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치기
최 병 창
한동안 쓰던 안경으로
일상을 두리번거렸지만
도저히 시력 확보가 되지 않아
아버지가
쓰시던 안경으로 바꿔 써보았네
한동안은 그럴듯하더니
그도 일상을 두리번거릴 수가 없어
큰아들이 쓰던
안경으로 다시 바꿔 써보았네
제 눈에 안경 탓인지
제법 그럴듯하여
한동안은 견딜 만하였지만
얼마 후에 또 문제가 발생하였네
아무래도 제눈에 안경은
제 것이 제일이라며
흐릿한 눈을 부라려 보았지만
이미 흐려진
눈동자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네
바꿔치기도 눈치껏 해야 한다며
어르고 달래는 말,
안경알은 선택할 수 있어도
지니고 있는 눈동자는
선택을 할 수 없다며
바꿔 쓴 안경 탓을 멈추라네
아버지와 아들 또한
모두가 거기서 거기인데도
시각차는 도저히 마땅치가 않아
헛디딘 명사와 대명사들은
형용사로 바꿔 쓴다 해도
모두가 가난한 눈칫밥뿐이라는데
아무래도 제자리를 잡아주는 일은
눈 오는 날이나
비 오는 날이 제격인 것 같다
땅속 깊이 뿌리내린 나무는
함부로 빗장을 풀어
뿌리를 흔들 수 없으니까 말이네.
< 2023. 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