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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천시민건강원 원문보기 글쓴이: ㉭ŀЬ福㉭ど英雄
4·9총선 결과 한나라당은 간신히 과반 의석에 턱걸이(153석)했다. 그러나 이른바 박근혜계는 한나라당 소속 33명, 한나라당 밖의 친박연대 소속 14명, 친박 무소속 12명 등 59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한나라당, 통합민주당에 이은 세 번째 규모다. 이러한 약진은 ‘계파 소멸 위기’를 반전시킨 것이어서 더욱 극적이었다. 한나라당에서 친박 인사는 겨우 38명만이 공천권을 받았다. 김무성, 김재원, 한선교, 송영선 등 친박 성향 국회의원 상당수는 낙천의 고배를 마셨다. 박근혜 전 대표는 낙천 친박 의원들을 위로하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내 가슴이 찢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총선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 거짓말 같은 ‘박근혜의 마법’이 현실화했다. 공천 탈락자들이 친박연대와 무소속 연대를 구성해 출마하고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 없는 지원’을 시작하자 영남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친박 돌풍’이 불어 닥쳤다. 여론조사에서 배 이상 뒤처져 있던 비(非)한나라 친박 후보들은 한나라당 후보들을 무섭게 추격, 앞질렀다.
거짓말 같은 ‘박근혜 마법’ 선거 사상 유례 없던 일도 벌어졌다. 친박후보가 출마하지도 않은 한나라당 텃밭 지역구에서 ‘평소 박근혜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막강 실세 이방호 의원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진 것이다. 이재오, 정종복 의원 등 박근혜계 공천 탈락의 주역으로 지목된 실세 의원들도 낙선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2008년 한국 정치지형이 그려낸 최대의 의문인 ‘친박돌풍’에 대해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외과 교수, 임혁백 고려대 정외과 교수, 정진민 명지대 정외과 교수 등 정치학 교수 5인으로부터 거침없는 진단을 들어봤다. 이들 교수는 한결같이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은 불공정하게 진행됐으며 친박연대와 무소속 연대의 당선자들이 한나라당에 복당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 측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정치 개혁·정당 민주화를 후퇴시켰으며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에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원칙…원칙…상식…원칙… 이들은 “박근혜의 ‘말’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부터 이번 총선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전 대표는 특별한 정치활동을 하지 않았다. 선거기간에도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만 머물렀다. 그런데 그는 오직 ‘몇 마디 말’로 위기를 수습하고 돌파구를 만들어나갔다는 것이다. 선거의 판도를 바꾸어놓은 박근혜 어록을 시간대 순으로 정리해봤다. “이번 선거에서 꼭 한나라당이 이겨 정권교체가 되었으면 좋겠다.”(2007년 12월19일 대선 투표 소감) “나는 정치를 하면서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과 상식을 지켜온 것뿐이다.”(12월27일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수상 소감) “(당권-대권 분리는)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대로 해야 한다. 당연한 것이다.”(12월28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정상적으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당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을 그렇게 뒤로 미룬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당선인이 분명히 늦추지 않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2008년 1월2일 한나라당 대구·경북 신년 하례회 장에서 “(내가 대표일 때) 나는 공천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정상적 절차에 따라 했다.”(1월3일 대구 달성군 신년 하례회 장에서) “(공천이) 과거로 돌아간다든지 또는 조금이라도 잘못해서는, 저는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저지하겠다.”(1월10일 김용갑 의원 정계은퇴 위로연에서) “나는 지분 챙기기 식으로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공천은 원칙을 지켜 공정하고 투명하게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해야 한다.”(1월1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이것은 정의가 아니다.”(3월6일 한선교, 이규택 의원의 공천탈락을 접한 뒤) “내 계파를 인정해달라,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 오로지 원칙을 가지고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BBK 얘기한 사람은 안 된다든지, 살생부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이런 것은 정말 아니다. 잘못된 공천으로 정치발전 다 잃어버렸다.”(3월12일 기자회견문) “기준도 없는 공천에 억울함을 당한 여러분을 보니 내 가슴이 찢어진다. 꼭 살아 돌아오시기를 바란다.”(3월14일 낙천 친박 의원 만찬에서) “그러나 결국 저는 속았다. 국민도 속았다. 경선은 한군데서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누가 공천을 받았고 못 받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다.”(3월23일 기자회견문)
임혁백 고려대 정외과 교수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원칙과 상식을 강조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말에 총선 승리를 가져온 핵심 요인이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박 전 대표는 자신은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유권자에게 전달했다. 행동에 있어서도 원칙을 굽히지 않고 이명박 측과 비타협적으로 맞서다 자신의 계파 의원들이 대거 낙천했다. 그러자 유권자들이 박근혜의 편에 서주었다. 품격 높은 선동이 ‘대통령당의 작태’를 꺾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 한나라당 공천에서 무더기 탈락한 친박 인사들은 탈당한 뒤 총선에 출마했습니다. 그 결과 소속 정당과는 관계없이 박근혜라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59명의 친박 후보가 당선됐고요. “박근혜 전 대표가 당대 최고의 ‘캠페이너(campaigner)’라는 점이 다시 입증 된 거죠. 선거에선 이념이나 구도도 중요하지만 걸출한 인물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도 큽니다. 그는 정말 ‘선거의 여인’입니다. 유권자 설득에 관한 한 일인자라고 할 만하죠. 그런 박근혜를 한나라당의 주류에서 배척한 것이 한나라당엔 ‘턱걸이 과반 의석’이라는 결과를 낳은 거고.”
