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대가리의 뒷통수를 몇대 때린다.
*계두식 : ( 빡! 빡! 빡! )넌 열정은 있는데· (빡!) 기본이 안돼있어! 기본이!
그때 두식의 핸드폰 벨이 울리고
*계두식 : (또 때리며) 응, 이 기본이 않된 새끼야!
(폴더를 열며) 여보세요? (놀람) 뭐?
2. 시골 양옥 안방 (N)
시골 한가운데 잘지은 양옥의 전경이 보이고
(두식이 뒷바침을 해주었음을 암시)
낡은 방안에 다 죽어가는 70대 노인이 된 두식부가 누워있고,
두식의 여동생 지영은 두눈이 팅팅 부어 꿇어 앉아 있고,
그 옆에는 두식이 고개를 숙이고 꿇어 앉아 있다.
*두식부 : (사경을 헤멘다) 두식이 왔나?
*계두식 : 예, 아버지, 저 두식입니다.
*두식부 : (두식의 손을 잡고) 와, 인자 왔노?
*계두식 : 죄송합니다, 아버지.
*두식부 : 잘 사나?
*계두식 :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두식부 : 니, 고등학교 졸업은 했나?
*계두식 : ·
*두식부 : 아직 몬했나?
*계두식 : 예.
*두식부 : 니, 아버지 디게 밉제?
*계두식 : 아닙니다.
*두식부 : 미안하다, 두식아.
*계두식 : 아닙니다, 아버지.
*두식부 : 두식아·
*계두식 : 예, 아버지.
*두식부 : 니, 아버지가 부탁하나 해도 되겠나?
*계두식 : 예, 말씀하십시오.
*두식부 : 니·
*계두식 : 예.
*두식부 : 고등학교는 졸업해라·
*계두식 : ·
*계두식 : 내가 그게 한이 되서 눈을 몬감겠다·
*계두식 : ·
*두식부 : 와, 학교 댕기기 싫나?
*계두식 : 아닙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식부 : 그래· 우리 아들은 효자 아이가· 아버지 말도 잘듣고·
고개를 떨구는 두식부, 아버지를 흔들어 깨우는 두식과 윤주
*계두식 : 아버지! 아버지!
화면 어두워진다.
3. 대로변 자동차 안 (N)
운전수가 백미러로 뒷자리를 힐긋 훔쳐보면,
두식이 상념에 잠겨 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승용차가 버스 옆에 같이 멈춰 서면 버스 안에 남녀 고등학생들이 서서
밝은 모습으로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한 남학생은 차창 자리에 앉아 책을 들고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두식의 얼굴이 겹치면서
4. 단칸방 (회상)
고등학생의 두식이 술에 쩔은 듯한 아버지 앞에 고개를 푹 쳐박고
꿇어 앉아있다.
*두식부 : 뭐, 참고서?
*계두식 : 예.
*두식부 : 야, 니는 테레비도 안보나?
*계두식 : ·
*두식부 : 학교 수업 충실하고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해도 서울대 가는 놈은
다 가는기라! 니 테레비 봤나? 안봤나?
*계두식 : 테레비에 나오는 거는 다 가짭니다.
요새 참고서 안보고 공부하는 애들 없습니다.
*두식부 : 미친 자슥! 이기 돈 타낼라꼬 별 지랄을 다하네!
내친구 아들! 그.. 그 누고! 그래 영식이!
금마가 뭐 어디 돈이 많아서 참고서 보고 서울대 간줄 아나!
니가 열심히 안하니까네 성적이 안오르는기지, 뭐 참고서 사주면
성적이 오를 줄 아나! 니 내하고 내기 하까?
*계두식 : 그래서 그냥 중고책 살려고· 중고책은 2천원도 안합니다.
*두식부 : 이천원? 이천원은 돈 아이가 자쓰가!
니가 새끼야 하루종일 나가서 땅을 파봐라 돈 10원 나오는가!
이기 세상에 돈 귀한 줄 모르고!
그때, 문을 쾅 열고 들어오는 어머니.
*두식모 : (아버지에게 고함) 아, 그만해요! 애가 공부한다고 책 사달라는 게
그게 뭐가 그래 잘못이야! 애 책 사줄 돈은 없고 술 퍼마실 돈은
어디서 그렇게 맨날 생겨! 애비가 애비 노릇도 못하는 주제에~
어디서 애는 구박이야, 구박이!
