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부
< 18 >
창근은 막내아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 핵교는 대쑤가 쌔서 들어가기 힘들 다는디,
너는 공업핵교를 가거라.
지금 시상은 머니 머니 혀도 기술을 배워야 여.
기술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땅 없어도 먹고 살 수 있고,
소구루마 안 끌고 쟁기질 안 혀도 끄떡없당게 그러네.
영수도 지금 서울에 있는 철공소로 취업 나가서 이달 말부터 월급 타 잖여?
영길이가 이달 초 이튿날 군대에서 제대 허고 오면, 대니던 대학 공부는 어떻게 헐라는지········.”
사실 자식을 대학에 보낼 형편이 아니었지만,
영길이가 억지 고집을 피워 어쩔 수 없이 겨우 첫 등록금을 마련했었다.
이번에 공고 기계과를 졸업하는 영수는, 3 주 전에 취업차 서울로 떠났다.
영식이는 큰형처럼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인문계 고교에 들어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창근은 극구 반대하고 나서며, 막내아들이 마음을 바꾸기를 원했다.
“아~ 저~ 동네 상배 봐라. 서울서 법과 대학원까지
나와서 빈들빈들 놀고 있잖냐?
갸 가르친다고 그 좋은 텃논 두 배미 다 팔아먹었어.
결국은 자두 밭 까지 처분허고 쪽박신세 됐당게.
갸 아버지가 늘상 허는 말이,
즈 자슥이 판검사 되면 어쩌고저쩌고 허는디,
실은 말짱 쓰잘디기 없는 야기라드라.
상배 갸 나이가 벌써 삼십이 넘었느디,
여태 장가도 못가면서 어느 천 년에 그 높은 판검사를 따겠냔 말여.
그 주제에 임시 면서기는 죽어도 싫다고 헌다느만.”
결국 식구들은 영식이를 인문계 고교에 보내기로 의견을 모았다.
어쨌든 모래밭 하나에 매달려야 하는 딱한 사정이었다.
큰아들 영길이는 어려운 집안 형편을 잘 알고 있었지만,
난관을 극복하여 꼭 유명한 소설가가 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지성으로 받들고 있는 부처님이 틀림없이 뜻을
이루게 해 줄 것이라 믿고 있었다.
반면에 영수와 영식이는 종교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막내 영식이는 부처님에 심취되어있던 그의 아버지와 큰형을
몹시 못마땅하게 생각해 왔다.
‘아니 핵교 월사금도 제대로 못내는 형편에 부처님이 밥 먹여주나?
무슨 이유로 벼랑박을 쳐다보며 씨부렁거리다 절허고 난리냔 말여?
영수 역시 믿음에 대한 거부감이 대단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혹은 손에 직접 잡히지 않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 버릇이 있었다.
돈이 없는 경우, 기술을 배워 취직 후 일한 대가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집안이 부자 되어 주기를 부처님께 천번만번 절해봤자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창근은 자신이 주장하는 생각을 곧이곧대로 믿는 성격이었다.
자라나는 신세대의 사고방식은 대부분 문제가 많다고 믿었으며,
자식들의 뜻하는 바를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려 했다.
부처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영길이를 제외한 두 아들에게는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사실,
창근은 불교에 관한 서적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으며,
부처님의 말씀에 대해서도 단지 귀동냥을 통해서 알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가 믿고 받드는 부처님은 한낱 머릿속에 상상적으로 그려보는 정도여서,
동네 사람들이 불교에 대한 질문을 할 때마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창근은 암소를 잃은 이후 부처님을 믿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에는 평범한 종교 생활이었지만,
이제는 부처님께 무조건적으로 의지하기 시작했다.
부처님의 뜻으로 다시 암소를 살 수 있을 것이며,
자신의 집안 살림도 언젠가는 부처님의 은덕으로
활짝 필 것이라 굳게 믿었다.
이제 그의 신기 마을에서의 생활은 전적으로 부처님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으로 변모해갔다.
그가 평상시 상도에 어긋난 짓을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만일 그러했을 경우 후속으로 줄지어 따라올지도 모를
응보가 두려웠던 것이다.
언젠가 백운스님으로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던
‘인과응보’에 관한 이야기가 그의 정신세계를 항상 사로잡고 있었다.
이제 창근의 일가는 변화무쌍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이 늙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젊음의 패기는 어느덧 사라져 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열심히 추구하던 소망의 불꽃은 점점 식어갔다.
