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복수-
한번도 가까이 한일 없었는데
한번도 고백한 사랑도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그리움이 되고 사랑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들어가는 사랑
#40 (번외-"사랑해" (11))
그래...이런 모험을 결심한 날에는 부적이라도 하나 끼워놓고
오는 것이었는데!!! 내가 어쩌자고 쓸데없는 무모함을 오늘같은 날
부려댄것일까.ㅠ_ㅠ
"바람둥~~이..."
너무 익숙하다 못해 머리보다 몸이 더 먼저 반응하는, 그런 목소리가
댕~ 하니 울려퍼졌고,
뜬금없는 그 한 마디에 휘적휘적 나아가던 태량의 발걸음이 멈추어버렸다.
쭈빗쭈빗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다를까, 만현껄렁무리들의 중심에는 민하가 떡하니 서 있었다.
전에는 그런 느낌을 못 받았었는데, 껄렁한 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있는걸 보니
아주 불량한 냄새가 팍팍-_- 풍겨오는 것 같다.
"...뭐, 바, 바람 둥이?"
지한테 하는 말인줄 알았는지, 얼굴은 살짝 붉어져선 버벅거리는 태량의 모습에
나도모르게 풉,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태량아~ 너 말구.....
바람둥아, 딱 걸렸네...?
말투는 상당히 장난스러웠지만, 민하의 표정은 다른 때와 달리 상당히
굳어 있었다. 이놈아가 질투를 할리는 없고 높디높으신 자존심이
깎여서 그런거겠지. 지 여자친구라는 명색의 내가 엉뚱한 아이 손을 붙잡고
노닥거리고 있으니 자존심 센 하민하가 어련하시겠어. =_=
"...뭐야, 너 하민하 새끼랑 사겨??"
황당하기 그지 없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보는 태량. 다정시레 잡고 있던
내 손목은 놓아진지 오래다. 날 한번 노려보고, 만현 무리를 한번 힐끗 봐주고,
뒤통수를 벅벅 긁어대며 애늙은이같이 마른 한숨을 뱉어내는 이 아이.
태량이가 연신 미치겠네 라는 말을 내뱉고 있는 사이 순식간에 우리 앞으로
바짝 다가온 민하. 내가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빠르게 태량을 바닥으로
엎어트린다.
"에씨@#$!! 그래! 오늘은 내가 잘못했으니깐 그냥 맞아준다!!
마음껏 때려봐라, 이 새끼야!!"
하태량이라는 이 아이는 뭔가 정의감에 뭉쳐서 사는가 보다. 맞아주겠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정말 주먹 한번 안 휘두르고 바닥에 누운 자세 그대로
웅크리더니 민하의 공격을 다 받아주고 있다.
그러고보니....하민하가 이렇게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은 처음본다. 소문만
들었었는데, 정말 무섭구나. 별 표정의 변화 없이 입만 꾹 닫은채로
하태량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걸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퍼뜩 정신을 차려보니 바로 몇 분전 내 옆에 서 있던 깔끔한 모양새의
하태량은 온데간데 없고 피투성이, 흙투성이가 되어 땅에 나뒹구는 남자아이.
놀이공원 구석진 곳이라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민하야! 그만...."
태량이라는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리고 더 있다간 민하에게도 해가 갈 것 같아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
그러나 무참히도 씹혀버렸고...=_=
"그만하라고 했잖아!!"
나도 모르게 빽 소리를 지르며 다시 한번 태량의 멱살을 들어올리고 있는
민하의 손목을 홱 낚아챘다. 아무 대꾸 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날 빤히 쳐다보는
민하. 목이 꾹 조여오는 듯 했지만 고개를 숙일 수도 없는지라 그대로
민하의 눈길을 받아쳤다.
"....씨@#$.."
낮게 욕을 읖조리더니, 정신을 잃어가는 듯한 태량을 내려놓고,
민하는 내 손목을 잡고 뛰어가기 시작했다. 손목이 욱신거릴 정도로
아주 세게.....
아무 말도 못하고 10분여간 민하의 손에 이끌려 뛰었더니 숨이 가빠왔다.
내가 잘못한건 알겠지만 안 어울리게 오바하는 녀석을 보니 살짝 열도 받았기에
나는 뛰다말고 그대로 확 주저앉아버렸다.
황당하다는 듯 날 노려보더니 이내 한숨을 픽픽 쉬어대는 이 아이.
자...........=_= 윤세희......현명하게...현명하게....
참 오묘하게 지금 이곳도 인적이 없는 한적한 곳이다. 하민하 이놈아가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도 모르니 현명한 대처가 필요해....ㅠㅠ
"...........진짜.....이게 확, 뭘 잘했다고?"
눈썹을 치켜뜨며 말하는 민하. 이놈아의 싸가지없는 말투에 그만 스팀이
돌아버린 나는 발딱 일어나 내가 처한 상황을 잊고 빽 소리질렀다.
"뭘!! 넌 왜 그렇게 오바하는데!! 소풍와서 좀 그럴 수도 있는거지!
아주 애 하나 잡더라??!"
"............그럼 열받는데 어떡해!!!!"
"너만 열받니?? 열받으면 너같이 그렇게 해도 된다니?
솔직히 너 자존심 깎여서 그런거 다 알고, 나도 그건 쫌 미안한데......"
씩씩대며 날 보더니 이내 말을 끊고 붉어진 얼굴을 들이밀며 소리질르는 민하.
"자존심이 아니라!!!