(두식의 손을 잡고 방에서 끌고 나오며) 두식아, 어서 나와!
*두식부 : 아니, 저 여편네가 죽을라고 환장을 했나!
두식의 손을 잡고 문을 쾅 닫고 나오는 두식의 어머니.
안에서는 아버지의 욕설이 계속되고·
두식의 어머니가 주머니에서 이천원을 꺼내 두식에게 건네주며 빨리 나가라
손짓한다. 두식이 이천원을 손에 꼭 쥐고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어머니는 빨리 가라고 손짓하고 다시 방문을 쾅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고함소리·
그릇이며 집기며 마구 깨지는 소리·
화면 겹치며
5. 대로변 자동차 안 (N)
승용차가 학교 앞을 지나면 야간자습을 마친 남녀 고등학생들이
수다를 떨며 우루루 교문을 나오는 모습이 보인다.
승용차가 학교 앞 대로변을 지나다가 학교 앞 신호등에 멈춰 선다.
밤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는 교실의 전경.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두식.
카메라, 불이 켜진 교실로 서서히 줌인 하면
6. 낡은 교실 회상 (N)
80년대 초 전형적인 고등학교 교실.
약간은 어두침침한 교실 형광등 아래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까까머리
두식이 고개를 선생님 앞에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다.
*선생님 : 뭐? 자퇴?
*계두식 : 예.
*선생님 : ·
*계두식 : ·
*선생님 : 아니 학력고사 몇 일 남았다고 자퇴를 해·
너 정도면 4년제는 충분히 갈 수 있는데·
*계두식 : ·
*선생님 : 이유가 뭐냐?
*계두식 : ·
*선생님 : 이유가 뭐냐니까!
*계두식 : 아버지가 대학 가지마라고 합니다.
*선생님 :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야 할 것 아냐!
사회 나가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계두식 : 저, 취직 했습니다.
*선생님 : 뭐?
*계두식 : 죄송합니다.
자리를 일어서는 두식
7. 몽타쥬
두식이 폭력조직에서 혁혁한 전과를 거두는 장면 들
(뮤직비디오처럼 짧지만 임팩트있게)
1. 까까머리 고등학생 두식이 상대방 행동대장과의 1:1 맞장 뜨는 장면.
서로의 조직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두식은 상대방 행동대장을
아작을 낸다.
2. 청년으로 성장한 두식을 선두로 나이트 클럽을 기습하는 장면
각목과 사시미 칼이 난무하는 나이트 클럽.
두식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상황이 종료된 듯 상대방 조직원들이 나이트 클럽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숨을 몰아쉬는 두식의 눈에서는 살기가 돈다.
3. 조직의 보스로 보이는 남자 앞에서 두식이 꾸벅 절을 하고,
보스가 두식에게 잔을 권한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잔을 받는 두식.
4. 한잔 쭈욱 들이키고 캬~ 하는 소리와 함께 잔을 탁자에 내려 놓으면
이미 조직의 보스가 된 듯 올백 머리에 검은 정장을 한 두식의 모습으로
변해있고, 그의 앞에는 수많은 조직원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화면 어두워진다.
8. 계두식의 집 거실(D)
두식이 아무런 미동도 없이, 창문 너머 먼곳을 응시하며
찻잔을 홀짝거리며 마시고 있고,
두목 옆에 앉은 똑똑한 부두목 상두가 두목의 표정에서
뭔가 고민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김상두 : 형님, 안색이 별로 안좋으십니다.
*계두식 : ·
*김상두 : 이번 아버님일은 저도·
*계두식 : 괜찮다.
*김상두 : 형님, 어디 사이판이나 한 몇일 다녀오십시오.
제가 준비시켜 놓겠습니다.
*계두식 : 그래, 좀 쉬어야 겠지.
*김상두 : 예, 너무 지치신 것 같습니다.
*계두식 : 그래.
*김상두 : 사이판 괜찮으시겠습니까?
*계두식 : 상두야.
*김상두 : 예, 형님.
*계두식 : 어디 쉴만한 고등학교 있으면 한번 알아봐라.
*김상두 : 예, 고등학교요?
두식을 빤히 쳐다보며 특유의 무표정한 시선을 보내는 상두
9. 대회의실 (N)
한쪽 벽에 걸려있는 頭師父一體 라고 쓰여진 액자.
