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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의 얼음이 풀린다는 雨水도 지나고 한겨우내 동면하던 개구리가 땅위로
튀어 나온다는 驚蟄을 며칠 앞두고 예년 평균 기온을 웃돌던 따뜻한 날씨가
영하권으로 맴돌며 차거운 한기가 옷깃을 스친다.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아 전국이 차차 흐려져 오늘 오후부터
내일 오전중까지 20-50mm의 비가 내리고 기온은 최저 영하 4도에서 최고 5-15도
의 분포를 보인다는 일기개항을 보니 남도 천리길 여정을 준비하는 나그네의
마음이 영 개운치가 않다, 잔뜩 찌프린 하늘을 쳐다보며 우산과 우의를 챙기고
이른 새벽 집을 나선다.2004년 2월 28일(토) 아침 9시 30분.
사당역 1번 출구, 예술회관 방면에서 회동한 산우들은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
16인승 신형 버스에 자리를 잡는다."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그동안 각자 맡은 삶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가 이제 정년을 넘기고 다정한
옛친구들과 남녘길 여정을 떠나려는 마음에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는
無慾의 警句가 울림이 되어 떠 오르기에 잠시 옮겨 보는 것이다. 그래! 번잡
한 세상사 잠시 잊어 버리고 대자연의 너른 풍광속에 안기어 餘生同樂 하세나!이날 참석한 산우들은
서울에 鄭石宮 산악회장. 田河鎭 등반대장을 비롯 金泰秀. 盧英
根, 朴年培. 尹熙林. 李康大. 李永圭. 許洸學 산우등 9명,
인천에 吳秉益 화요산악회장. 鄭明燮 총무를 비롯 李榮求, 張泰
國, 全永德 산우와 筆者등 6명, 모두 15명이다.인고56산악회의 원거리 산행시 마다 차량을 지원해준 金泰秀 산우(서울아트
패키지.주. 대표이사)는 그간 사용하던 차가 노후되어 금번 현대 카운티 신형
으로 교체하여 새차(95구8045)에 시승하는 기쁨을 맛보게 하였지만 종전 25인
승에서 16인승(운전기사포함)으로 줄어들어 많은 산우들이 함께 동참치 못하여
주최측은 진한 아쉬움이 남았으리라.그러나 이번 산행시 부터 삼성생명 여행자 보험에 전원 가입하여 운행중은
물론 산행중에 닥칠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와 소지품(핸드폰등) 분실시 까지도
책임지고 보상해주는 완전 보험상품에 가입하여 우리 모두는 한결 편안한 마음
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며, 새벽 시장에 나가 아침을 거른 산우들을
위하여 간이식과 음료수를 준비해준 鄭회장과 산행 안전을 챙겨준 집행부 임원
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오전 10시.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고 옥산휴계소에서 잠시 휴식후
일행은 계속 남행길을 재촉한다. 우리가 찾는 남해도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
에 이은 우리나라 네 번째 큰 섬으로 자연 경관이 뛰어난 남해의 보고이며,
남해 금산은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삼남 제일의 명산으로 온갖 전설을
담은 38경의 기암괴석이 금강산을 빼어 닮았다 하여 소금강 혹은 남해 금강이라
부르는 이름 그대로 비단으로 두른 錦山이며, 보리암은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석모도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불교의 3대 기도 도량중 하나로 신라 신문
왕때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고찰이며 망망대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금산의
기암절벽 영봉에 자리 잡고 있다.11시 50분.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위하여 남대전 IC에서 좌회전
한다. 무주/진주간 도로 이정표를 스쳐지나고 멀리 왼편으로 덕유산 줄기를
비껴 지나며 첩첩산중 계곡으로 접어든다.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낮게 깔려
오고 간간 엷은 빗방울이 차창을 스친다.그간 인고56산악회의 많은 산행에 참여하면서 오늘같이 출발 당일부터 비를
맞기는 처음인 것 같다. 하기야 지난해 5월 덕유산 향적봉 등반 후 지리산
바래봉 철죽제 참관을 위해 출발하려는 다음날 우천으로 등반 일정을 취소하고
일찍이 귀경을 서두른적은 있지만, 그래도 귀경중 전주-임실간 국도변에 인접
해 있는 마이산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의견 따라 우산을 바쳐 들고 마이산
탑사를 찾은적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 우리만을 위하여 항상 좋은날만 있으
라는 법은 없지.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고 우중 여행의 또 다른 멋을 즐겨
보세나.12시 40분. 무주 IC를 지나 무주읍으로 진입한다. 남덕유산과 적상산 산자락
에 조용히 자리 잡은 무주읍 중심 도로변에는 "2014년 동계 올림픽은 무주에서"
라는 전북도민의 염원을 담은 환영 입간판이 반겨 맞아준다. 지난번 강원도
평창과 후보지 경쟁에서 실패한 아픔이 전도민의 염원으로 승화되어 차차기
올림픽을 준비하는 집념의 표시 이리라.산우 일행은 무주군청 옆에 있는 <금강식당>을 찾는다. 향토음식 전북도 지정
음식점으로 어죽전문집이다. 금강 상류 청정지역에서 잡아올린 붕어를재료로
해서 만든 어죽으로 지난해 덕유산 향적봉 등반시 들렸던 집으로 옛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은 것이다. 붕어찜 대신 해물부추전이 상에 나오고 어죽으로 입맛
을 다시며 오찬을 즐긴 일행은 해발 242m의 싸리재 고개를 넘는다. 어디서
