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선생께 해운대 관광을 묻다
◇ KTX-이음이 왜 해운대를 지나쳐 갈까?
해운대는 누가 뭐래도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관광도시다. 앞으로도 이 명성은 계속 이어지리란 기대 속에 해운대가 KTX-이음 고속철 시대를 맞아 동부산의 중심으로 우뚝 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설사 국토부가 해운대를 패싱 하더라도 해운대 관광을 갈망하는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 해운대 정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일어나리라 믿었다.
그러나 방송 인터뷰에서 고속철이 개통되면 해운대를 찾겠다던 인사들뿐만 아니라 해운대가 최고의 관광지라 떠들던 언론조차도 해운대 정차의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왜 해운대가 고속철에서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있을까?
◇ 살아있는 최치원 선생을 만나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관광적인 측면에서 볼 때 팬데믹 이후 사회·경제 전반의 구조적 변화에 해운대가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재택근무 도입과 디지털 기술 향상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근무하는 ‘디지털 유목인’이 늘고 있고, 원하는 곳에서 ‘일과 휴가’를 동시에 한다는 ‘워케이션(worcation)’이라는 개념도 등장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에 해운대가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다시금 점검해 보자. ‘워케이션’은 해운대의 체류 인구 증가로 이어져 그에 따른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아주 크다.
그런가 하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웰니스’ 여행도 증가 추세다. 웰니스 영역이 명상, 온천욕 등에서 자연치유로 확장되면서 숲캉스, 바다치유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또 혼자만의 캠핑 여행, 걷기여행, 자전거여행 등 자연친화적인 여행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해운대·송정해수욕장과 주변 해안길, 그리고 수영강과 장산까지 갖춘 해운대는 이들의 성지로 자리잡을 여건이 충분하다.
나만의 개성있는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층에서는 지역특색을 살린 체험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해운대 고유의 숨은 향토문화재에 대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해 보인다.
개인적으론 동백섬 정상의 최치원 선생 동상에다 현대적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살아있는 최치원 선생을 만날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 좋겠다. 또 장산의 마고할매와 상산 마고당까지 해운대해수욕장 송림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싶다.
◇ 주민참여형 관광상품 개발을
나아가 관광자원을 개발함에 있어서 해운대 주민이 직접 기획·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해 보자. 명승지나 기타 관광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관광상품 개발을 위한 주민공모제나 주민 중심위원회를 구성한다면 보다 시대에 맞고 인기를 끌 수 있는 참신한 관광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런 관광적인 요소 외에도 어떻게 하면 고속철이 해운대에 정차할 수 있는지를 두고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할 기구부터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이기도 하겠다.
/ 예성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