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앞에 하나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맨다.
그걸 자유라고 말한다면 난 엉터리로 자유로부터 하루빨리 도망쳐
구속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감옥에 갇힌 것처럼 같은 시간에 주어진 일이 있고,
내가 만드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국가, 체제)로부터 주어진 일을 해야 한다.
평생 교육공무원이라는 일을 해 온 난 거기서 나오니
내 일을 아직도 찾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공부도 안하고 일도 안하고 사람(친구)도 안 만나고---
중국 고전을 원문으로 읽고싶다던 소망도 이젠 시들하다.
고흥이나 동네의 일에 관심갖다보니 민속이나 근현대사 인물들에도 관심이 간다.
김성동의 현대사 아리랑을 고흥도서관에서 가져다 보다보니
개정판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로 바뀌었다.
중고값도 새책과 가격이 비슷하다.
그들을 공산주의자라 할까? 그래 조선공산당이다.
치열하게 왜놈과 싸우다가 남에서나 북에서나 다시 일본 부역자들이나 공산당 동료들에게
고문받고 모욕당한 그 분들의 삶을 우린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 동네와 이웃들의 동학이나 의병, 그리고 제대로 된 나라를 세우기 위해 아프게 고민했던 분들의
이야기를 우린 그런 사실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낸다.
하루 일이 조금이라도 진척이 없다면 어느 때 앞으로 밀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후다닥 점심을 먹고 2시 탈주를 보자고 보성작은영화관으로 운전한다.
중학생인지 단체 관람학생들이 팝콘 받는 앞에 줄을 서 있다.
혼자 일하는 여직원은 바쁘다.
7,000원 표를 겨우 사서 한참 앞자리에 앉아 영화를 본다.
북에서 탈출한 군인의 이야기이다.
그를 막는 권력자 보위부 간부가 에전 그를 형으로 부른 주인공은
그의 도움과 저지르르 무릅쓰고 탈출한다.
자기 삶은 자기가 결정한다.
영화 대사처럼 그는 남으로 내려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까?
실패의 몫도 자기의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정 동의가 된다.
부지런히 일림산으로 간다.
장마 중에 득량만과 고흥반도를 볼 수 있으려나 하는데
주차를 하자 가는 비가 내린다.
우산을 챙겨 놓고 등로로 가는데 한쪽에 트럭을 세워놓고 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젊은이가 보인다.
산을 못 가게 막으려나 긴장하는데 그는 여전하다.
편백숲을 지나 고갤 쳐 박고 비탈을 오른다.
몇 개의 임도와 개울을 건너나 했는데 지나고 보니 절터다.
보성강 시원지 쪽으로 가려 했는데 고개 쳐 박고 오르다 보니
가깝지만 비탈진 곳으로 올라왔다.
40여분만에 정상에 닿으니 빗줄기는 굵어진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술은 없고 과자를 먹을 생각도 안 난다.
시원지 쪽 능선을 걸어 내려온다.
아까의 트럭은 시동이 걸려 있다. 한 시간 40분 정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