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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아침 일찍이 일어나 창문을 여니 상큼한 해풍과 함께 해조음이 밀려 들어오고
꾸륵꾸륵 갈매기 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간밤에 뿌려대던 빗방울이 멈추고
동녘하늘 구름사이로 여명의 아침해가 밝아온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오전 7시30분. 숙소 인근 <목섬양곱창>집에서 우거지 해장국으로 식사를
마친다. 경상도 특유의 짠맛이 없고 우리의 입맛에 딱 맞는다. 알고보니
주인 아주머니의 고향이 인천 숭의동 이란다. 그러면 그렇지, 한결 부드러움
속에서 고향의 맛을 즐긴 일행은 커피까지 대접받고 다음의 행선지를 향한다.진주 남강댐과 촉석루를 둘러보고 귀경하려는 당초 일정을 변경하고 금산 보리
암을 다시 오르자는 집행부측 긴급 제안에 모두 찬성하고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 남해 금산으로 향한다.사실 필자는 어제 저녁 짙은 안개 속에서 삼천포대교를 건너며 이번 테마여행
기를 기술하지 않으리라 생각 하였다. 우중에 또한 짙은 운무에 가려 아무것
도 볼 수 없었으니 도대체 무엇을 보고 느끼며 여행기를 쓸것인가? 망설여지고
결론은 다음 기회에 다시 방문 하자고 마음 먹었으나 이 아침 찬란한 태양과
함께 쪽빛 바다 한려수도와 점점이 떠있는 크고 작은섬, 기암괴석의 남해 제1경
인 금산 보리암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기쁨에 필자는 가벼운 흥분에 휩싸
이게 된다.8시 20분. 푸른 남해 바다위에 걸린 삼천포대교 아래 주차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올려다 본 대교와 연이어 서있는 초양교, 늑도교는 한폭의 그림인양 아름
답기만 하다. 남해는 지금 다리의 향연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금산 보리암
제1경 외에 남해의 또 다른 볼거리는 다리 구경이다. 남해는 본섬과 창선도등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배편으로만 왕래가 가능했던 남해에 차량이
들기 시작한 것은 전술한 남해대교가 개통되면서 부터이다.창선도와 삼천포항 사이 세개의 섬 늑도, 초양도, 모개도를 잇는 다리는
엉개교/단항대교/늑도교/초양교/삼천포대교등 모두 다섯개의 다리로서 총
길이는 3.4km이며 앞의 두개의 다리는 남해군에, 뒤에 세개의 다리는 사천
시에 속한다.다리마다 공법이 모두 달라 단번에 다리 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야간이면
삼천포대교와 초양교가 조명을 밝혀 더욱 가관을 이룬다고 한다. 삼천포대교는
길이 436m로 큰 기둥에 케이블을 늘어뜨린 斜張橋로서 다리 밑으로 500톤급
선박이 통과할 수 있도록 타원형으로 우뚝 솟아 있으며, 초양교는 202m로
아치를 다리 밑까지 내리는 현대식 공법으로 멋을 내 더욱 색다르다.이곳에서 확인한 바 다리의섬 남해는 2005년 또 한번 다른 섬과의 연결을
시도한다. 서쪽으로 30km 떨어진 멀고도 가까운 여수를 잇는 연육교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해를 잇는 다리는 모두 8개로 섬이 아닌 섬이 되는
것이다. 경상도 섬과 전라도 섬이 다리로 연결되는 상징적인 의미도 더해진다.오전 8시30분. 창선대교와 연이어 초양교, 늑도교를 건넌다. 물안개는
섬허리와 바다 수면위로 병풍을 두른 듯 밝은 햇살 사이로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선보이고 있어 선경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사천-남해로
이어지는 19번 해안도로변 얕으막한 산 허리에는 푸른색 물감을 채색한 듯
보리 이랑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너른 남해의 푸른바다와 점점이 늘어선 섬들은
한폭의 그림인양 아름답기만 하다.9시 정각. 남해와 창선도를 잇는 창선교를 건넌다. 95년도에 개통된 이
다리는 길이 440m이며 다리 아래 지족 해협에는 원시어업죽방렴 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어구가 펼처져 있다. 죽방렴(竹防簾)은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로 된
말목을 갯벌에 박아 주렴처럼 엮어 만든 원시성의 어업도구이다. 물의 조류가
빠르게 흘러오는 방향을 향해 V자형으로 벌려 고기를 잡는 죽방렴은 이곳 지족
해협에만 24통이 남아있다.죽방렴이 있는 지족리에서 남해도의 가장 큰 포구인 미조항 쪽으로 얼마쯤
가다보면 물건리라는 갯마을을 지나게 되며 이 마을 바닷가에는 천연기념물
제150호 물건리 어부림이라는 인공림이 조성되어 있다. 300년생의 소나
무를 비롯 팽나무/푸조나무/느티나무등 1만여 그루가 들어차 있어 사시사철
녹음이 짙다. 이 숲은 거센 파도와 강한 바람으로 부터 마을의 농토와 가옥