그 밑에 앉아있는 두식이 일장연설을 하고 있고,
영동의 행동대원들은 좌우로 일렬로 길게 나뉘어져 각을 잡고 앉아있다.
*계두식 : 지금부터 하는 얘기 잘 들어라.
*일 동 : ·
*계두식 : 그제 영동 나이트 사건으로 인해 짭새들이 움직인다는 정보가
포착되었다. 따라서 당분간은 우리 모두 좀 조용히 지내야 할 것 같고,
나도 잠시 잠수를 타야할 것 같다.
충격을 받은 듯 놀란 눈으로 두식을 바라보는 대가리.
*계두식 : 그리고 어제 접수한 실비아 나이트는 당분간 상두가 관리할 것이다.
기분 졸라게 나쁜 표정으로 상두를 바라보는 대가리.
*계두식 :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 상두와 대가리는 아우들 잘 챙기고 너희들도
형님들 도와서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바란다. 알겠나?
*일 동 : 예!
*계두식 : 됐다. 상두와 대가리는 남고 너희들은 나가봐라.
조직원들이 우루루 나가고,
홀에는 두식, 상두, 대가리 세사람만 남는다.
*대가리 : 형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짭새가 뜨다니요?
이미 약 다 쳐발라 놓았는데· 그것 손 쓴다고 제가 얼마나·
*계두식 : (대가리의 말을 끊으며) 종팔아.
*대가리 : 예, 형님.
*계두식 : 나· 학교에 간다.
어이가 없어 하는 대가리가 상두를 쳐다보지만 상두는 이미 알고 있은 듯
아무런 미동도 없이 특유의 무표정한 모습
10. 대가리 사무실 (N)
대가리 패거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대가리꼬붕1 : 학교요?
*대가리 : 아, 몰라~ 씨발· 자기 아버지가 가라고 했단다.
형님 성질 알잖아. 두사부일체! 아버지가 가라했으면 가야지·
11. 계두식 집무실 (N)
계두식의 책상위에 각종 서류가 놓여있고, 상두가 이에 대해 설명
*김상두 : 아무래도 검정고시 학원보다는 마지막 학창생활도 누리실 겸
학교로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학교로 알아봤습니다.
*계두식 : (상기된 표정으로 상두를 바라본다) 그래? 근데 내 나이가·
*김상두 : (책상 위에 서류를 내보이며) 호적의 나이를 조금 낮췄습니다.
(호적등본의 생년월일을 가리키며) 1981년생 20살입니다.
*계두식 : 스무살?
*김상두 : 아, 술집가면 다 형님보고 20대 초반 같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계두식 : 맞아, 하기야 내가 약간 동안은 동안이지·
*김상두 : (특유의 무표정으로 두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
*김상두 : 공립은 아무래도 좀 어려울 것 같아서 사립을 알아봤는데,
대학 진학율도 높고, 선생님들의 실력도 좋은 명문이 하나 있습니다.
*계두식 : 그래?
*김상두 : 예, 강남 8학군에 있는 상춘고입니다.
*계두식 : 상춘고?
*김상두 : 예, 재단 이사장이 상진만이라는 사람인데, 저희 쪽하고 같이
일해본 경험이 있어서 의외로 쉬웠습니다.
*계두식 : 상춘고라·
*김상두 : 기부입학 형식으로 했습니다.
*계두식 : 기부입학? 야, 고등학교에도 기부입학이 있냐?
*김상두 : 아, 요즘 세상에 돈으로 안되는 게 어딨습니까?
그리고, 중요한 건·
*계두식 : ·
*김상두 : 남녀공학입니다.
입이 쩍 벌어지는 두식.
*김상두 : 주소지도 강남 8학군에 전입을 했고, 형님은 다른 학교에서 전학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쪽 경비인 김씨에게 부탁해 놨으니,
김씨를 아버님으로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형님, 철저하게 준비했으니, 형님 평생 소원인 학창생활·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누리십시오.
*계두식 : (감격에 겨운 표정) 차식·
12. 교보문고
교보문고 안을 대가리를 필두로 어깨들이 휘젖는 장면.
걸리적 거리는 사람들을 거칠게 밀치며 서점을 활보하고,
책을 고르러 온 사람들이 그들을 보며 슬슬 피한다.
