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51) – 노루귀 외(천마산, 팔현계곡)(4)
노루귀
▶ 산행일시 : 2024년 4월 5일(금), 맑음
▶ 산행코스 : 오남호수공원,팔현계곡,돌핀샘,호평동
▶ 산행거리 : 도상 10km
▶ 산행시간 : 5시간 43분(11 : 40 ~ 17 : 23)
천마산을 다시 갔다. 지난 3월 19일에는 야생화가 피기에는 시기가 너무 일렀고, 고개 내민 너도바람꽃과 만주바람
꽃은 비가 오락가락하여 잔뜩 움츠러들었다. 적잖이 실망스런 하루였다.
그런데 오늘은 화창한 날씨에 만화방창이었다. 너도바람꽃은 가고 없지만 큰괭이밥,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얼레지, 노루귀 등이 만발하였다. 그들은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덩달아 춤을 추고 있었다.
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샘터, 2007)에서 시문 몇 개를 골라 함께 올린다.
복수초
꿩의바람꽃과 복수초
(박인환) 그의 일화 중에서 아직도 시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일화는 술집 ‘경상도집’에서 박인환이 즉흥적
으로 쓴 <세월이 가면>이라는 시에 이진섭이 곡을 부쳐 나애심이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로 시작되는 <세월이 가면>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
의 애창곡이 되고 있다.
“착한 마음씨보다 더 뛰어난 인간의 장점을 나는 알지 못한다”던 베토벤의 말이 문득 생각난다. 우리는 왜 시간이
흘러도 거두는 것에 이토록 가난한가. 평소에 “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라는 말을 많이 하던 그는 “아, 답답해”란
마지막 말을 남긴 채 31세에 세상을 떠났다. 떠나기 전에 그가 친구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돈만 있으면 쌀부터
사두라”는 뼈아픈 조언이었다고 한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은 오늘 아침, 무엇보다 맑은 가난이 그립다.
처녀치마
경고
괴테
어디까지 방황하며 멀리 가려느냐?
보아라, 좋은 것은 여기 가까이 있다
행복을 잡는 방법을 알아두어라
행복이란 언제나 네 곁에 있다
만주바람꽃
(괴테는) 연극배우이면서 연출가였고, 화가이면서 변호사였으며, 작가이면서 과학자였던 그는, 다방면에 재능이
뛰어났던 만큼 일화도 많이 남겼다.
나폴레옹이 괴테의 위대함을 인정하고 몹시 만나고 싶어 했는데 괴테를 보자마자 “사람이 왔군”이라고 했다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 말이 프랑스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간결한 말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 말은 후세 사람들에게도
널리 전해져서 훗날 드골이 앙드레 말로를 만났을 때, “마침내 인간을 만났다”라고 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청 춘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그 마음가짐이라네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발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르킨다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청신함을 말한다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말한다네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일흔 살 노인에게 청춘이 있다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네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한다네
근심과 두려움, 자신감을 잃는 것이
우리 정신을 죽이고 마음을 시들게 한다네
그대가 젊어 있는 한
일흔이든 열여섯이든 가슴에는
경이로움에 이끌리는 마음,
어린애와 같은 미지에 대한 탐구심,
인생에 대한 흥미와 환희가 있다네
그대와 나에게도 마음의 눈에 보이지 않는 우체국이 있다네
인간과 신으로부터 아름다움과 희망, 기쁨, 용기, 힘의 영감을 받는 한 그대는 젊다네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아이러니의 눈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에 갇힐 때
스무 살이라도 늙게 된다네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여든 살이어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네
강의 백일몽
로르카
포플러 나무들은 시들지만
그 영상들을 남긴다.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포플러 나무들은 시들지만
우리한테 바람을 남겨 놓는다.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허나 그건 우리한테 그 메아리를 남긴다,
강 위에 떠도는 그걸.
반딧불들의 세계가
내 생각에 엄습했다.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그리고 축소 심장이
내 손가락들에 꽃핀다.
첼란의 첫 시집 ≪유골단지의 모래≫가 500부 한정판으로 출판되었을 때, 이 시집에 실린 유명한 시 <죽음의 푸가>
는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비교할 만큼, 시인으로서의 첼란의 명성을 굳히게 해준 중요한 작품이다.
<죽음의 푸가>와 함께 첼란의 대표적인 작품인 <열쇠를 바꾸며>를 읽으면서 우리의 막힌 생각도 바꿔 보면 어떨까.
너는 침묵된 것의 눈〔雪〕이 움직이는
집 문을 연다
너의 눈, 입, 귀에서
샘솟는 피에 따라
네 열쇠는 바뀐다
네 열쇠가 바뀌면 말이 바뀐다
눈송이와 더불어 움직일 수 있는 말이
너를 날려 보내는 바람에 따라
말 주변엔 눈덩이가 생긴다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시는 가능한가?”라는 아도르노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한 응답의 의미로 씌어진
<죽음의 푸가>와 함께 이 시는 첼란의 언어 사고를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기우는 해
신석정
해는 기울고요ㅡ
울던 물새는 잠자코 있습니다.
탁탁 툭툭 흰 언덕에 가벼이
부딪치는
푸른 물결도 잔잔합니다.
해는 기울고요ㅡ
끝없는 바닷가에
해는 기울어집니다.
오! 내가 미술가(美術家)였다면
기우는 저 해를 어여쁘게 그릴 것을.
해는 기울고요ㅡ
밝힌 북새만을 남기고 갑니다.
다정한 친구끼리
이별하듯
말없이 시름없이
가버립니다.
그리움
유치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찍이 너와 거닐고 바라보던 그 하늘아래 거리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너 그리워
긴 종일 헛되이 나의 마음은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디에 꽃같이 숨었느뇨
그리움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첫댓글 들꽃들이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식목일에 하신 산행이었군요.ㅎㅎ
한꺼번에 올리기보다는 나누어서 올리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계속 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