을 보호해 주는 방조. 방풍뿐만 아니라 바다쪽에 그늘을 만들어 고기떼를
모으는 어부림(漁付林) 구실까지 한다. 지난해 태풍 "매미"가 남해안을
강타하며 수많은 재산과 인명 피해를 입혔지만 물건리 마을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이곳을 지나며 남해 제일의 미항 미조항을 방문치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송정/상주 해수욕장을 비껴 금산 보리암으로 향한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와 아담한 갯마을 따라가는 해안도로는 길도 한갓져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다. 주변 경관에 넋을 잃으며 금산 보리암 산행기점인 상주면 매표소
주차장에 다다른다.금산의 옛 이름은 보광산이다. 금산이란 이름으로 바뀐데는 한가지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진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 왕조를 세울 당시 보광산에서 백일기도
를 드린후 거사를 도모했고 그 일로 인해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성계는 후일 이산에 대한 보은의 뜻으로 온 산을 비단으로 감싸려고 했으나
한 신하가 "큰 산을 비단으로 감싼다는 것은 나라의 경제가 허락지 않고 비단은
곧 썩게되니 썩지 않는 빛나는 이름을 하사하시는게 좋을 듯 싶다"고 했고
이를 받아들인 이성계는 보광산을 금산(錦山)이라 고쳐 부르게 했다 한다.오전 9시 20분. 금산 보리암을 향한 산행이 시작된다. 이번 테마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바닷가에서 곧바로 해발 681m로 솟아올라 오르기가 그리 쉽지
만은 않은 산이다. 산행 목표는 물론 보리암이다. 이곳으로부터 2.2km로 약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지리산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68. 12. 31) 금산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유일한 산악공원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등반로는 아주 잘 정비되어 있다. 돌계단 따라 양 옆으로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이 햋볕을 가리우고 쯔르르 쯔 쯔 하며 이름모를 산새들이 멀리서 온 산행
객을 반겨 맞아준다.맑게 흘러 내리는 계곡의 청류옆 바위등에 앉아 뛰어난 주변 경관에 취하여
한컷 찰칵! 아득히 보리암이 올려다 보이는 곳으로 부터 울려나는 목탁 소리가
은은히 귓전을 아른 거린다. 아침 일찍이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등산객과
눈인사를 나누며 쌍거북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인다.금산 정상 1.15km. 쌍홍문 300m의 이정표가 보이고 산행 입구에서 1.15km라
하니 절반은 오른 것 같다. 선발대는 멀리 앞서 나가 보이지 않고 후미조를
격려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이마 에서는 계속 땀방울이 흘러 내리고
지난 한 주간 체지방에 축적된 노폐물이 개끗하게 씻겨저 나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몸은 무거워도 마음은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여기서 잠깐 금산의 38경을 소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금산 예찬론 이라
고나 할까? 38景 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에서 알수 있듯이 정상에서 펼쳐지는
산자락과 남해바다를 바라보는 제1경을 필두로 문장대가 제2경, 대장봉과 형리
봉이 제3, 4봉이다. 그 외 사선대, 사자암, 필선암등의 명소와 돼지바위,
자라바위, 코끼리바위등 그 이름에 어울리는 동물모양이 조각처럼 봉우리 마다
놓여있다. 마지막 2경인 제37경은 먼 남쪽 남해의 별이 빛나는 밤이고 38경은
금산 일출의 황홀경이다.오전 10시 20분. 쌍홍문(雙虹門) 입구에 선다.
울산에서 왔다는 단란한 젊은 가족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주며 비온 후 맑게
개인 하늘 아래 마치 쌍홍문을 지켜주는 수문장인 듯 서있는 장군암과 암벽에
기생하는 송악의 신비한 모습을 바라다 본다. 두릅나무과 덩굴식물인 송악은
이끼낀 암벽등에 뿌리를 내리고 위태위태하게 옹기종기 자리하고있다. 쌍홍문
은 금산 제15경으로 꼽히는 예술성이 뛰어난 암굴이다. 이 그로테스크한 해골
모양의 암벽조각은 동공을 땅 위에 빼꼼히 내놓고 으스스하게 금산 입구에
버티고 서있다.쌍홍문을 통과하니 길 왼편으로 용굴이 있고 그 위에 보리암이 앉아있다.