드디러 고3 수험서 코너에 다다른 조직원들
대가리 꼬붕들이 알지도 못하는 책을 뒤적이며 고르고 있고,
대가리는 담배를 꼰아 물고 책으로 가득한 분위기에 고통스러워 한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호기심에 빙 둘러서서 이들을 구경하고,
*대가리 : (책을 뒤적이며 혼잣말) 아이구, 골이야·.
(주위 사람들을 향해) 아이, 씨발 뭘봐? 사람 책사는 거 처음 봐?
사람들이 슬슬 피하고
*대가리 : (책을 덮으며 꼬붕들을 향해) 내참 살다살다 별짓을 다해보네·
야, 대충 사 임마!
*대가리꼬붕1 : 아이, 전과도 사야 돼요.
*대가리 : 전과? 지랄하네· 야이 새끼야! 니가 보면 뭐 아냐, 임마?
*대가리꼬붕2 : 아, 씨발· 뭔 종류가 이렇게 많아?
*대가리꼬붕1 : 그러게, 옛날에는 동아전과나 표준전과 하나면 다 됐는데·
화면 어두워진다.
13. 이미지 컷 (N → D)
붉은 태양이 이글이글 떠오르는 일출 장면.
14. 몽타쥬 (D)
따르르릉 하는 자명종 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두식의 등교 준비 장면
(화려한 CF 톤으로 박진감 있는 음악과 함께 짧은 컷 조합)
1. 화장실 거울을 바라보며 머리를 올백으로 진지하게 넘기는 장면
2. 교복 상의를 박력있게 입고
3. 교복 하의를 박력있게 입는다.(그 옛날 헐렁한 통바지)
4. 동전 두개로 교복 바지의 줄을 세우고·
5. 책상 위에 책가방을 탁 놓고
6. 책가방에 책을 넣고
7. 필통을 넣고
8. 책가방을 닫고
9. 책가방을 옆에 차고· (앗차!) 다시 옆에 얌전히 들고·
10. 상두 앞에 서는 두식
철저한 언발란스!
자세는 경직되고 우스꽝스런 옷차림!
특히! 올빽의 헤어스타일이 기가 찬다.
*계두식 : 상두야, 어떠냐?
*김상두 : (무표정) ·
*계두식 : 왜, 이상해?
상두가 두목에게 걸어가 올백 머리카락 한 가닥을 이마 앞으로 내려준다.
*김상두 : 요즘 애들, 올빽 안합니다.
15. 계두식의 집 현관 앞(D)
계두식이 심호흡을 한번 하고 현관 문을 짜안~~~ 열면!
1. 한눈에 들어오는 축! 계두식 고교 편입!이라 적힌 거대한 플래카드!
2. 두목을 학교까지 모시기 위한 거대한 리무진
3. 일렬로 도열해 두식이 현관을 나오자 고개를 90도로 숙이는 100명이
넘는 조직원들!
4. 무슨 구경이나 난 듯 삼삼오오 모여 수군대는 동네 아줌마 및 애들
숨이 턱 막히는 두식!
무표정한 상두.
*계두식 : (어이가 없어) 생 쑈를 하네, 쑈를·
*대가리 : (뿌듯한 듯 리무진 차문을 열며) 형님, 어서 타시죠!
두식이 말없이 대가리 앞으로 걸어간다.
*대가리 : (헤헤거리며) 형님, 축하드립니다.
*계두식 : 너냐?
*대가리 : (자신만만) 예! 지금 전 형님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계두식 : (나지막이) 나도 니가 자랑스럽다.
16. 계두식의 집 마당(D)
굳게 닫힌 현관문.
계두식이 대가리를 나무라고 있고, 상두가 옆에서 특유의 무표정한
모습으로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계두식 : (대가리의 뒤통수를 빡빡 때리며) 너 대가리 쓰지 마라 그랬지?
왜, 아예 축, 깡패두목 학교에 가다 이라 쓰지 새끼야!
깡패 학교 간다고 자랑하고 다닐래? 마이크 갖다줄까?
*대가리 : 죄송합니다.
*계두식 : 하여튼, 이 새끼는 대가리만 졸라 커가지고·
*대가리 : ·
*계두식 : 잘들어.
*대가리 : 예.
*계두식 : 나는 오늘부터 상춘고의 고등학생이지, 영동파의 두목이 아니다.