나날이 변화하는 시대에 직면하여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살이에 초연해지기 시작하여,
인생이란 수레바퀴 속에 묵묵히 갇히게 되었다.
영길이는 자신이 당장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학업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전까지 학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능력이 모자라던 창근은 어쩔 수 없이 먼 산만
바라보며 한탄하기 시작했다.
“그렁게 공업핵교를 갔으면 지금쯤 큰 소리 떵떵 치며
돈벌러 나갔을 것 아니겄어?
상배 말을 들어봉게,
대학에서 국문과라던가 머라던가 그런 과를 나와 봤자 취직 헐라면
하늘서 별 따기 보다도 더 어렵다는디········.
핵교 선생질이라도 혀먹을려면 탄탄한 빽이 있어야 헌다는디 말여.“
영길은 꼭두새벽에 두엄자리 앞에 놓여있던 리어카를 끌고
밖으로 나가며 중얼거렸다.
“우리 한국 사람들의 단점 중 하나가 지나친 자존심이란 말여.
그건 공자님의 실수였당게. 세상은 변하고 있단 말여.
시내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도 상관 없당게.
리어카를 끌고 간다고 혀서 부끄러워 헐 필요가 머 있겠어? “
그는 고등학교 시절--- 그의 아버지가 리어카를 끌며 “수박 왔어요!” 하고
소리치던 모습이 부끄러워, 가던 길을 뒤돌아서 샛길로 도망쳤던 일을
깊이 뉘우치고 있었다.
그는 시내 중앙동 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원예협동조합 청과물 경매장 골목에 리어카를 세워놓고,
그의 아버지 장사 시절에 안면이 있던 ⑦번 중매인을 만났다.
“이게 누구여? 창근이 큰놈 아닌가? 젊은 사람이 기특도 허구만.
요새는 채소가 별 재미없을 팅게, 이른 사과를 한번 팔어 봐라“ 라고 중매인 아저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무조건 리어카를 끌고 시내로 나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도무지 단 한 개의 사과라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어둠이 찾아온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외쳐대며 골목길을 누비고 다녔다.
결국 첫날 장사에 본전도 못 찾고 손해를 본 후,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잠자리에 들기 전,
간단히 오늘의 일기를 쓰고 난 후, 동쪽 벽을 향하여
부처님께 감사의 절을 올렸다.
“자비로우신 부처님의 은덕으로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구만요.
오늘이 있으므로 내일이 있고 모레도 있구만요.
비록 오늘 장사가 잘 안 되어 손해를 보았지만,
내일을 기쁘게 맞이헐 준비가 되어 있당게요.
내일은 무엇을 팔아야 할까요?
누구도 내일 일어날 일을 알 수 없겠지요.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여러 번 사람들을 속여야만 혔구만요.
거짓과 속임수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욕되게 한 셈이지요.
중생들에게 속임수를 자꾸 쓰다보니,
차원 높은 다른 꾐수가 저절로 마음속에서 솟아나더군요.
검은 색깔을 검다 허고,
흰 색깔을 희다고 말 못한 저 자신이 부끄럽구만요.
결국 저는 흑과 백의 구별조차 못허는
무식하고 속된 사람이 되고 말았지요.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이 하루해를 보내려고 아침에 깨어나지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피하기 힘든 오욕에 빠져 든다니깐요.
하루해가 넘어갈 즈음에는,
더러운 오물로 범벅이 된 오욕의 상태는,
마침내 헤어날 수 없는 오진의 나락으로 곤두박질 친다니깐요.
숙명론자들은 인간의 타락이든, 구원이든, 행복까지도
모두 사람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헌다니깐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불행하다고 외쳐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불행한 인생을 이끌며 악착같이 아침 해를 맞이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헐까요?
지혜로우신 부처님께서는 모든 것을 이미 알고 계시지요? “
일기장에 수많은 의문부호를 남긴 후,
그가 잠자리에 누워 뒤척이던 중 멍멍이가 짖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 짖는 소리는 세 번 계속되다가 그쳤다.
그의 가족에게는 보통 두세 번 짖어대는 것이
멍멍이의 습성이었다.
그는 별 관심 없이 다시 잠을 청했다.
밖에서 “엄마”하고 부르며 뛰어 들어오는
빠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생 영수였다.
