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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화상 이야기 (1)
포대화상의 배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인지 배 둘레에 손때 자국이 점점 짙어진다.
우리는 포대화상을 통해 단순한 기복신앙이 아니라 마음이 부처라는 소식과 함께 상처 받은 중생들을 종횡무진 치유하고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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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의 광고모델로 출가사문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나왔더라도, 이는 불교의 계율을 어기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다섯 가지 계율(五戒) 가운데 술 마시지 말라는 불음주계(不飮酒戒)가 있다.
융통성을 발휘하여 이 계율을 늘 깨어있으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해도 광고모델은 정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할 것이다.
그런데 한 소주의 로고에 포대화상을 형상화한 모습이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복영감'이다.
자비정신을 바탕으로 널리 인간을 복되게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포대화상은 마음씨 좋은 이웃집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친근감을 더해준다는 내용까지 덧붙어있다.
화상의 모습이 성스러운 도량에서부터 세속적인 시장 거리에까지 널리 퍼져있는 것이다.
<경덕전등록>에 의하면 포대화상은 명주(明州) 봉화현(奉化縣) 출신으로 당나라 말기부터 활동했던 인물이다.
이름은 계차(契此)이며, 항상 커다란 포대자루를 들고 다녔기 때문에 포대화상이라는 별명으로 많이 불렸다.
그는 모습만 봐도 곧바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독특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다.
포대화상은 올챙이처럼 볼록 튀어나온 배불뚝이 모습을 하고서 늘 화통하게 웃고 있다.
그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보시 받은 물건을 포대 속에 넣고 다니면서 어려운 이웃에게 모두 나누어주었다.
화상과 관련해서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는데, 눈 속에 누워 있어도 그의 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았으며 사람의 길흉을 족집게처럼 잘 알아맞혔다고 한다.
<전등록>에는 포대화상이 지었다는 몇 편의 게송도 실려 있다.
'발우 하나로 천집의 밥을 먹고 외로운 몸은 만 리에 노닌다(一鉢千家飯 孤身萬里遊)'는 시를 통해 구름처럼 살았던 그의 인생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포대화상에 대한 신앙이 적지 않게 퍼져있다.
화상의 배를 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모두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인지 배 둘레에 손때 자국이 선명한 곳이 많다.
그가 포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많은 이들에게 재물을 나누어주었다는 이미지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포대 속에 중생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믿음이 형성된 것이다.
당시 화상에게 음식을 얻은 사람들은 굶주리는 일이 없어졌고 물품을 받은 이들은 가난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재복이 따라왔으며, 아픈 환자는 병이 나았다고 전한다.
이런 기복적 이미지 때문인지 화상의 형상을 모신 도량도 꽤나 많은 편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포대화상은 미륵불의 화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미륵불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56억 7000만년 후 이 땅에 강림하여 모든 중생을 구원한다는 미래불이다.
삶의 중심이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륵은 전쟁이나 재난과 같은 어려운 시절에 대중들이 의지하던 신앙이다.
지금은 어렵고 힘들지만 미래에는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이 그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륵은 꿈과 희망의 아이콘인 셈이다.
당나라가 멸망하고 송나라로 통일되기 전까지 10여 개의 나라로 분열된 혼란기를 오대십국(五代十國) 시대라 한다.
당시 전란으로 인해 중생들의 삶은 파괴되었고 거리에는 부모를 잃은 고아들과 굶주린 사람들로 넘쳐났다.
화상은 여러 곳을 다니면서 탁발한 물건을 포대에 담아 배고픈 이들에게 나눠주고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와 용기를 주었다.
그를 미륵불로 추앙하는 이유다.
이처럼 포대화상은 평생 나눔을 실천하는 삶으로 일관했던 인물이다.
포대는 곧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그 안에는 사랑 이외에도 꿈과 희망이라는 미륵의 마음도 함께 담겨있었다.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그는 계차(契此)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이번(此) 생에서 맺은(契) 인연을 다하고 명주 악림사(岳林寺)에서 가부좌한 채로 열반에 들었다.
다음은 고요 속으로 떠나면서 남긴 그의 열반송이다.
미륵 참 미륵은
몸을 천백억으로 나누었네
때때로 사람들에게 나타나도
스스로 알아보지 못하네
#포대화상 #불교신문(이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