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0일 대림 3주간 수요일(루카1,26-38)
♡곰곰이 생각하고 맡겨라♡
믿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확인한 후 그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보지 않고도 '그렇다'는 것을 받아드리는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믿기 위해 아는 것이 인간적이라면, 알기 위해 믿는 것은 신성에 가깝다”고 하였습니다. 참으로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합니다”(요한 20, 29).
성경을 보면 천사를 통해 하느님의 메시지를 들은 즈카르야는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루카1,18) 하고 그 메시지가 참되다는 것을 증명하는 표징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메시지가 이루어지는 날까지 벙어리로 지내야 하였고, 비로소 믿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먼저 곰곰이 생각하였습니다. 무턱대고 하느님의 섭리를 받아들인 것이 아닙니다. 곰곰이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그런 다음에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 하였습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1,34). 라는 마리아의 질문은 곧’ 어떻게 해서 처녀가 어머니가 될 수 있단 말인가?’하는 우리의 물음이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천사의 대답은 명확합니다.“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1,37).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을 찾아가서 엄청난 소식을 전해줍니다. 바로 예수님 잉태 소식이지요. 이 세상을 구원할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다는 커다란 기쁨입니다.
그래서 가브리엘 천사의 첫 마디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하는 성모님의 지금 처지입니다. 당시는 결혼 전에 아기를 갖게 되면, 간음했다는 이유로 투석형을 당해 죽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기쁜 소식이라 할지라도 거부할 수밖에 없으며, 하느님의 이런 선택은 잘못되었다면서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활동을 가로막지 않습니다. 여기에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활동은 무조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아셨던 것입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우리의 교만함으로 얼마나 많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었을까요? 성모님과 같은 겸손함을 통해서만이 하느님의 활동에 함께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