난 평범한 학생으로서 학교에 가는 길이란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대가리 : 예!
*계두식 : 누구든지! 내가 조직에 있다는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는 날엔
내가 너부터 잡아 죽일거야!
*대가리 : ·
고개를 들어 현관 쪽을 한번 바라보는 두식,
다시 대가리를 한번 째려 보면, 대가리 움찔 한다.
*계두식 : ·
현관문쪽으로 몸을 돌리는 두식.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푹 숙이고 있는 대가리.
몇발짝 발걸음을 떼다가 다시 돌아와 대가리의 뒷통수를 갈기는 두식.
빡!
두목이 현관문을 나서자
*대가리 : (열 받는 듯 혼잣말) 하, 시팔· 고삐리주제에·
두목이 대가리의 말을 들었는지 현관문으로 고개를 다시 내밀면·
움찔하며 고개를 슬며시 숙이는 대가리.
17. 대로 변(D)
대로변을 달리는 검은 승용차.
차 안에는 대가리가 조수석에 앉아있고, 상두와 두식이 뒷자리에 앉아있다.
설레는 마음에 두식이 한숨을 길게 내 쉬어 보고,
천하의 두목이 긴장하는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는 상두.
눈부신 햇살 아래 차창 밖으로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이 하나 둘씩 눈에 띈다.
신기한 듯 고개까지 돌려가며 학생들을 바라보는 두식.
(학창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두식이 얼마나 설레는 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두식의 눈에 띄는 학생들의 책가방!(요즘 학생들은 다 등에 메고 다니죠?)
그리고 남학생들의 통좁은 바지!(요즘 남학생들은 다 바지 통이 좁죠?)가
자신의 것과 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다.
물끄러미 자신이 준비한 책가방과 헐렁한 나팔바지를 바라본다.
*계두식 : 야, 이 책가방 누가 샀냐?
*대가리 : (고개를 돌리며 자신있게) 예, 제가 샀습니다!
그거 디게 비싼건데요, 형님 학교 가신다길래 제가 사비를 털어서·
빡!
*계두식 : 이 바지는?
*대가리/상두 : ·
*계두식 : (상두를 바라본다. 너냐? 하는 표정) ·
*김상두 : (아뇨~ 하는 표정) ·
빡!
*계두식 : 너는 어째 열정은 있는데 기본이 안돼있냐, 기본이!
( 빡! 또 때리며) 응, 이 새끼야! 이 기본이 않된 새끼야!
*김상두 : 죄송합니다. 내일 제가 새걸로 바꿔드리겠습니다.
*계두식 : (대가리를 보며) 저런 걸 믿고 내가 학교에 간다고·
*대가리 : ·
*계두식 : (운전사에게)야, 저기 애들 안보이는 데 차 세워라.
*대가리 : 형님, 아직 학교까지 많이 남았는데요.
*계두식 : 그냥, 세워 이 새끼야.
*운전사 : 예.
잠시 후,
차가 끼익 멈추어 서고, 차에서 두식이 어색한 복장으로 내린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긴장된 표정으로 특유의 팔자걸음으로 도로를
걸어가는 두식.
그와는 반대로 밝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두식을 스쳐지나는 학생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같이 걸어가는 학생들의 숫자가 많아지고 약간의 긴장이 풀리자
경직된 어깨가 풀어지고·
팔자의 어색한 발걸음이 풀어지고·
굳은 인상이 풀어지고·
학생들과·
하나가 된다·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 의 마지막 부분에서 카이져 소재의 발걸음이 변하듯)
그러한, 두식의 변화를 차 속에서 일일이 관찰하는 대가리와 상두.
(상두는 여전히 무표정하고 대가리는 신기한 듯한 표정)
그때,
갑자기, 아이들이 하나 둘씩, 다다다다 두식곁을 스치며 뛰기 시작한다.
뭐· 뭐야· 이 새끼들은· 라는 표정의 두식.
서서히 자신을 따라오던 대가리와 상두의 승용차를 바라보는 두식.
야, 저 새끼들은 뭐냐? 하는 표정의 두식.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라는 표정의 대가리와 상두
아이들이 이제 거의 모두, 다다다다 두식곁을 스치며 뛰기 시작한다.
얼떨결에 졸라게 따라 뛰는 두식.
*대가리 : (상두에게) 야, 저새끼들 왜 저래 뛰냐? 아직 등교시간 많이 남았는데·
*김상두 : 짭새가 떴나?
