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러 사람 사이에 있어도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고 삽니다. 때로 고독은 가장 나다운 나를 만나는 보석 같은 시간입니다>
고독 산길
신 진
신께서는 우리를 사랑으로 다스리시지
별의별 꽃과 벌 나비 어우러지는 정원을 약속하시고
다정한 언어를 주시며
우리들 보잘것없는 심신을 안아 가시지
가없는 사랑으로 뭇 생명을 거느리시지만
우리네 부족한 폐활량은 따르지 못할 때 있어
우리는 가혹한 사랑 앞에 무척추동물이 될 때가 있지
지렁이가 되어 땅속에서 길을 찾거나
허공과 허공 사이에서 거미줄을 타거나
고독은 신께서 주시지 않는 우리네 천부(天賦)의 산길
향기로운 꽃씨와 거대한 발자국이 닿지 못하는
듣는 자 따로 없고 말하는 자 따로 없는 길
죽은 동물의 뼈와 버려진 식물의 뿌리가 나뒹굴고
언어의 파편들이 잡돌 밭처럼 발목을 채는 고부랑길
길을 잃는 재미에 빠져 가시숲 헤치며 오르다 보면
안 가본 길, 길 없는 길이 두렵지 않네
길 나지 않은 길 따라 신의 정원을 벗어나네
맹세와 규정과 소신 같은 그을음을 떨쳐내고
얼음산에 나뒹굴고 캄캄한 구렁텅이에서 자맥질하며
참새 가슴처럼 뛰는 자신의 심장박동을 받쳐 드네
고적한 만큼 마음 풍요로운 산길 끝 산정에 이르러
볼만한 것들을 새롭게 만날 수 있네
신을 새로 만날 수도 있지
사랑과 법도(法道) 밖 명분과 논리 밖에 서성거리던
뼈와 뼈가 처음 만나고 뿌리와 뿌리가 새로 만나고
잡돌 조각 맞추어 글자를 새로 쓰네
동물과 식물, 미물들의 숨소리에 둘러싸여
새가 날아간 숲의 떨리지 않는 나뭇가지나
새알 속 노른자처럼 오롯한
내가 이룩한 생기
그 중심에 닿네
26.여름 계간 시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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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진과 음악
고독 산길 / 신 진 (辛 進 )
徐無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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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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