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에 초식남과 건어물녀라는 과거의 남성상과 여성상을 거부하는 생소한 두 신생 인류가 트렌드를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초식남(草食男)은 지난 2006년 일본의 컬럼니스트 후카사와 마키가 처음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말인데요. 성격이 양과 같은 초식 동물처럼 순하고 혼자 있기를 즐기며, 연애와 결혼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20~30대 젊은 남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는 기존의 남자다움을 내세우는 남성상(육식남)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이들은 남성적인 스포츠 대신 패션이나 뷰티 등 자신을 가꾸는 데 관심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주위 여성을 연애 대상이 아닌 친구로 여긴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일본 원작으로 국내에도 리메이크 되어 인기리에 방영된 <결혼 못하는 남자>의 조재희 같은 캐릭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어물녀는 2007년 7월 일본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 드라마인 <호타루의 빛>에서 나온 말로
직장에선 누구보다 매력 넘치고 유능한 커리어 우먼이지만 집에만 오면 아무렇게나 옷을 입은 채 마른 오징어 안주에 맥주 한 캔을 마시며 고독을 즐기는 여성을 말합니다.
일에 지쳐 연애는 잊고 사는 여성을 가리켜 연애 세포가 말라 건어물처럼 되었다고 해서 건어물녀라고 부른 것인데요.
결혼, 연애, 사랑에 치우쳐 있던 과거의 여성상과는 달리 건어물녀는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최고지만 그 외 사생활에는 귀차니즘에 빠져 들어 연애 조차 쓸데없는 신경이나 써야 하는 사소한 일중에 하나인 것으로 취급할 뿐입니다.
이러한 초식남과 건어물녀가 등장하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전문가들은 사회 환경이 다변화 하면서 과거의 가부장적 문화가 급격히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더군요.
즉 사회의 전체적 흐름이었던 기존 남녀의 사회적, 성적 역할이 많이 약화된 데다 개인 능력에 따라 인정받는 사회적 분위기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경쟁에서도 여성이 두드러지자 상대적으로 남성성이 약해지고 중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연애나 결혼에 대해 달라진 사회 인식도 한 몫을 하는데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자신 혼자 살기도 바쁜데 굳이 연애나 결혼에 에너지를 낭비하기 싫어 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과거보다 혼자서 혹은 친구와 즐길만한 것들도 무척 많아져 취미도 다양해졌고요.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같은 사고 방식을 가진 젊은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더군요.
현재 초식남과 건어물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좋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충분한 재력을 갖춘 소비 계층이라는 점, 그 수가 계속 성장세에 있다는 점 등에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소비자임에는 분명할 테니까요.
우선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업계인 피부 미용, 화장품 업계라고 합니다. 자신의 피부와 패션 등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초식남이 늘면서 피부 관리 숍과 남성용 기능성 화장품 등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과거 애프터 쉐이브나 스킨, 로션 정도였던 남성용 화장품의 종류가 이제 주름 개선이나 미백, 자외선 차단 등 기능성 화장품과 아이크림, 폼 클렌저 등 품목을 세분화한 전문 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햇볕에 그을린 피부, 우락부락한 근육은 더 이상 그들의 미의 기준이 아닌 것이지요.
반면 미용에 관심을 쏟는 초식남에 비해 건어물녀는 도통 미에 관심이 없습니다. 직장에서 입기 위한 오피스 룩을 제외하면 그녀들의 생활은 대부분 집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편하게 생활하기 위한 트레이닝 복과 릴렉스 쿠션, 인테리어 용품 등이 인기입니다.
그럼 이런 특징을 기반으로 그들의 리빙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난 초식남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만이 전문적으로 특화된 제품 선호
깔끔하고 위생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가전은 필수
본격적인 요리를 위한 다양한 제품 완비
아름다운 컬러와 무늬를 지닌 세련된 디자인도 필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서 벗어날 수 없음
언제나 뽀송 뽀송 세탁기
초식남의 첫 번째 조건은 언제 어느 때나 완벽한 패션을 이루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그에게 눅눅하고 구겨진 옷은 말도 안되지요. 햇빛이 없어도 언제나 뽀송 뽀송한 빨래를 할 수 있도록 건조와 살균 기능을 갖춘 세탁기는 티끌 하나도 무시하지 못하는 초식남들의 깔끔한 욕구를 채워 주곤 합니다.
