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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1-03 오후 8:32:00 | 최종수정 2015-01-03 오후 8:32:57 | |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경제 한파는 축구를 무섭게 흔들고 있다. 각 구단들이 모기업의 예산 감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실정에서 유스 출신 유망주 육성으로 대안책을 내놓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 육성을 통해 상품 가치 향상을 노리는 제주유나이티드의 지역 밀착형 마케팅도 한층 탄력을 받았다. 2013년 U-12, U-15, U-18 팀 창단으로 K리그 클래식 유스팀 중 유일하게 클럽으로 운영되는 제주는 지난해 장은규와 김상원, 배세현에 이어 올 시즌에는 U-23 대표인 김선우와 심광욱, 이관표, 김태호 등 4명의 유스 출신 선수들이 프로팀에 첫 선을 보인다. U-18 팀의 2013년 백록기 저학년 우승, 지난해 고학년 준우승 등 성적도 고스란히 따라오며 투자의 결실을 보고 있다. 포항과 울산, 전남 등에 비하면 출발은 다소 늦었지만, 빠른 시간 안에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뤄내고 있다. 제주 유소년팀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데에는 설동식 총감독의 역량이 크다. 서귀포고 감독(1999~2012년) 시절 정성룡(수원 블루윙즈)과 김동찬(전북 현대) 등을 프로 선수로 키워낸 설 감독은 선수들의 진학과 유스팀 운영 등에서 탁월한 역량을 뽐내고 있다. 매년 전국 각 지역을 돌며 우수 유망주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며 제주 유소년팀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다른 프로 산하 유스팀들과 달리 진학률에서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것도 설 감독의 공헌이 크다. 이로 인해 제주 유소년팀의 선호도도 급증하고 있다. 설 감독은 한창 사춘기에 있는 선수들의 '멘토'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온갖 유혹들에 노출되어 있는 선수들인 만큼 정신 무장과 성실함을 강조하며 선수 개개인에 인간다운 면을 많이 강조한다. 어려운 가정 환경을 딛고 당당히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수문장으로 거듭난 정성룡이 설 감독을 축구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다. 설 감독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일까. 중동고(서울) 2학년 2학기 때 서귀포고(당시 제주 유스)로 전학온 장은규는 지난 시즌 신인답지 않은 대담한 플레이를 앞세워 어엿한 제주 중원의 핵심으로 우뚝 섰다. '제주 토박이'인 김선우와 심광욱도 설 감독의 품 안에서 U-18, 19, 20, 21 대표 등을 고루 거치며 한국축구의 차세대 스타로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다. 수성중(경기) 시절부터 전국 최정상급의 유망주로 두각을 나타냈던 이관표도 제주로 축구유학을 온 이후 기량이 한층 만개했다. 이들 모두 홍정호(아우구스부르크) 이후 프랜차이즈 스타 계보가 끊겼던 제주의 '히든카드'나 다름없다. 유스 출신 선수들의 프로팀 입성이 쇄도하며 설 감독의 입가에도 함박웃음만 피어나온다. "유스 출신 선수들이 프로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성적보다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해서 프로팀에 올려놓는 것이 유스팀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앞으로 좋은 선수들을 많이 키우는 것은 당연하다. 유스 출신 선수들이 프로팀에서 잘해주면 유소년 축구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책임감이 막중하다. 앞으로 유스 출신 선수들이 프로팀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사실 제주는 다른 기업구단 유스팀들과의 스카웃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섬'이라는 지리적인 핸디캡이 제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 중학교 유망주들이 수도권 유스팀에 밀집되어 있다. 최근 수도권 지역 유스팀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짙어지는 만큼 스카웃과 진학 등에서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빠른 발전을 이뤘음에도 갈 길은 여전히 천리다. "구단에서 유스팀에 많은 투자를 해주지만, 서울과 전북, 포항, 울산 등에 비하면 열악하다. 다른 팀들은 중학교에서 우수 유망주들을 흡수하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다른 팀들과 같은 시스템으로 해야되는데 지리적인 핸디캡으로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와 마찬가지다. 제주 유스 출신 선수들이 많이 프로팀에 진출해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 학부모들의 돈 지갑에 의존하는 일반 학원팀과 달리 프로 산하 유스팀은 구단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으면서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적다. 물질적인 면이 풍요로운 것은 물론, 운동 여건도 일반 학원팀보다 낫다. 그러나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놓고 얘기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혜택을 누리고 운동을 하면서 느슨함을 가지는 경향이 많다. 프로 선수가 된 것 마냥 행동하며 일부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수들도 간혹 보일 정도다. "제주 뿐만 아니라 모든 유스팀 선수들의 가장 문제점이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프로 선수가 된 것 마냥 행동을 하는데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혜택을 안는 이상 본인 스스로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유스 선수들은 이제 막 축구선수로서 시작에 불과한 단계다.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당연히 프로 선수가 될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축구선수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이 인성이다. 아무리 기량이 뛰어나도 인성적인 부분이 갖춰지지 않으면 롱런을 기대하기 어렵다. 거기에 성실함은 필수다. 초-중-고-대, 더 나아가 프로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구조에서 꾸준한 노력이 없이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15년이 넘는 세월을 유망주 육성에 쏟은 설 감독이 어린 선수들의 인성 함양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축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이다. 인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축구선수로 성장하기 어렵다. 내가 학원 스포츠의 지도자로 몸담으면서 제일 신경쓰는 부분이다. 아직은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학생 다운 마음가짐으로 했으면 좋겠다. 또, 구단에서 많은 혜택을 주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 앞으로 기량은 물론, 근면성실함을 갖춘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 유소년팀 설동식 총감독 | |
기사제공 : kspo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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