많이 듣던 친숙한 이름이다.오후 2시 15분. 무주/진안/장수를 지나고 함양/산청으로 접어든다. 오른편
으로는 백두대간 줄기인 지리산 산허리가 이어져 있으며 남강 상류인 경호강
줄기가 진주 진양호로 흘러 내린다. 진주시를 벗어나 남해고속도로 하동 IC
에서 19번 국도로 이어지는 남해군으로 방향을 바꾸고 남해대교를 향한다.도로 좌우변 얕으막한 야산에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눈길을 끈다. 자세히 보니
갓 피어나는 보리싹의 물결이다. 새봄을 재촉하는 신호인양 짙은 회색의 하늘
과 조화를 이루며 산행객의 마음을 신선하게 한다.3시 35분. 일행을 태운 버스는 남해대교의 날렵한 모습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1968년 5월에 착공하여 만 5년만인 1973년 6월에 준공된 남해대교는 한국 최초
의 縣垂橋로 길이 660m, 높이 80m, 폭 12m로서 개통 당시 동양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며 70-80년대 남해를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잡게 했다. 특히 이곳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1598년 정유재란때 왜군의 총탄을 가슴에 맞고 쓰러진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 노량해협이다. 유해는 인근 관음포에 안장됐었다.남해대교 아래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과 규모가 같은 모양의 전시선을
띄워 관광객에게 선보이고 있으며 일행은 다리를 건너 관음포 이충무공전몰
유허지를 찾는다. 왜적의 총탄에 맞아 순국 하신후 맨처음 영구를 모셨던 곳
으로 현재는 가분묘가 설치되어 있으며 사적 제232호로 지정되어 있다. 사당
입구에는 "戰方急 愼勿言我死" 즉 지금전쟁이 급박하니 내가 죽었다는말을
삼가라 라고 각인된 돌비가 우뚝 서있다. 돌아가시며 까지 남기신 마지막
유언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남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19번국도 따라 진행하다 산우들은 금산 보리암을
향한다. 내일 오전중에도 비가 온다고 하니 내친김에 오르자는 의견 따라
방향을 바꾼 것이다. 도로 좌우편에는 남해의 유명한 마늘밭이 지천이다.
널리널리 파란색을 머금고 펼쳐저 있다. 적절한 일조권과 남해의 해풍이 마늘
농사에 적합한 탓이리라.시간은 오후 4시40분. 보리암을 오르는 길은 여니산과 마찬가지로 구절양장
의 가파른 고갯길이다. 짙은 운무는 산정을 가리우고 10여m 앞도 분간이
어렵다. 조심조심 산허리를 타고 일행은 보리암 매표소에 다다른다. 일반
관광객은 통상 보리암을 왕복 운행하는 셔틀버스로 환승하고 오르도록 되어
있으나 일기불순에 따라 오늘은 운행이 중지되어 보리암만을 관람후 하산하는
조건으로 통행을 허가 받는다.간이 주차장으로 부터 보리암까지 800m, 이제는 차에서 내려 우산을 바쳐
들고 빗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한 20여분쯤 지나니 금산의 기암절벽 영봉
에 자리잡고 있는 보리암에 다다른다. 남해의 망망대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선경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하나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로원근을
짐작할 수 없어 장님 코끼리 만지듯 주마간산격으로 주변을 살펴본다.석탑의 남서쪽 모서리에 나침판을 놓으면 남쪽을 가리켜야 할 바늘이 북쪽으로
향하는 자기 난리가 일어나는 불가사의에 대하여 아직 규명을 못하는 삼층석탑
온화한 미소의 해수관음상, 금산 제38경의 일출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룬다고 하나 우리에게는 남의 이야기만 같다.오후 5시 40분. 주변은 어둑어둑 해지고 보리암을 내려온 일행은 남해를
벗어나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넌다. 삼천포는 1995년 사천군과 합쳐, 사천시
로 편입되면서 행정구역상으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다리 이름으로
계속 남게 됐다.보리암을 떠난지 약 한시간이 지나고 일행은 삼천포 포구에 자리잡은
<빗지식당>으로 안내된다. 남해 청정 해안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회전문집
으로 鄭회장이 사전에 준비한 만찬장소이며 깔끔하게 정돈된 만찬장은 화기롭고
훈훈하게 객창 나그네를 맞이한다.풍성한 식당은 미각을 즐거웁게 하며 오늘 따라 "구구팔팔"이라는 건배 제의
가 만찬장을 흥겨웁게 한다. "白壽까지 팔팔하게 살자"나, 처음 들어보는
건배제의가 싫지만은 않은 표정들이다. 흥겨운 만찬이 끝난 후 일부는 노래방
으로, 일부는 오늘의 숙박지 <해동궁전 모텔>에서 꽃놀이패와 수담으로 첫날의
여정은 마감이 되고 각자는 편안한 휴식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첫댓글 김형의 산행기는 단순한 산행기를 넘어 고장의 역사를 공부하게 합니다.인생은 여행이라 했던가요 구구팔팔 하시기 바랍니다.
산행기 원고 고가구입 신청합니다.1,2년 후엔 출판합시다
지산 수고했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지산 김재성님 자상한 기록에 감탄. 나침판 바늘은 철분이 많이 함유된 돌이나 바위에선 작동이 비정상입니다.
윤사! 불가사의의 신비를 밝혀내는 혜안의 머리를 숙입니다. 이런 좋은친구를 갖은 지산은 행복합니다.
너무 너무수고 많었습니다. 기록에 남을것입니다.
산행기가 너무자세하여 집행부가 많은 부담이가네요...너무 잘먹고, 너무 잘노는것만 같에서, 일박이일 등산가도 반듯이 적당한 등산하고 그지방의 명소 순례하고 가급적 그지방의 토속음식을먹고 등따스한 잠자는겄을 실행할려고 합니다. 김재성 대기자의 산행기가 등산에 동참못한 친우들에게 좋은소식이 될줄믿고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