“당대 최고의 캠페이너” ▼ 박 전 대표의 어떤 측면이 급조된 친박 진영의 총선 승리를 이끈 것일까요. “박 전 대표는 간결한 메시지로 민심을 잡는 힘이 있어요. 직접적으로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꼭 살아서 돌아오라’는 두 마디로 경상도 여론을 돌려놓았죠. 더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경선 승복 등 박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언행일치 이미지’ ‘원칙의 정치인 이미지’가 그가 제시하는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이는 거죠.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진보 성향 유권자도 긍정적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봐요.” ▼ 진보 성향 유권자도요? “이들 유권자 중 상당수는 박근혜의 정책에는 비판적이지만 박근혜의 퍼스낼리티, 신념, 자세와 같은 것에는 보수 성향 유권자와 마찬가지로 높이 평가합니다. 문제는 정책이 워낙 안 맞아 지지층이 되지는 못하는 거고요.” 임 교수는 “박 전 대표가 2004년 총선 때 한나라당의 선전을 이끌어내고 이후 선거에서도 연전연승한 것은 그가 공천혁명과 당 개혁을 통해 차떼기 당 이미지를 벗겨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진보진영도 본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
“MB정권, 정당 민주화 후퇴시켜” ▼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총선의 민의는 무엇일까요.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통령당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예요. 노태우 대통령의 민자당, 김영삼 대통령의 신한국당, 김대중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이 그 예죠. 이번에도 반복됐어요. 이명박 대통령은 신당 창당이 아닌, 리모델링을 통해 자기 당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공천개혁, 정당개혁을 거스르는 시도로 보였죠. 인사 파동에다 비민주적 공천 작태가 나타나자 국민이 심판한 겁니다. 공천 주역 3인방이 다 떨어졌잖아요.” ▼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했는데. “서울을 휩쓴 이른바 ‘뉴타운 의원들’이 없었다면 한나라당은 참패했을 겁니다. 한나라당은 충청에서 참패했고 제주에서 전패했어요. 영남에서도 역사상 유례없는 나쁜 결과였고 강원도도 2석뿐이죠. 국민은 총선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것도 아니고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려 한 것도 아니었어요. 국민이 한나라당을 심판한 선거였는데 뉴타운 의원들 때문에 착시현상이 일어난 거죠.” ▼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 여권 내 의견이 엇갈립니다. “한나라당은 공천을 잘못해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므로 그들을 자동적으로 복당시켜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잘못을 인정하고 세력을 규합하는 것이 한나라당에 더 낫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정진민 명지대 정외과 교수 정진민 명지대 정외과 교수도 한나라당의 공천 실패가 박근혜계의 선전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지역구별 후보자 경선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는 등 공천이 상당히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공천은 잘못됐어요. 기업체가 서류심사·면접해 신입사원 뽑는 것도 아닌데 공천을 계속 미루다 짧은 시간에 소수의 공천심사위원이 하향식으로 공천했죠. 밀실공천 논란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에 경선을 통한 후보선출 문화의 싹을 잘랐어요. 미국에선 의원 선거의 정당 공천 때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경선이 열립니다. 한나라당의 공천 후유증은 본 선거로 이어졌어요. 영남처럼 한나라당 강세지역에서는 본선을 경선처럼 한 셈이죠. 본선에서 승리한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을 막을 이유가 없어요.” ▼ 2004년 총선 때는 경선이 있었나요. “그때도 저조하기는 했지만 경선을 했어요. 한나라당의 경우 전체 지역구의 10% 정도에서 경선이 이뤄진 것으로 압니다. 나름대로 정당개혁이 된 거죠.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할 생각을 않더군요. 지금의 한나라당 지도부는 오히려 정당 정치를 퇴행시켰어요.”
“정몽준 당권 도전 이해 안 돼” ▼ 박근혜 전 대표의 총선 행보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우리나라 정치인 중 박근혜 전 대표 정도가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는 정치인이 아닌가 합니다. 보수, 진보를 떠나서, 박 전 대표처럼 일관성 있게 처신하는 정치인이 무척 드물죠. 대부분은 단기적 이해관계에 몰두하는데. 또한 박 전 대표는 유권자에게 ‘깔끔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총선에 임한 그의 태도에서 어떤 잘못을 찾아내기는 어렵고 다만 지지세가 영남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 그를 둘러싼 주변 인사들이 ‘올드(old) 이미지’라는 점은 지적될 수 있겠죠.” ▼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이라면. “낮은 투표율이죠. 46%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국회의원 당선자의 대표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야당이 된 통합민주당을 찍어주기는 싫고 집권 여당은 권력 투쟁, 당권 투쟁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투표율을 떨어뜨린 한 요인일 겁니다. 이와 관련해 무소속으로 있다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이 당권 투쟁에 가세해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서는 건 잘 이해가 안 돼요. 6선 의원이므로 자격이 있다고 하는데 선수(選數)는 큰 의미가 없어요. 정당 정치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해왔는지가 중요하죠.” ▼ 총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 대통령이 자주 말하는 ‘탈 여의도 정치’가 어떤 개념인지 잘 모르겠어요. 민주주의의 핵심이 의회이고 정당인데, 그것을 ‘탈(脫)’하겠다는 것이 대기업 CEO식으로 나라를 경영하겠다는 뜻이라면 동의할 수 없습니다. 사실 대통령은 대표적 정치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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