집을 떠날 때 가지고 갔던 큰 여행용 가방을 끌고 온 모습으로 보아,
하던 일을 그만두고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토방에 가방을 올려놓고 동생이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 대학 갈래요.
그런 무식한 사람들 허고 내 아까운 청춘을 보낼 순 없어요.
같이 일하는 고참들 대부분이 고작 국민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무식쟁이들 이랑게요.
말로 혀도 좋을 걸 가지고 쇠망치를 집어떤지며 고함을 지른다니깐요.
이 손등에 있는 상처 좀 봐요.
쇳조각을 던지길래 피하다가 이렇게 됐어요.
나도 꿈이 있는 놈인디,
그런 험악한 세계는 싫당게요.”
그의 상기된 얼굴 표정에는 어떤 알 수 없는,
불타오르는 복수심이 서려 있었다.
창근은 눈앞이 캄캄했다.
내년에 셋이나 학교에 보낼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평생 따라다니는 가난이 지금처럼 자신의 속마음을
아프게 한 적은 없었다.
그는 밤을 새우며 아내와 함께 앞으로 살아갈 얘기를 나누었다.
“이 세상에서 맘대로 헐 수 없는 일이 두 가지가 있다고 허는디,
하나는 내 맘대로 돈을 벌 수 없는 것 허고,
그 다음은 내가 난 자식을 내 맘대로 못헌다는 거라드만.
어떻게 한 놈은 인자 걱정이 없겠구나 혔는디,
말짱 도루묵이구만 그려.
인자는 어쩔 수 없당게. 부처님의 뜻에 따라야 헐 뿐이란 말여.
우리 부처님이 아니면 그 누가 이 난국을 해결혀주겠어.?”
영수는 이튿날부터 대학입시 공부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준비해봤자 합격은 어려울
것이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색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류대학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미달되어 원서만 내면 합격허는 삼류대학을 가는 거여.
일단 들어가고 보는거랑게.
대학이 출세헐 수 있는 첫 관문이란 말야.
등록금은 공사판에 나가서 벌면 될 것이고, 어차피 내 힘으로
해결허지 않으면 대학은 포기 혀야 헐 판국이란 말여···.“
“배추요! 무요! 대파요!”
영길이는 힘껏 외치며 평화동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리어카 손잡이를 꼭 쥐고 사방을 둘러보며 걸었다.
바로 그때였다.
영길이의 애인 순금이가 그녀의 일터인 양장점문을
밀치며 나오던 중이었다.
그들은 약 10 미터를 사이에 두고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는 멍한 모습으로 가던 길을 멈추었다.
그녀는 속 깊은 신뢰의 눈빛으로 영길이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상하게도, 그들이 서로 만나고 헤어진 후부터 리어카의
무게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매일 이런 식으로 돈을 벌면 부자가 될 것 같았다.
정말 신바람 나던 오후의 장사는 가위에 눌려있던
그의 가슴속을 시원하게 풀어 주었다.
죽은 청주 댁의 막내딸 순금이는 한 때 영길이와 함께 같은 울안에서 자라며,
오누이처럼 지내다 급기야는 서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신기 마을이 생긴 이후,
두 번째 대학생이 된 영길이를 행여나 놓칠까봐,
그녀는 항상 전전긍긍해왔다.
창근은 오래전부터 두 사람 사이를 지켜보며,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를 인연을 상상하곤 하였다.
언젠가 상일 씨가 주막에서 청주 댁을 두고 씨부렁거렸던
실없는 얘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첫째는 부처님이 허락하지 않는 엉뚱한 일이었고,
다음은 그의 자식과 청주 댁의 피붙이 사이에 장차
맺어질지도 모를 피할 수 없는 인연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행로란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라고
일컫는 복병이 항상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영길이는 일찌감치 장사를 마치고
리어카를 끌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시내에서 집까지 십리 길을 터벅터벅 걸으며
순금이와의 옛 추억을 더듬고 있었다.
“그렁게 그게 군대에 입대허기 바로 전날 밤이었지?
앞동산 참나무 밑에서 단 둘이 앉아 있을 때,
훤한 보름달만 떴어도 그런 이상한 일이 없었을 틴디 말여.
그 일이 벌어진 후 훈련 받으면서 무던히도 부처님께 용서를 빌었당게.
그때는 왜 그렇게 맘이 떨렸던고.
가슴이 콩당콩당 쎄게 뛰드란 말여.
