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곤 난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것일까.
과연 무엇이 남아 있다고 생각할까?
어젯밤 나로 인해 다른사람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난 아이러니칼하게도 그를 생각했다.
모든것이 완벽했다고 보는,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했다고 믿은 그 사람을..
내일이 그의 생일이다.
이상하게도 그보다 앞선 내생일때는 무얼했는지 확연히 떠오르건만
생일때 내가 외국에 있는 바람에
그는 나를 만난지 백일이 되는 기념일이 되는 날에
축하를 해주기로 했었다.
그날 그와 함께 본 영화는 런어웨이 브라이드였다.
그리고 근처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나는 좋아하지도 않는 스테이크를 사주던 그.
그리고 생일선물이라며 준 것들..
모든것이 생생한데,
지금 내게는 그런것들이 중요한게 아니라,
어째서 그의 생일에 우리가 무얼했는지 내 기억에 없다는 것이다.
분명히 무엇인가를 했을텐데.
그토록 사랑하던 그의 생일날 내가 무얼했는지 기억에 없다는게 간간히 떠오를때마다,
그와 헤어지기 전에도 기억나지 않던 그의 생일날.
이제 그를 만난지도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기억이라는것은 희미해지건만
이미지란 더 강하게 남는것같아
얼마전 그가 그런곳에 있을리가 없다는걸 알면서도
서빙하던 남자를 그로 착각했을때.
난 정말 그인줄 알았는데,
눈물이 났다.
그냥 툭.
그렇게 짧은 순간에 사람의 눈에서
물이 떨어질수도 있다는것이 신기했다.
함께간 선배도 근처의 사람도 한명도 보이지 않던 그 순간.
그가 아님에 안도했고,
'렌즈때문이야."라고 가볍게 말할수있어 좋았다.
간간이 밤이 찾아오면 그가 보고싶다.
물론 그를 다시 사랑하진않겠지만,
그를 순수하게 사랑하던 그냥 모든게 좋았던 내가 그립다.
전화를 해볼까했지만 어차피 난 얘기하지 않을것이고
깔끔한 그답게 전화를 끊으리라는걸.
또 그 낮은 목소리로 여보세요...
그 목소리도 아직 내 머릿속에 남아있으니
굳이 이 밤중에 전화를 걸어서 그를 기분나쁘게 할 필요도 없지만.
가끔은 내 생각이 날까 궁금한 내 마음이
수화기의 버튼을 누르게 부추긴다..
기억이라는건 휘젓지 않는 게 중요한데
침잠했던 내 마음속이 일렁거린다.
지나간 사랑이라는건 빨리 잊는게 좋다지만,
한동안은 그와 약속한 그날까지는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싶어.
지금 내곁에 있는 사람에게 미안하다.
이제 그가 맡긴 그의 소중한 물건을 돌려주어야하지 않을까...
그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라며 내 손에 쥐어준 그건,
그가 내게 반짝이는 팔찌를 걸어주며
팔찌와 함께 내게로 온 노란반지케이스에 얌전히 모셔져있다.
홧김에 내가 받은 모든걸 돌려줄때도 그건 차마
던져버릴수가 없었는데,
가끔씩 열어보며..
이제 그에게 다시 주어야하지않을까.
그의 생일선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