18. 교문(D)
투박한 손에 쥐어진 무지막지하게 큰 나무로 된 법봉(태조 왕건에 나오는·)
법봉을 쥔 팔을 따라 카메라 훑듯이 올라가면 인상 더럽게 생긴 학생주임,
조봉팔이 교문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서있고,
그 옆에는 남녀 선도부들 10여명이 교문을 지키고 있다.
(학생들의 왼쪽 가슴에는 검은 리본이 달려있다)
------인서트 (학교 정문 옆 담) 슬로우 모션-----
불의 전차같은 장중한 음악 깔리면서·
등교 마감 시간이 다 된 듯, 골목 커브길을 도는 학생들이 열심히 뛰고 있는데,
마치 목숨을 걸고 달리는 마라토너처럼 그 모습이 처절하다.
(역시 학생들의 왼쪽 가슴에는 검은 리본이 달려있다)
그 속에는 두식의 필사적인 모습과 윤주의 모습도 보인다.
조봉팔, 시계를 한번 쓰윽 보더니
*조봉팔 : (옆의 선도부들에게) 닫아라·
쿠구궁~ 둔탁한 소리를 내며 서서히 닫히는 교문
------슬로우 모션-----
다시 불의 전차같은 장중한 음악 깔리면서·
필사적으로 마지막 결승선(교문)을 향해 질주하는 두식과 윤주.
윤주가 두식의 1m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앞서고 있다.
교문이 거의 닫히고·
윤주는 그야말로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통과하고,
정확히 두식을 시작으로 교문은 쿵 소리를 내며 닫힌다.
마치 배트남을 탈출하려는 난민들이 미국 대사관 철재 문에 메달려
애원하듯 선도부원들에게 애원하는 10여명의 남녀 학생들.
마지막으로 입장(?)에 성공한 윤주가 뒤돌아 보면 맨 앞에서 헥헥대고 있는
두식과 처음으로 눈이 마주친다.
화면 어두워졌다, 다시 밝아지면
두식과 몇 명의 학생들이 책가방을 위로 든 체 꿇어 앉아 있다.
------ 인서트 (운동장 담벼락) ------
상두와 대가리가 담벼락에 매미처럼 붙어서 두식이 지각으로 걸려 꿇어 앉아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대가리 : 아 씨발· 저 새끼· 왜 애들을 꿇어 앉히고 지랄이야·
*김상두 : ·
꿇어 앉아있는 학생들 앞에서 조봉팔이 서서히 걸어가며 꿇어앉은
아이들의 머리를 법봉으로 때리며 말한다.
물론 남자는 세게 여자는 약하게 때린다.
*조봉팔 : 참, 너희는 무식한 새끼다. 야, 나같으면 이런 꼴을 당하느니
내 더러워서도 10분 먼저 일어나겠다. 너희들은 열받지도 않냐?
아침부터 이런 성질 더러운 선생한테 욕이나 쳐들어 먹고·
(경실의 머리를 때리며) 안그렇냐? 경실아?
(아이들의 머리를 딱딱 때리며)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아이들이 예, 예, 하고 대답할 때 처음보는 두식 앞에 멈춰선다.
*조봉팔 : (두식에게) 넌 뭐냐? 첨 보는 놈인데·
*계두식 : (깜짝 놀라) 예?
*조봉팔 : 너 몇학년이냐?
*계두식 : 아, 예· 저 오늘 전학왔는데요·
*조봉팔 : 뭐, 전학? 이런 싸가지 없는 노무시키가 전학온 첫날부터 지각을 해!
사정없이 두식의 머리를 법봉으로 내리 치는 조봉팔.
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는 두식·
------ 인서트 (운동장 담벼락) ------
이성을 잃은 대가리, 담을 넘으려 하고 상두가 말리느라 애를 쓴다.
*대가리 : 저런 씹쌔끼가· 죽을라고! @#$%^&
(담 밑에 있는 운전수에게) 야, 애들 불러!
19. 운동장(D)
지각한 학생들과 같이 운동장을 돌고 있는 두식과 동식, 경실, 민수.
팔팔한 젊은 애들에 비해서 뒤에 처지면서 헥헥 대자,
뒤에서 따라오던 조봉팔이 두식의 엉덩이를 뻥! 하고 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