물밀듯이 밀려드는 내 인생의 회한(悔恨)과 아쉬움을 달래 보려는, 전적으로 나 스스로 나를 위로(慰勞)하려는 그런 추억여행을 떠나 보기로 한 것이다.
첫댓글 '그리움'이 추억 여행의 핵심입니다.
일조 선생님의 글을 보면 그리움이란
단어가 내포돼 있는 것 같습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추억여행은 그리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다.
선생님의 글을 접하며
저도 제 그림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ㆍ
배람합니다ㆍ
시인님의 감성을 감히 따라갈 수는 없지만, 이제 새삼, 옛 자취들이 그리워 지는군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