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행복 전도사의 죽음
등고(登高)
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바람 일고 하늘 맑고 원숭이 울음 슬프게 들리는데,
無邊落木簫簫下(무변락목소소하)-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떨어진다.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래)-끝없는 긴 강은 계속하여 흘러오는구나.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만리타향에 가을을 슬퍼하며 늘 나그네 신세가 되니,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평생 많은 병을 지닌 몸으로 홀로 대에 오르도다.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온갖 고통에 서리 같은 귀밑머리가 많음을 슬퍼하니
燎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늙고 초췌함이 흐린 술잔을 새로 멈추었노라.
두보(杜甫)
비탄(悲嘆)스러운 가을의 심경이다.
위의 가을 시는 고교 시절 국어시간 시험문제로 나올 정도로 유명하여 의미도 모르는 채
그냥 기억만 했는데 이제 나이드니 음미가 된다.
중국 당(唐)나라 문화가 가장 화려했던 성당(盛唐)시절 시선(詩仙) 이백(李白)과
시사(詩史) 두보(杜甫)가 등장한다.
시선(詩仙) 이백은 생애를 거의 방랑길에서 보냈으며, 시풍이 호방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면서 약간은 거칠고 낭만적인 성향의 시풍(詩風)이다.
시사(詩史)라 불리는 두보는 당대의 최고의 시인이었던 두심언(杜審言)의 손자로
거의 벼슬에는 관심이 없고 일생을 가난과 방랑 속에서 보냈다.
두보의 시는 비참한 현실, 불합리한 윤리 등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인간에 대한 열렬한 애정과 애절함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두보의 시는 가난 늙음 질병 인생의 외로움을 사실대로 표현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저미게 한다.
위의 시는 객지 만리(萬里)를 유랑하며 가을을 슬퍼하는 나그네의 몸으로, 한평생 허구한 노심(勞心)과 병고로 지친 몸이 친구도 없이 홀로 대(臺)에 올라 답답한 가슴을 헤쳐 보려고 한다.
가난하고 병든 몸에 시달려 서리같이 센 귀밑털이 어지럽게 휘날리는 것을 슬퍼하고,
싸늘한 가을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높은 언덕에 앉아, 자연의 흐름 속에
비춰진 인생의 무상함과 늙고 병든 몸과 슬픔을 한 잔 술로 한스러운 마음을 달래려 한다.
“행복전도사”의 이름으로 KBS 아침마당에 고정 출연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얼굴인
최윤희씨가 앓고 있던 원인 불명의 난치병의 고통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고
스스로 이승을 마감하였다고 전한다.
너무 가슴 아픈 일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무리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도 노년기에 접어들면 심리가 불안해지고 질병으로
인한 우울함과 무기력감이 더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사회에 행복감을 전도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억눌러야 했던 스트레스도 상당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행복전도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기 보다는
역(逆)으로 난치병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서 “난치병 VS 행복전도사” 의 극(極)한 상황 설정으로 신병(身病)의 고통을 극복하려 한 것 같다.
그리하여 “웃음 희망 멋진 노후” 등 책을 쓰면서 난치병과 대결구도를 만들고 겉으로는
“가장 행복하게 보이는 웃음”을 웃으면서 병마를 극복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 내면적인 투병(鬪病)이 오죽이나 처절(悽絶) 했겠는가 !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병고(病苦)를 격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독(毒)한 마음으로 차라리 “심장마비” 같이 “뚝” 숨이라도 끊어지면 일순간은 슬퍼도
고생은 안하지만 생에 대한 애착으로 병마를 극복하려는 환자의 고통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제 손으로 제목숨 끊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의 한 정치학자가 쓴 글에 미국 대통령이 될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 자질 3가지
로, 건강, 정열, 비전을 제시하면서 건강을 제일 첫째 조건으로 하였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두보(杜甫)는 대표작 등악양루(登岳陽樓)에서 다시 병든 몸을 한탄한다.
老病有孤舟(노병유고주)-늙고 병든 몸 외롭게 쪽배에 의지하고
憑軒涕泗流(빈헌체사류)-난간에 기대서니 하염없는 눈물만 흘러내린다.
가을 초입(初入)에 마음 무겁게 하는 비보(悲報)다.
고인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농월-
첫댓글 농월선생님!.. 건강하세요.
인간의 정신이라는 것이 아무리 강해도 "육신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例로서 이(齒)가 한번 아파 보면 육신의 편안함이 얼마나 좋은 것인 가를 알지요.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 진다는 것이 저 꼴뚜기의 지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