우리나라 3대 불교 기도 도량답게 많은 불자들이 무릎을 꿇고 합장 배례하고
있다. 보리암은 당초 금산이 보광산 이었듯 창건 당시 보광사라 했던 것을
1660년 조선 현종이 왕실의 원당을 삼으면서 보리암 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정상 바로 아래 절벽에 가파르게 세워져 있어 한려해상과 상주해수욕장
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여명이 바다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장엄함은 이루다 말로 표연할 수 없는 일출정경 이다. 어제
내린 비로 당초 일정이 엉망이 되어 금산 일출을 보지 못하여 아쉽기도 하나
덕분에 보리암을 북쪽과 남쪽에서 두번씩이나 올랐으니 이로 위안을 삼아야
하지 않을까?10시 40분. 경내 약수터에서 수통을 채우고 일행은 하산을 서두른다. 등반
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하산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볍다. 주말을 맞아 전국
각지의 산악회 등산 동호인들이 무리지어 올라 온다. "안녕하십니까! 좋은
산행 되십시오" 스스럼 없이 서로 반갑게 산우들만이 갖는 따뜻한 위로의
인사를 나눈다.산행로 입구 간이 주점에서는 먼저 내려온 산우들이 빙둘러 앉아 동동주,
파전으로 산행의 피로를 풀다가 우리를 손짓한다. 여유로운 휴식속에서 금산
보리암 산행의 피날레는 이렇게 장식된다.11시 45분. 버스에 오른 일행은 해안도로를 벗어나 남해읍으로 향한다. 산록
은 계단식으로 잘 다듬어져 있고 아늑한 포구에는 가두리 양식장인 듯 하얀색
의 부표가 마치 바둑판 모양 가로 세로로 늘어서 있다.산과 바다, 다리와 섬이 조화롭게 솟아 있는 남해군은 길가에도 "남해보물섬"
이라는 입간판이 자주 보이어 해상관광 한국의 대표 주자로 떠 오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온난한 기후 탓으로 축구/야구등의 동계 훈련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12시 10분. 鄭회장의 핸드폰이 바쁘게 움직이더니 남해군청 입구 <味談>으로
안내된다. 맛의 이야기, 전통을 이어가는 한정식 전문점으로 인터넷 사이트
남해 별미식 일번가로 떠오른 집이다. 옥호가 말해주듯 "맛과 담소"를 즐기는
집으로 주인의 명함을 받아보니 자신의 이름 앞에 대표. 사장이 아닌 머슴이라
새겨저 있다. 참으로 좋은 발상이다! 한옥의 아늑한 분위기 하며, 궁중음식
의 정취를 풍기듯 상위에 음식들도 정갈하며 다양하다. 보기만 해도 입맛이
당겨진다. 예외없는 "구구팔팔"의 건배제창과 함께 식탁은 풍성하고 시각과
미각과 담소가 어우러진 한 마당의 잔치가 벌어진다. 특히 산행시 마다 준비해
오는 李榮求 산우의 鄕家 藥酒는 이 분위기와 딱히나 잘 어울린다.오찬을 마친 일행은 읍내 시장에 들려 이곳 특산인 청정 미역과 멸치를 사서
짐꾸러미에 챙기고 귀경길에 오른다. 하동/구례를 거쳐 호남고속도로를 이용
하기로 한다. 섬진강 좌우 앙 옆으로는 그유명한 매화가 연분홍색을 드러내며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다. 화개장터를 향하는 도로변에는 유명한 벛꽃나무가
계속 길게 길게 이어진다. 3월 하순경이면 만개된 벛꽃으로 장관을 이룰터
이지.섬진강 줄기 따라 귀로에 오른다. 남덕유산과 지리산에서 발원하는 섬진강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푸르름을 간직한 채 임실/구례/하동을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 내리며 경상도와 전라도를 경계 짓는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준 이번
여행길에서 색다른 남녘의 정취를 즐기며 일박이일의 여정은 마무리 되고 한결
여유로운 편안한 자세로 등받이를 뒤로 누이며 산우들은 조용히 휴식의 시간
으로 들어간다.마지막 지면을 빌어 남해 12경을 소개하며 테마여행기를 마치려 한다.
자 그럼, 친구들! 다음 산행시 까지 모두 안녕히............
제1경은 금산과 보리암 제2경은 남해대교와 충렬사
3 " 상주해수욕장 4 " 창선교와 원시어업죽방렴
5 " 이충무공전몰유허-미륵사 6 " 남면해안과 가천암수바위
7 " 서포김만중유허-노도 8 " 송정해수욕장
9 " 망운산과 화방사 10 " 물건방조어부림-물미해안
11 " 호구산과 용문사 12 " 창선-삼천포대교
첫댓글 구경잘했읍니다.4월 일시귀국하면 한번 시간내서 가보고십습니다.
지산의 산행기는 언제봐도 현실감이 팽배합니다 다시봐도 좋은 지산의산행기 너무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자세한 기행문에, 역사적 배경하며 발전하는 지역 사회문화, 토속 풍물등 지산에 넓은 숲에 그림같은 글에 찬사를 드립니다. / 글이 너무 길다는 자들에 푸념은, 짧은 격언은 더더군다나 이해치도 못하는 부류들 아닙니까?./ 수고 많았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