..............내가 너 좋아하니깐!!! 그래서 열받은거라고 이 돌대가리야!!
너 같으면, 니가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눈앞에서 딴 애랑 손잡고 놀고 있는데,
열 안받겠냐!! 내가 무슨 예순 줄 알어?!"
숨이 탁 멈추는 듯한 기분. 그럴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양볼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감추기 위해
또다시 오바를 해버리고 말았다.
"......뭐, 니가 날 좋아한다고? .....민하야- 재미없거덩?"
"누가 재미있으라고 한 말인 줄 알아!
어쨌든!! 내가 너 좋아하니깐..! 앞으로 그런 식으로 나 열받게 하지마!!
난 사귀는 것도 너가 처음이라서...
그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른단 말이야.....씨, 그래서
내가 내키는 대로 하니까 아까 하태량 새끼두 그렇게 팬 거잖아!!"
얼굴은 빨개져가지고, 거의 울상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민하.
말하는게 살짝 유치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아무렴 어떠리. 내 가슴이
이렇게 콩닥콩닥거리는데.
".........뭘 잘했다고 웃어!"
".........하민하. "
배실 웃음을 흘리며 말하는 내 얼굴을 한번 보더니 살짝 흠칫거리며
시선을 돌리는 민하. 얼굴은 빨개져가지고...
"........왜. 뭐."
".........너 진짜 대놓고 말한다 근데...."
"...씨@#$....대놓고 안 말하면....그럼......니가 모르잖아..!!
그럼 또 나 열받게 할 거 아니야!"
이거이거...만현상고의 대표주먹이라는 녀석이 왜이렇게 순진하다 못해
바보스러워 보일까. 붉어진 얼굴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내 손목도 계속 움켜쥔 자세 그대로,
민하와 나는 그렇게 오래오래 서로 마주보았다.
그 날 민하의 새카만 눈동자 속에서 나는 내 영혼을 보는 듯 했다.
.......................
.................
어느새 여름방학을 맞이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진땀이 흐르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절 여름이 성큼 맴돌고 있었다.
하민하 녀석은, 예전의 무뚝뚝함을 다 버리진 못했지만, 요즘 많이 상냥해졌고
무엇보다 그 예쁜 웃음을 자주 보이곤 했다.
사랑스러웠다. 언제까지고 그런 웃음을 짓는 아이와 함께 하고 싶었다.
"이제 왔냐? 요즘 아주 좋아 죽는다 너..?"
민하와 새로 개봉한 공포 영화를 하나 보고 들어 오자마자 띠껍게 날 맞이하는
준하 녀석.
이놈 요즘 아련이가 학원 다니느라 바빠 데이트를 자주 못한다고
심통이 하늘을 뻗치려고 든다. 아주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늘어지는데
아련이에게 한번 전화를 찌르던가 해야지 원 -_-^.
"그래! 좋아 죽겠다! 넌 데이트도 못하고, 외로워서 어쩌니~"
"...에씨, 아련이는 공부를 졸라 잘하니깐 그렇지! 누구처럼=_=
맨날 영화 보고, 노래방 가고, 시내 돌아댕기고 그러는 줄 아냐!"
"......=_=.....(말을 말자..) 엄만? 아직 안들어오셨어?"
"오늘 머리가 좀 아프다고 일찍 왔어. 지금 방에서 주무셔.
......이씨, 너 왜 말 돌려! 너 맨날 데이트만 하고 그런다고 엄마한테 언제 한번...."
준하의 말을 끊고 울려대는 핸드폰. -_- 준하 꺼다.
녀석, 액정을 쓰윽 쳐다보더니 아주 로또라도 당첨된 마냥 얼굴 빛이 확
피는데 옆에서 보니깐 쫌 무서울 정도다. 아련인가 보네...
"여보세요! 엉 아련아!!! ............아니아니, 집이지!!
............진짜?!? 지금?............엉, 오케바리!!!! 3분만 기다려!!"
무슨 10년동안 연락 끊긴 가족에게 전화가 온것 마냥 아주 애달프게
통화를 해대더니 아싸아싸 거리면서 현관문을 박차고 뛰어나가는 준하.
저놈이, 나한테 연애질만 한다는 둥 그렇게 잔소리 해댄게 누군데...
애꿎은 현관문을 잠시 째려봐주고는 2층으로 올랐다.
안방을 지나 내 방으로 향하려는데 내 온 몸을 경직하게끔 하는 신음소리.
쿵쿵 거리는 가슴을 다잡고 안방문 앞으로 다가가 귀를 기울였다.
인정하기 싫지만,
내 귀를 비집고 들어오는, 한동안 들리지 않았던 엄마의 마른 잠꼬대.
나에게도 엄마 못지 않은 악몽을 가져다 주었던 엄마의 잠꼬대.
"............흐윽, 하..그..그만.......
제발.......돈 드릴게요............이제...그.....그만.....으........으흐윽......
......제발 가요.....그만........으으...."
너무나도 처절한 엄마의 신음소리에 내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는 순간.
눈물 한가닥이 내 오른쪽 눈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순간.
엄마의 날카로운 비명이 시작되었고,
부엌 선반위에 있는 약봉지를 꺼내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참 웃기게도,
눈을 감자 보이는 건 하민하 녀석 얼굴이었고,
미래에 내가 받게 될 아픔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아서
내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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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비너스의 복수+ 40 (번외-"사랑해" (11))
펭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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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5
05.08.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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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넘재미있어요^^
ㅠㅠ 정말 안됬다 ㅠㅠ 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