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비디오 판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심판의 거듭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믿기에는 오심이 너무 자주 나오고 있다.
오심은 경험과 교육으로 막기 힘들다. 심판 경력 20년 넘은 베테랑도 눈 깜짝할 만큼 찰나의 순간을 정확히 캐치하지 못해 오심을 저지른다. 인간의 눈과 귀는 한계가 있다. 카메라로 판정을 바로잡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비디오 판독을 두고 찬반이 엇갈린다. 빨리 도입해 오심을 막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심판 고유의 영역을 존중해주자는 목소리도 있다. 기계가 판정에 개입하면 야구 보는 재미, 인간미가 떨어진다는 것도 반대하는 쪽의 근거이다.
심판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심판은 경기를 공정하고 불편부당하며 규정에 어긋남이 없이 진행하기 위해 존재한다. 심판의 권위는 정확한 판정을 내릴 때 바로 선다.
하지만 몇 년 사이 심판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오심 논란이 끊이지 않아서다. 스포츠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공정성이 깨지면 스포츠는 그 생명을 잃어 버린다. 공정성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하는 가치다.
야구 관계자와 야구 팬들 사이에선 심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못 믿겠다는 거다. 9회 초 1점 차 상황에서 오심으로 경기가 끝난 지난 25일 잠실 LG-KIA전이 한국시리즈 7차전이었다고 가정해보자. 패한 KIA는 분통이 터져 한동안 밥이 안 넘어갈 것이다. 이긴 LG도 오심 꼬리표가 따라붙어 찜찜하긴 매한가지다. 오심으로 인한 구단의 피해, 팬이 입은 상처는 그 누구도 달래주지 못한다.
비디오 판독이 필요한 건 그래서다. 단 한 명의 사람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판정으로 공정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모두가 결과에 승복했을 때 경기는 비로소 성립된다.
비디오 판독 도입의 혜택은 구단이나 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심판도 득을 본다. 심판은 스트레스가 줄고, 이는 더욱 정확한 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오심을 저지르고 2군행 징계를 받은 박근영 심판위원은 1군으로 복귀한 뒤에도 오심을 했다. '오심을 하면 안 된다'는 강박과 그로 인한 경직된 판단력이 또 다른 오심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심판의 짐을 비디오 판독이 덜어줄 수 있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심판의 영역은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도 침해받지 않는다. 여전히 모든 판정은 심판이 내린다. 다만, 이의가 제기됐을 때 경기를 사방에서 지켜보고 있는 카메라가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심판은 비디오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있다. 항의하는 감독과 불필요한 감정 싸움을 벌일 필요도 없다. 비디오를 돌려보고 본 그대로를 말해주면 그만이다.
판정을 번복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틀렸다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오심을 바로 잡음으로써 심판은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여론의 비난을 받거나 "죄송하다"고 사과할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