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六感(육감) <제육감(第六感)>의 준말> | ||
“육감으로 알았다”는 표현을 흔히 쓴다. 육감이란 5감, 즉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5가지 감각을 넘어서는 제6의 감각(the sixth sense)을 말한다. 한마디로 보통 수준을 넘어서는 뛰어난 정신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육감이 발달한 사람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무덤덤하게 넘어갈 일을 예민하게 감지한다. 이를 현대심리학에서는 ‘초감각적 지각’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매사를 육감으로 판단하려면 오류를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인간의 육감은 틀릴 때가 많다.
이렇게 잘 빗나가는 인간의 육감에 비해 동물들의 육감이 수백배나 발달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는 많다. 개미는 홍수가 나기 전 떼를 지어 이동한다. 쥐들은 침몰할 운명의 배에서 육지로 탈출한다. 메기는 지진이 일어나기 전 물에서 튀어오르며 고양이도 지진을 사전에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어떻게 이 동물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과학적 규명은 쉽지 않다. 진돗개가 수백㎞ 떨어진 옛주인 집을 찾아오는 것도 육감에 의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진해일의 대재앙이 남아시아를 휩쓸고 지나간 뒤 사람들은 뒤늦게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인도양 국가들에 해일조기경보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더라면 평온히 해변에 머물다가 파도의 산더미에 휩쓸려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기구들이 내년 말을 목표로 시스템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인도 정부는 당장 장비를 도입키로 했다.
동물들에게는 조기경보시스템이 없는 대신 뛰어난 육감이 정말 있나 보다. 이번 남아시아 해일로 2만명 이상이 희생된 스리랑카의 최대 야생동물 보호구역인 얄라 국립공원에서 동물의 사체가 한 구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공원에 서식하는 코끼리, 악어, 멧돼지, 물소, 원숭이, 표범 등이 해일을 미리 감지하고 고지대로 대피한 것으로 추측된다. 공원 관계자는 “토끼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동물들은 제6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의 시신만 널려 있는 야생동물 공원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문명의 허망함을 느낀다면 비약인가.
이런 초능력 하나 없는 인간은 참 하찮은 존재 같기도 하다. 그런 인간에게 신이 준 선물은 배워서 전하는 능력이다. 인간에 가깝다는 원숭이도 꽤 학습능력이 있다. 모래 묻은 고구마를 냇물에 씻어 먹도록 가르치면 그걸 배워 다른 원숭이에게도 가르쳐 준다. 지난 원숭이해에도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거기서 배운 것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물들처럼 다가올 어려움을 미리 알아채진 못한다 해도 시행착오를 거쳐 준비하고 경계하는 지혜를 잊지 않는다면 새해는 밝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제6감이라고 하는 이유는 보통 감각수용기관(感覺受容器官:五感官)의 직접적 소여(直接的所與)로서의 감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주요감각은 시각 ·청각 ·미각 ·취각 ·촉각으로, 그것을 5감각(5감)이라고 한다. 제6감은 이와 같이 감각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특수한 인지기능(認知機能)이다. 보통 인지가 외계의 사정을 합리적 방법에 의하여 인지하는 데 비하여 제6감은 직관적 방법으로 인지가 행하여진다. 예를 들면, 의사가 병을 진단하는 경우, 혈침(血沈)을 조사하거나, 현미경 검사 또는 X선 사진을 촬영하여 진단하는 것을 합리적 방법이라고 하면, 제6감에 의한 직관적 방법은 이와 같은 복합적 수단에 의하지 않고, 전체적인 상태에서 판단한다. 물론 그때 판단의 소재로서는 개개의 자료가 배경으로서 무의식 중에 사용된다 하더라도 제6감은 이러한 개개의 자료를 분석하거나 합리적으로 결합하여 행하는 종합판단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판단이 성립하는 데 특징이 있다. 제감이 진실과 합치하는지의 확실성에는 직관자의 직관의 배경이 되는 그 사상(事象)에 관한 경험 ·지식 또는 직관능력에 관한 소질이 문제가 된다. J.B.라인이 말하는 ESP(초감각적 지각)도 제6감의 한 측면의 과학적 연구라고 할 수 있다. |
내용출처:경향신문.NAVER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