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새
푸르고 풍성하던 산야(山野)는
모든 걸 벗어 버리고 이제 빈손이다.
자연에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되돌아
가는 자연의 법칙이다.
겨울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삭막한 계절,
아득한 옛날 수렵시대,
겨울은 춥고 굶주림의 시간이었다.
그 혹독한 계절의 공포는
인간의 뇌리에 아직도
우울한 DNA로 남아서
쓸쓸해지는 계절이다.
갈대가 바람에 흔들린다.
갈대는 흔들리기 때문에
부러지지 않는다.
잊혀진 계절,
10월의 마지막 밤도 이미 지나갔다.
가수 '이용'은 이 곡을 무대에서
무려 8,000번 이상 불렀다고 말했다.
처음 쓴 가사엔 9월의 마지막 밤이었으나
발매일에 맞추기 위해
10월로 바꿨단다.
가수 장재남이나 조영남에게 주려 했던 곡인데,
행운의 여신은 무명의 '이용'을 스타덤에 올렸다.
장재남 노래 서울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
그 길에서 꿈을 꾸며 걸어가리라.
을지로에는 감나무를 심아보자.
감이 익을 무렵 사랑도 익어가리라.
'장재남'은 밴드 출신 가수로,
누나 '장미리' 여동생 '장은아'도 가수다.
우리나라 대중가요(트로트)는
언제, 어떤 노래로 처음 시작되었을까?
한국의 대중가요는 개화기 일본에 등장한
번안곡(飜案曲) '류코카(流行歌)'가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시작되었다.
희망가
미국의 '제레미아 인갈스'의 찬송집에 수록된
When It Arrives at Home’의 번안곡이
일본에서
'하얀 후지산 기슭'이라는 곡명으로 유행했는데,
기독교 신자였던 임학천이
'이 풍진 세상'이란 제목으로
가사를 붙여서,
민요 가수 박채선과 이유색이
1921년 발표했다.
이 풍진(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그후 최초의 직업 가수인 채규엽이
'희망가'란 곡명으로 불러 크게 유행했다.
이 '희망가'를 한국 최초의 대중가요로 꼽는다.
또 1925년에 발매된 '조선 소리판'에 실려 있는
도월색의 '시들은 방초',
김산월의 '장한몽',
그리고 1926년에
윤심덕이 불러 크게 히트한
'死의 讚美' 등을 주장하기도 한다.
사의 찬미는 윤심덕이 직접 작사하고
노래했지만,
루마니아의 '이바노비치'가 작곡한
'다뉴브(도나우)강의 잔 물결'의
번안곡이다.
사의 찬미
황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더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윤심덕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로
극작가이며 유부남인 김진우를 사랑한다.
그러나 둘은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현해탄에서 동반 자살한
그루미 러브(Gloomy Love)였다.
우리나라 초기의 애국가도
스코틀란드 민요
'로버트 번스(Robert Burns)'의 가곡
'Auld Lang Syne' (석별)의
번안곡이었다.
그러면 한국 사람이 작사,작곡한 최초의
우리나라 '창작가요'는 무엇일까?
한국 최초의 창작 가요는
'김서정'이 작사 작곡한
영화 '낙화유수' 주제곡 '강남달'이다.
이 최초의 창작 가요를 부른 가수는
오빠 생각, 반달, 뜸북새 등을 부르며
동요가수로 활동하던
'이정숙'이다.
김서정(본명 김영환)은 작곡가 겸 영화 감독으로
진주 촉석루에서 남강 건너 망진산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강남달을 작곡했다고 한다.
강남달
강남달이 밝아서 님이 놀던 곳,
구름 속에 그의 얼굴 가리워졌네.
물망초 핀 언덕에 외로히 서서,
물에 뜬 이 한 밤을 홀로 새울까?
불멸의 가요 황제 '남인수'도 고향이 진주다.
최씨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어머니가 강씨 집안으로 개가해
호적엔 강문수였다.
남인수는 예명으로
44세에 폐병으로 요절했다.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 초기 가수들은 대부분
1910년대 출생하고 1930년대에 활동했다.
고복수(울산), 백년설(성주), 김정구(원산),
남인수(진주), 현인(부산), 이애리수(개성),
채규엽(원산),신카나리아(원산), 이난영(목포).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그 '으악새'는 어떤 새일까?
고복수 노래 '짝사랑'에 나오는 으악새.
고복수는 가수 황금심 씨와 결혼해
낳은 아들과
며느리까지 가수들이다.
처음엔 으악새를 새(鳥) 종류로 알고 있었으나
식물인 '억새'라는 설이 파다했다.