신선 재료 보관 냉장고
초식남은 혼자 먹더라도 정성스럽게 식탁을 준비하고, 요리를 합니다. 요리에도 능한 초식남이 깐깐하게 따지는 것이 바로 신선한 재료! 최근에는 태양광으로 야채를 싱싱하게 해 주거나 냉장고의 습도를 유지해 재료가 최상의 맛을 계속 간직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술력을 갖춘 냉장고도 많이 나오더군요.
맛있는 요리를 위한 오븐
신선한 재료 못지 않게 요리를 하기 위한 기구들도 중요하겠죠? 초식남들은 사 먹는 것보다 건강이 골고루 배합된 자신만의 특별한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요리하는 남자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주방 기기가 바로 오븐이라고 해요.
오븐을 갖추게 되면 레스토랑에서만 맛 볼 수 있던 요리에서부터 홈 베이킹까지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영양소 파괴를 최소로 하면서 재료의 맛과 향은 그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깐깐한 물 정수기
요즘 식수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가 터지면서 사 먹는 물은 도무지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정수기 회사도 한 번 타격을 받긴 했는데 그 뒤 반성하고 몸에 좋지 않은 중금속 등을 걸러낼 수 있는 필터 등 5단계가 넘는 필터링 시스템을 통해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정수기를 관리해주는 서비스도 정비하면서 이제 가장 믿을만한 물로 인정을 받고 있죠.
자신의 건강도 잘 챙기는 어찌 보면 깐깐하다고 할 수 있는 초식남에게 정수기는 필수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구석 구석 살균 제균 스팀 청소기
신종 플루 환자가 100명을 넘어서면서 국내에도 살균 비상이 걸렸는데요. 워낙 깔끔한 성격의 초식남에게 이제와 살균 이야기는 '당연한 거 아냐!'라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방 바닥까지 삶거나 햇볕에 말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런 때는 스팀 청소기로 구석 구석까지 청소해 내면 세균도 잡고 훨씬 깔끔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겠지요.
귀차니즘 건어물녀
여러 기능이 모두 들어 있는 올인원 제품 선호
대충 해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가전 준비
구석에 넣어도 잘 눈에 띄지 않는 작고 가벼운 제품 선호
냄새 없이 음식물 쓰레기 처리 음식물 처리기
귀차니즘에 푹 빠져 있는 건어물녀에게 제때 치우지 못한 음식물 쓰레기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냥 두면 냄새도 많이 나지만 무엇보다 징글 징글한 초파리 떼가 무리를 지어 군집 생활을 하려 모여들기 때문인데요. 음식물 처리기는 좁은 주방에서도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고, 하루에 한 번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나가야 했던 시간들을 줄여 줄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스타일 살려주는 스팀 다리미
건어물녀는 비롯 집에서 빈둥거리는 사람이긴 하지만 밖에 나갈 때만큼은 스타일을 잊지 않습니다. 우선은 커리어 우먼이니까요. 이런 때 스팀 다리미는 무척 유용한데요. 뜨거운 증기를 옷에 뿌려 따로 분무를 하거나 옷감을 펼 일 없이 옷걸이에 걸어 놓고도 신속하고 간편하게 다림질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실크 등 열에 약한 천이나 니트, 블라우스도 다릴 수 있는 제품도 나온다고 하는군요.
3분이면 OK! 전자레인지
집에 오면 오직 맥주와 건어물만이 전부인 건어물녀에게 요리를 해 먹는다는 것은 무척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뭐든지 3분이면 금방 먹을 수 있는 따뜻한 식사를 제공해 주는 전자레인지는 건어물녀의 생활 필수품이라고 볼 수 있지요. 물론 너무 많은 인스턴트 음식의 섭취는 건강에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겠지만 요즘 전자레인지는 1인분 밥이나 달걀찜, 연두부찜, 각종 국에 라면까지 끓일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스스로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에 한 번 청소를 합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원래 하루만 청소를 하지 않아도 머리카락과 먼지가 트위스트를 추면서 바닥을 뒹굴거리기 때문인데 이를 해결하는게 건어물녀에게 있어서는 귀찮기 그지없는 일이겠지요. 하지만 위생상의 문제로 안 할 수도 없는 법! 이런 때는 적외선 센서를 통해 공간 인지력을 갖춘 스스로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가 구세주가 되어 줍니다.
로봇 청소기라고 구석 구석 꼼꼼하지 못할 듯 하지만 진공으로 바람을 불러 일으키지 않은 채 건강을 위협하는 세균과 집 먼지, 진드기를 완벽하게 처리해줄 수 있으니 걱정은 미뤄두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