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 삼계탕을 샀다.
슈퍼에서 파는 하림 생닭 가격을 기억하고 있기에
6천 원 가량하는 가격이 맘에 들었다.
손질해서 끓이고 할 것 없이
완제품을 데워서 먹으면 된다기에...
튀김 닭은 먹어도
닭죽도 삼계탕도 안 먹는
이상한 남자와 사는 나는
설거지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샀는데
삼계탕이 배달되는 날
택배를 받은 집 사람이 전화를 했다.
삼계탕 당신이 시킨 거야?
(그럼 내가 시키지 누가 보내줬겠냐?)
이 많은 것을 어떻게 하려고...
(아이고 염병하시네. 삼계탕을 어떻게 하긴 버리겠냐? 먹지)
냉동실에 넣어놔
내가 알아서 할 테니..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한숨을 쉬는 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저 원수는
자신이 먹는 음식이 아닌 것은
누가 줘도 싫고
내가 사는 것도 싫어한다.
특히
시골 언니가 감자를 박스로 보내오거나
옥수수를 자루로 보내오거나
호박이나 가지를 잔뜩 보내오면
박스 열면서부터 싫은 내색을 하고 한숨을 쉬고...
(복 달아나는 짓은 우리 집에서 혼자 다 한다)
많으면 이웃과 나누면 되는 것을
혼자 다 먹을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는 거다.
우리 집에 채소가 박스로 오는 날에
한숨을 쉬고 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아... 저 인간이랑 이혼하고 싶다
정말 절실하게 이혼하고 싶다를 몇 번이고 되뇐다.
나눠 먹으면 되는 음식을 앞에 두고
한숨 쉬는 저 인간을 문 밖으로 내 쫒고 싶다... 하는 것을 참느라 힘들다.
입 밖으로 말을 꺼내서 말하지 않는 나는
내 근처에 방망이가 있다면
말 대신 그것을 휘두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그 정도로 같이 사는 남자가 진저리 나게 싫다.
그저께 배달된 삼계탕을
어제 출근하면서 4팩을 들고 나왔다.
일산 어머니 드릴 생각으로.
마침 선물 받은 누룽지도 있으니 그것과 같이 보내려고.
꽝꽝 얼린 삼계탕 무게가 장난 아니게 무겁다.
거기에 보냉재까지 함께 넣어오니... 아이고 팔이야
현관에서 무거운 삼계탕 보따리를 들고 "아이고 무거워" 하며 커다란 장바구니를 들고
승강기 쪽으로 가는 나를 보며
" 그러게 왜 일을 만들어..." 한다
그 말에 참지 않고 대꾸를 했다.
" 이게 다 사는 일이야!"
511호에서 다 들린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무겁다고 그 삼계탕을
나와 아들이 8팩을 다 먹으면 좋겠냐?
당신 엄마한테 보내려고 들고나가는 나를 보고
아들 된 자로써 그 말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니?
으휴~
승강기에서 내려서 중계역까지 가면서
저런 아들에 나 같은 며느리라서 울 어머니 복 받으셨네 하는 생각을 한다.
회사에는 스티로폼 박스가 하나 있다.
1층 식당에서 식재료 받고 버린 것을
내가 쓸데 있겠다 싶어서 보관했던 것인데
삼계탕을 넣어보니 2개도 안 들어가고 뚜껑이 안 닫혔다.
집 베란다에 보니 삼계탕 배달된 박스가 있던데
그걸 가져와서 보내야겠다 싶어서
삼계탕은 회사 냉장고에 넣어뒀다.
오늘 아침 베란다를 내다보니... 그새 박스는 버리고 없었다
버리는 데는 선수다.
대형 분리수거 봉투에 저 남자를 넣고 싶다.
언제였는지... 내가 정리해서 버리는 것을 보더니
"이왕이면 나도 버려!"라고 하기에
왜 나더러 버리래 본인 스스로 버려!라고 대꾸한 적 있다.
말 같은 소리를 해야
대꾸를 바르게 하지
쓸데없는 말은 왜 하는지...
오늘은 꼭 삼계탕과 누룽지를 보내야지 싶어서
박스를 구하러 방이시장엘 갔다.
생선가게만 스티로폼 박스를 사용하기에
박스 하나 그냥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살 수 없겠느냐 물었더니
본인도 사서 쓴다고....
늘 물건이 박스로 오지 않느냐? 한 개만 팔아라 했더니
생선 박스라도 밑에 구멍이 있다고
내가 메워서 쓰겠다고 했더니
그렇게는 안 된다고...
되고 안 되고를 왜 본인들이 판단하는지
하나 팔기만 하면 되는데... 결국 사지 못했기에
다른 가게로 갔더니
여기도 잔뜩 쌓아 놓고는 없다며
버리려고 쌓아 둔 곳에서 골라 가라는데
짝이 맞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
마트에도 없고
다이소에도 없고
어제저녁에 경비실 앞에 지나면서 보니 스티로폼 박스에 603호라고 쓰여 있던데
택배 받아서 다 냉동실에 넣었을 테니 못 구하면
그 박스 얻으러 거길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걸어오면서
방이시장에서 회사로 가는 길목의 빌라들을 쓱 훑으며 오는데
한 빌라에 사이즈도 딱 좋은 박스가 보이기에 얼른 열어봤더니
생선을 담았던 박스라 날 파리들과 냄새가....