휴가 올 때마다 순금이가 발 벗고 눈치를 주는디도
이상허게 그짓만은 도저히 헐 수가 없드랑게.
부처님께서 내려다보고 계시는디 섬뜩 허드라고.
지금은 절대로 안 되고, 결혼한 다음에 원 없이 허라고 허시면서 엄한 표정을 짓드랑게.
순금이를 위해서라도 꼭 훌륭한 소설을 써야 겄구만.“
그날 밤 영길이는 이상야릇한 꿈을 꾸었다.
그는 꿈속에서 수만 년 전의 원시인으로 변해있었다.
양손에 창과 칼을 들고, 어깨에는 활을 메고,
이웃 동굴의 두 친구들과 함께 공룡 사냥에 나섰다.
하루 종일 헤매고 다녔지만, 공룡은 보이지 않았다.
공룡 두 마리만 잡아도 동굴 사람들의 한 겨울 식량이 될 수 있었다.
이튿날도 찾고 있던 목표물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완전히 지쳐 기진맥진된 그는 할 수 없이 ‘태양의 신’ 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늘 높이 빛나는 ‘태양의 신’ 이시여!
우리들에게 목숨을 연명할 공룡 한 마리만 내려주시랑게요.
곧 살을 에이는 삭풍이 불어오고 눈은 천길만길 쌓일거구먼요.
공룡들은 벌써 추위를 피해 남쪽 나라로 이동허고 있는디,
증말 큰일 났구먼요.“
영길이의 기도가 끝나자 이웃 동굴의 그의 친구가
‘하늘의 신’에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억만 길 높이 떠있는 ‘하늘의신’ 이시여!
태양의 신의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하늘은 태양위에 펼쳐져있으며, 태양은 하늘의 아들입니다.
태양의 신은 나약하기 그지없습니다.
‘하늘의 신’께서 내리시는 능력으로 태양을 구름으로
가리게 하여 천지를 암흑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공룡을 잡을 수 있도록 기적을 일으켜 주십시오.
내 친구 영길이의 말대로 벌써 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눈 더미가 만물을 삼키기 전에 우리는 동굴로 돌아가야 합니다.
제발 공룡이 있는 곳을 알려주십시오.“
그러자 대나무 숲 건너 동굴에 살고 있는 다른 친구가
큰 소리로 그들을 나무랐다.
“저런 멍텅구리들이 있나?
태양이고 하늘이고 간에 그것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있단 말야.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니까.
단지 태양은 우리에게 햇빛을 줄 뿐이고, 하늘은 비와 눈과 바람을
내려 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태양과 하늘 모두에게 죽어라고 빌어봤자
별 볼 일 없단 말야.
지금은 공룡을 열심히 찾아 동굴까지 끌고 오는
것만이 급선무라니까.
작년에도 너희들이 입씨름 하는 사이에,
공룡의 목에 삼 줄을 매어 끌고 온 사람은 바로 나였단 말야.
이런 긴박한 순간순간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디,
그런 쑥덕공론일랑 집어치우라니까.
갑자기 북쪽에서 보기 드물게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평화로운 동굴 마을을 향해 몰려왔다.
동굴 앞에서 어정거리던 원시인들은
서둘러 굴속으로 피해 들어갔다.
잇따라 때 이른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동굴 입구는 눈 더미로 가로막혀 굴 안의
원시인들은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길이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꼭 공룡을 잡아와야만 했다.
만일 공룡 사냥에 허탕을 치는 경우 추운 겨울 내내
굶주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 계속 눈 속을 헤쳐 나갔다.
꿈에서 깨어난 영길이는,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그의 온몸을 감돌았다.
그가 꾸었던 꿈의 해몽에 앞서,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의문점들을 수습하느라 골치 아팠다.
“태양과 하늘은 모두 대 우주의 한 부분일 뿐인디,
어찌하여 꿈속에서 서로 티격태격 입씨름을 했을까?
이런 경우,
마치 형과 아우가 늘 있어온 모내기 문제로 시시콜콜
다투는 것과 멋이 다르냔 말여? “
영길이는 잠을 설쳐가며 궁금증을 풀어보려 했지만,
어느덧 새벽 4시의 자명종소리가 들려와 자리에서
일어나 장사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세수를 하고 방에 들어온 순간 두렁교회에서 들려오던
새벽 종소리가 그의 귀를 멍멍 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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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3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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