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볼트' 10월부터 출시 닛산 '리프'는 12월에 나와
GM이 27일(현지시각) 전기차 볼트(Volt)의 가격을 4만1000달러(약 4900만원)로 결정하고, 올 10월부터 미국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를 시작한다. 앞서 일본 닛산은 전기차 리프(Leaf) 가격을 3만2780달러(약 3900만원)로 책정하고 올 12월부터 소비자들에게 인도한다.
이에 따라 올 연말부터 미국 시장에서 세계 최초로 일반 소비자 대상의 전기차 판매·보급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자동차산업 조사분석업체인 AD컨설턴트의 윤재석 회장은 "내년 이후 미국 시장에서 GM과 닛산의 전기차 보급 경쟁이 치열해지면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값이 너무 비싼 게 걸림돌…소비자 반응 지켜봐야
미국에 판매되는 전기차 볼트와 리프는 미국 정부로부터 최대 7500달러(약 89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소비자는 3000만~4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볼트·리프는 국산 준중형차 아반떼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가격은 일반 휘발유 차량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볼트는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40마일(약 64km)에 불과하며 이후에는 차량에 장착된 소형 휘발유 엔진이 만들어낸 전기 힘으로 달리게 된다. 장거리 고속주행이 불가능하며, 시내주행도 하루 70~80㎞ 이상을 달리면 일반 차량처럼 휘발유를 소모하게 된다.
순수 전기차인 리프는 한 번 충전해 100마일(약 160㎞)을 달릴 수 있지만, 에어컨·와이퍼 등을 가동할 경우 주행거리가 100㎞까지 떨어진다.
그러나 GM·닛산은 친환경차를 선호하는 일부 소비자와 법인구매자,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의지가 강화되고 있어 보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이들 전기차를 리스로 탈 수 있기 때문에, 초기 구입비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닛산은 선수금 1999달러에 36개월간 매월 349달러를 내고 리프를 빌려 타는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GM도 선수금 2500달러, 36개월간 매월 350달러에 볼트를 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기 시장은 미국 일부 지역에 한정될 전망이다. GM은 캘리포니아·미시간주·뉴욕·오스틴 등 4개 권역에서만 볼트의 리스 프로그램을 적용한다. 닛산도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내 5개 지역에서만 전기차를 판매한다.
◆해외 보고서 "전기차 보급 아직 멀었다"
GM·닛산 등이 전기차 개발·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수익을 내는 것은 요원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스티븐 래트너(Rattner) 전 백악관 특별보좌관은 GM의 전기차와 관련한 GM 내부 계획을 면밀히 검토한 뒤 "볼트가 4만달러가 넘는 비싼 가격 때문에 앞으로 최소 5년간 GM의 재무 상황 개선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가 최근 발간한 '2016년 순수전기차 글로벌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순수 전기차는 2016년에 유럽 23만9000대, 일본 17만6000대, 북미 6만2000대, 한국 2만6000대, 중국 1만5000대, 기타 1만5000대 등 총 53만여대에 불과하다. 2016년에도 전 세계에서 판매될 전기차 숫자는 전 세계 연간 신차판매량의 1% 미만이란 얘기다.
보고서는 또 2016년 자동차회사별 전기차 생산비중을 르노-닛산 21%, 푸조-시트로엥 10%, 벤츠 8%, 포드 8%, 혼다 6%, BMW 6%, 현대차 6%, GM 6%, 폴크스바겐 6%, 도요타 4%, 미쓰비시 4% 등으로 예측했다. 특히 폴크스바겐·도요타·현대차 등 현재 세계 자동차회사 중 가장 경쟁력이 높다는 3개 업체의 비중이 매우 낮다는 것은 이들 업체가 당장 전기차에 집중할 뜻이 없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톨릭대 김기찬 교수는 "현대차 등 기존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을 계속 외면할 경우, 전기차 시장을 선점한 경쟁사나 신규 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