그래도 이게 어디냐 싶어서
들고 와서 남자 화장실 수도에서 솔을 가지고 박박 씻어서
복도에 마르라고 내놨다가
향기 나는 페브리즈를 박스 안에 뿌리고 신문을 깔고
두 가지 식품을 넣고
아가씨와 조카 쓰라고 휴대폰 주머니 2개 넣어서 밀봉을 해서
우체국에 가서 보냈다.
내가 방이시장에서 생선을 안 사서 그랬을까?
박스 인심이 그렇게 고약할 수 있을까?
박스는 그야말로 택배나 받아야 있지
낱개로 구입해서 쓰기 곤란한 박스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못 구하면 어쩌나 싶어서 시장에 가기전에 스티로폼 박스를 검색해보니
1개도 팔긴 했다.
빈 박스를 사면서 택배비를 내야 한다는 웃기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뭘 주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드니
아무나 못할 일이긴 한 것 같다.
누가 나를 말려.
2020 청소하고 밥 잘하는 남자 무료 분양. 반품 안 됨
첫댓글 부군 버리시기엔 이미 늦으신것 같어유~ㅎ
버릴려면 진즉에 버렀어야지유~ㅎ
(웃자고 하는 말입니다...나하고 맞지 않은 남편 미울때가 많습니다)
부부는 전생에 원수가 만나 산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집이든 맞지 않아서 티격태격 평생을 사나봅니다~
부군이 마음에 안 들어도
시부모님께 삼계탕을 챙겨 주시니 여장부 이십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남편 미울때는 시부모님도 별로 마음이 안 갑니다
평소에 자주 보이던 물건도
막상 쓰려고 보면 없더라고요
커퓌님... 남편 때문에 행복해 죽겠다는 그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와우
행복해 죽겠다는 바라지 않습니다.
맘이나 곱게 쓰면 좋겠습니다.
잘 계시죠?
건강 잘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북앤커피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커퓌님도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십시요~
뾰족하고 까칠한데도
일리가 있고 유머가 있고 휴머니즘이 숨 쉬고 있으니
읽으면 너무나 재미있는데
재미있어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살림하시는 분 분양은 하지 마세요
물고 뜯을 사람 하나 쯤은 있어야 사는 맛이 납니다 ㅎㅎ
오늘은 달콤한 사랑싸움으로 사는 하루 되시길 ^&^
물어뜯기가 대화 즉시
응대로 해야 재밌을텐데
입 밖으로 안 나온
맘속의 소리라서
속이 터집니다
그래서 여기에 폭로함.
버리고 분양하고 싶다는
커피님의 이야기에
비은이 마음이 들킨거 같네요 ㅋ
이십년 정도 살고
분양하는 법을 정해놓았으면 좋겠다눈
커피님 코로나와 무더위 건강 잘챙기셔욤^^
ㅎ~
존경받고 훌륭한 남편들도 있을텐데
사고 안 치는 것을 위안삼고 살아야
하니
ㅎ~
그래도 착하십니다
어쩜 그리도 그맘이 내맘이라
웬지 힐링됩니다
남들이 뭐라하면 싫지만
나는 맘껏 흉보고픈 내남자~
이젠 죽으나 사나 껴안고 가야겠죠?
힝...
오늘 저녁 메뉴 해결되었다는
아가씨의 문자 받았습니다.
아들은 엉터리인데
어머니는 참 좋은분입니다.
ㅎ~
애당초 주문시에
시댁이나 아가씨에게 보내시지~
일기는 두벌일은 절대 안하는데,,ㅎㅎ
바깥양반 계시기에
커피님이 바깥에서 열심히 뛸수 있는거지요,ㅎ
그나저나
코로나는 언제쯤 사라지려는지 궁금하군요,
8개가 한 묶음
혼자서 먹기엔 부담되는.
4개씩 팔았다면 그렇게 했지요.
제가 그렇게 바보는 아닌데...
코로나는 사라지지 않고
길게 갈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생각없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에...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어떻게 이렇게 나랑 같은 과 일까요 ...!!
난 여편내를 판매합니다 아주 저렵합니다 반품 어림없는 소리...ㅋㅋㅋ
웃다가 읽다가 첫 차는 갔습니다.
어떻게 커피님은 바보입니다 방산 사장을 왜 갑니까 .
내게 오시지 우린 그박스가 1주일에 대행 8톤 트럭이 와서 싣고 갑니다.
그 것도 공짜입니다 얼마나 다양한지 모릅니다 어떤놈은 고기가 집이고
어떤놈은 과일이 집이고 ..... 당신은 바보야 당신은 바보야 왜 이 노래가 생각이 날까요.커피님.....
건강한 공일 즐거운 공일 함께 하이소
회사근처 방이시장
박스 얻으러 청량리까지요?
ㅎ~
왕복 교통비는 어쩌고요.
백화점이니 박스가 많이 나오겠네요.
그생각은 못했습니다.
ㅎ~
ㅎㅎㅎ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북앤커피님 글 솜씨는 여전하십니다^^*
님,
예전에 이불가게 하셨던
경산 뭐더라 ...
맞지요
ㅎ~
@북앤커피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