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 장원(운문 산문)
소중한 말
이빈다혜
“안물안궁”
“레알”
“노답”
우리 또래 친구들이
흔히 쓰는 말들로
소중한 한글이
오염되어지고 있다.
물 위에 잉크 방울을
한 방울
“똑” 떨어뜨리면
잉크 방울은 순식간에 번져 나간다.
소중한 우리말이
변화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우리 한글에는
우리 민족의 정신이 담겨있다.
우리는,
무분별한 신조어들의 홍수 속에서
소중한 우리 말을
지켜야 한다.
학교: 부산 용문초등학교 6학년 4반
이름: 이빈다혜
주소: 부산광역시 남구 분포로 145 A동 1804호
전화번호: 010-2284-5533
이소민 서울녹번초등 6-3
소중한 말
사람들은 하루에 적게는 수백 번, 많게는 수천 번 말을 한다. 속담 중에서도 말에 대한 속담이 다른 속담에 비해서 많은 것처럼 말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한다. 나 역시 하루에 많은 말을 하기에 말이 없으면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할아버지는 말을 하시지 못한다. 정확한 이유는 나도 알지 못 한다. 어릴 적에 열이 났는데 가난해서 치료를 제때 하지 못해 청각장애가 온 뒤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신다.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도, 할아버지의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부를 때도. 말을 할 수 없으니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시다. 가끔 명절에 할아버지를 만날 때면 너무나도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할아버지가 어렸을 때는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마루에 앉아 노래를 부를 때면 처마 밑에 둥지를 튼 제비도, 앞산에 사는 산새들도 유난히 시끄럽게 지저귀며 할아버지를 따라 더 맑은 음색으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상상력이 풍부해서 가끔 빨간 머리 앤 같다는 소리를 듣는 내가 추측해보면, 어느 날 할아버지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은 질투심이 많은 헤라가 남편인 제우스에게 부탁하여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빼앗아 간 것 같다.
나는 여태까지 한 번도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어보지 못하였지만 잠깐 서로 대화가 통하였던 때가 있었다. 코로나가 없었을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입모양을 보고 나의 말을 알아들어서 종이로 할아버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으셨다. 하지만 지금은 입모양을 보지 못하여서 대화가 더 어려워 졌다. 나도 너무 답답한데 할아버지는 오죽할까?
나는 할아버지를 만나고 온 날이면 밤마다 보세용품점에서 구입한 램프를 쓰다듬으며 지니한테 소원으로 할아버지가 이제는 말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빌고 있다. 아니면 한번이라도 할아버지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엄마는 이런 나를 보고 유치하다고 말했지만 아빠는 영원히 그 순수함을 간직하라고 말하셨다.
어제도 잠들기 전에 똑같은 기도를 하고 눈을 떴을 때는 아침 8시 정도였다. 오늘은 금 같은 토요일이었기에 할아버지네로 향했다. 원래도 항상 기분이 좋았던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평소보다 더 큰 해바라기 같은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러고는 묵묵히 할아버지의 모닝 루틴인 옥상에 식물들에게 물을 주었다. 할아버지는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시는 것 같았다. 오랜만에 보는 큰 웃음이다 보니 더욱 정겨웠다. 모든 화분들이 촉촉하게 젖어 있을 때쯤 우리는 밥을 먹으러 들어왔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한나절 동안 놀다가 집에 갈 때쯤 나는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듣지 못 할 인사를 했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
라며 집을 나올 때쯤
“오냐, 다음에 또 오거라.”
라는 다정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순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할아버지한테 달려가서 와락 안겼다.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지니가 내 소원을 이루어 준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말을 하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말을 들었지만 그 순간 들었던 할아버지의 그 말이 나의 가장 소중한 말이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 순간이 없었다. 꿈이었던 것이다. 제대로 정신이 들었을 때는 아침 8시 정도였다. 그렇지만 오늘은 토요일이기에 나는 더 자기로 했다. 꿈속에서라도 할아버지의 두 번째 세 번째 말을 계속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