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요? 쟤는 지금 1군 등록선수인데요."
"어, 그래?"
그랬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입이 딱 벌어졌다. 감독은 한달 이상 선수단과 함께 움직이고 있던 그가 1군 등록선수란 사실을 잊고 있었다. 결국 1일 잠실 LG전에 배팅볼 투수로 나섰던 그 투수는 2일 엔트리에서 빠졌다.
집안은 기울어가는데 가장은 안방에서 한가롭게 딴청이다. 요즘 롯데 백인천 감독의 덕아웃 화두는 대략 세가지다.
"누워서 하는 운동은 XX가 제일이고, 서서 하는 운동은 골프가 최고다." 롯데 덕아웃에서 백감독이 입에 올리는 단골 메뉴는 골프다. 특히 골프선수인 중학생 아들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이 달라진다. 그런데 노크배트를 들고 스윙폼을 잡는 그의 모습을 볼때마다 왜 선수들과 프런트는 고개를 돌리는 것일까.
애리조나 전훈캠프때도 틈만나면 피닉스 시내 골프숍을 순례하며 쇼핑에 열중했다. 실제로 골프용품 수입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프로야구 감독은 부업이 아니다.
1일 경기전 롯데의 사령탑은 한 신문사 사진기자를 불러 기념촬영을 부탁했다. 다이어트용 한약을 싼 값에 공급하고 있는 대구의 한 한방병원 관계자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올해초 체중감량을 시작해 20kg가까이 몸무게를 줄인 백감독은 다이어트 전도사가 됐다. 입만 열면 성공담을 침을 튀기며 늘어놓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야구는 살짝 뒷전으로 밀려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프로야구 감독은 취미가 아니다.
프로야구 유일의 4할타자, 그리고 일본에서의 빛나는 날들. 하지만 야구인생에 대한 자부심은 때때로 도를 넘어선다.
"솔직히 쟤네들이 프로야?" "투수가 공을 잡을 줄도 몰라." "이게 우리의 한계라니까." 곁에서 듣기 민망할 정도로 험담을 쏟아낸다. 그 모습을 볼때마다 최전선에서 적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는 병사들 뒤에서 사격솜씨가 그것밖에 안되냐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지휘관이 머리를 스쳐간다.
프로야구 감독은 해설가가 아니다.
무모하고 뻔한 작전이 겹쳐 역전패를 당하고 14연패에 빠진 2일 잠실전이 끝나고 롯데는 홈 팀 LG 프런트에 경비원 2명을 요청했다. 전날 경기 후 일부 팬들이 구단버스에 몰려와 감독 면담을 요구하며 거칠게 항의했기 때문이다.
사령탑의 관심사에서 정작 야구는 쏙 빠져있다는 느낌. 3년 연속 꼴찌 굳히기에 들어간 롯데의 비극이다.
<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
첫댓글 백인천 감독 경질 확정됐다네여..;; 에공.. 롯데만 이리저리 불쌍...;;
롯데가 불쌍한게 아니라 구도의 부산 팬들이 더 불쌍하네요. 화려한 경력과 실력의 소유자였던 그가 저런 썩어빠진 생각을 갖고 있으니 한국의 프로야구가 안됐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국이 아무리 싫다하지만 메져리그에서 본 받을건 본받읍시다.
롯데는 감독바꾼다고 정신이 없는거 같아요...부산시민으로서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