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말은 이어졌다. 나는 가만히 그의 얼굴을 보며 듣기만 했다. 깊은 주름 그의 얼굴은 애처러웠다.
“내가 최초로 모셨던 머구리를 얼마 전에 발한 삼거리에서 봤는데 여전히 지팡이로 땅을 치며 걷는거야.
내가 반가워 인사하자, 종호라구? 나포리가 어디야? 거기 가자 라고 했어.
그때 우리 조는 배에서 내리면 태양여관 앞 ‘나포리다방’으로 가서 계란 노른자 있는 쌍화차를 마셨어.
난 그만 눈물이 핑 돌았지. 동해문화원이 2010부터 만든 논골담길에 추억을 소환하며 민간인 작가가 차린 ‘나포리다방’으로 모셔 쌍화차 한 잔 했지.
만약 그 어른이 몸에 이상증세가 있을 때 차를 타고 덕구 온천에 갔으면 괜찮았을지도 몰라. 따끈 따끈한 온천 물에
혈관을 확장시켜주어야 하는데 그만 골든 타임을 놓친 거지”
그는 잘못 알고 있었다. 혈관을 확장 시켜주는 것은 맞는 말인데, 문제는 혈관이 확장되면서 질소 기체의 부피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따뜻한 온천물은 잘못하면 잠수병 시베리를 더 악화 시킬 수도 있다.
가장 빠른 길은 진해 해군병원의 감압 병동으로 가서, 다시 인위적으로 압력을 높혔다가 기화된 질소를 서서히 압력을 낮추어 주면서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어촌의 잠수부들은 잘못된 지식으로 죽을 때까지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배 타다 보면 별일 다 겪어, 제대 후 고려원양선 타고 사모아로 참치 잡으러 갔어. 이 배는 30 개월이나 바다 위에 떠있으며 3만톤의 참치를 잡아 냉동하는 배였어.
어느 날 기관실에서 불이 난거야. 제주 출신 선장은 당황해 조난신고를 했는데 바다 위치를 잘못 말한 거야. 아침에 신고했는데 저녁이 되어도 소식이 없자. 선원들이 당황했지. 다행히 지나가던 비행기가 연기 나는 우리 배를 발견 신고해 살아났지.
또 한번은 내가 신참 선장이 되어 냉동선을 탈 때야. 출항 했다 하면 3 개월을 망망대해에서 살아야 돼. 그러니, 선원간에 싸움이 나고, 술이 취해 선장에게 대들고 그런일들이 허다해.
몇 번 이런 일을 겪은 후에는 출항 하기 전에 목소리 크고 힘 좋은 선원 4명을 따로 만나. 선원관리를 해주는 대가로 수확량의 1프로를 주겠다, 등의 제안을 했어. 그러면 그들이 선원관리는 다 알아서 해주었지.”
노인은 잠시 쉬면서 쌍화차를 마시고 한 잔 더 주문했다.
“한번은 명태바리 갔을 때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데, 기관실에서 펑 하면서 불이 난거야.
나는 긴급구조 요청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16명의 선원이 모두 초주검이 되어 있었어. 배를 타다 보면 죽음은 잠깐이야.
그러니 거칠 수 밖에 없는거야. 89 년도에 고성에 가서 내 배를 사서 오징어바리 하다, 2007 년 감척 할 때 미련없이 응해서 지금은 놀고 있지.
40 년 넘게 배를 탔으니 바다나 배에는 미련은 없어.
아침마다 이렇게 만나 차 한잔 하며 옛날 이야기 하니, 이보다 더 좋은기 뭐가 있어”
나포리 다방은 한가했다. 노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멀리 동해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