억새를 줄여서 '새'라고도 하며 실제로
경기지방에서는 억새를 방언으로 으악새로
부르기도 했단다.
유년 시절 시골에서 소먹이러 다닐 때,
억새잎이 날카로워 손가락을 베기도 했는데,
그럴 때 "새에 손을 벴다"라고 표현했다.
갈대는 한자로 노(蘆) 또는 위(葦)라고 하며,
억새는 자망(紫芒)이라 한다.
한 언론사 시험에서도 으악새는 새가 아니라
억새가 바람결에 부딪히는 소리를 시적(詩的)
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불확실한 문제를 냈다.
갈대와 억새는 벼과의 다년생 식물이지만,
생태와 형태가 서로 다르다.
갈대는 물가에, 억새는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데,
물가에 자라는 물억새도 있다.
갈대는 늦여름, 억새는 가을부터 꽃을 피우고,
억새는 1~1,5m, 갈대는 2m 이상 자란다.
억새는 참억새, 얼룩억새, 가는잎억새,
물억새 등
종류가 다양하고, '핑크뮬리'도
미국에서 온 억새의 일종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당나귀 귀를 가진
미다스왕의 비밀을 알게 된
이발사가
구덩이에 대고 중얼거렸는데,
구덩이 옆의 갈대가
바람에게 속삭여
이 비밀을 누설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이런 설화로 서양에서는 갈대를
밀고(密告)와 무분별한 사람의
비유에 사용하게 되었다.
생각하는 갈대
파스칼은 그의 저서, '팡세(Pensées)'에서
인간은 자연에서 약한 갈대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파스칼이 살던 프랑스 중남부 지방은 대부분
산악지역이어서 파스칼이 본 것은 갈대보다
억새가 아니었을까?
쓸데없는 추측을 혼자서 해 본다.
갈대 축제는 순천만 갈대밭,
억새 축제는 정선 민둥산,
포천 명성산, 창녕 화왕산이
유명하고,
서울 하늘공원 억새도 볼만하다.
으악새는 새(鳥)와 억새(草) 중에서,
과연 어떤 것이 맞을까?
정답은,
이 노래 작사자에게 물어보면 정확하다.
'짝사랑'은
김능인 작사, 손목인 작곡,
고복수 노래로
1934년 고복수의 데뷰곡 타향살이에
이은 2번째 히트곡이다.
동요 작가였던 김능인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본명이 승응순(昇應順)이다.
진주 출신 작곡가 손목인(본명 손득렬)과
콤비를 이뤄 히트한,
타향살이, 짝사랑, 바다의 교향시,
사막의 한(恨), 해조곡(海鳥曲) 등이 있다.
작사자는 노랫말을 쓰게 된 배경 설명에서
뒷동산에 올라가 작품 구상을 하고 있던 중,
멀리서 으악하고 우는 새소리를 듣고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으악하고 울었던 새는 어떤 새일까?
그 새는 실제로 왝 왝 울기도 하고,
평안도나 황해도 지방에서는
으악새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백로와 함께 집단 번식지는
천연기념물이다.
충북 진천군 노원리(천연기념물 13호),
경기 여주시 신접리(209호),
전남 무안군 용월리(211호),
강원 양양군 포매리(229호),
경남 통영시 도선리(231호),
강원 횡성군 압곡리(248호)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러면 그 '으악새'란 과연 무엇일까?
으악새는 억새(草)가 아닌 새(鳥)이며,
그 새 이름은 '왜가리'입니다.
왜가리(Grey Heron)
황새목 왜가리과에는 전 세계 68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왜가리, 해오라기, 백로, 황로
노랑부리백로 등 15종이 분포한다.
노랑부리백로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과
국제조류보호회의(ICBP)에서
적색 자료목록 22호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멸종 직전의
국제보호조이다.
우리나라는 천연기념물 361호로 지정했다.
논이나 저수지 하천 등 물가에서
물고기, 개구리, 뱀 등
수서생물을 먹이로 한다.
왜가리는 길이 1m 전후의 여름 철새이지만
남부지방에서는 텃새로 정착해 살고 있다.
겨울엔 인도차이나 반도,
여름엔 한국, 일본 중국 동부, 몽골 등지로
날아와서 번식을 한다.
희망가 원곡
이 풍진 세월 - 박채선 & 이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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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순정
왜가리
신성리 갈대밭(서천)
제주 이달오름 억새
왜가리
백로
국제 보호종, 노랑부리백로
갈대꽃
순천만 국가정원
순천만 일몰
억새꽃
민둥산 억새
화왕산 억새
서울 하늘공원 억새밭
하늘공원 핑크뮬리
왜가리 집단 서식
백로 집단 서식지
윤심덕
남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