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전날, 2년 전 행복마루 사무실 디자인을 해준 엔스파이어의 김성민 대표가 사무실을 들렀습니다. "대표님 기쁜 소식이 있어 설 선물로
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뭔가요?"
"엔스파이어가 행복마루(영문명 HM Partners)의 브랜딩, 공간 디자인 등으로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iF Design Award 2016을 받게 되었습니다. 세계 3대 디자인상이 있습니다. iF Design Award,
Red Dot design award, 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s 등이 그것인데 그중 하나를 받은
것입니다. Gold Award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2월 2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가보려고
합니다."
"재미있네요. Gold가 아니면 어때요. 행복마루다움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인데 수고했어요." 그가 돌아가고 난 후
옛날 파일을 뒤적여 그가 행복마루 사무실을 디자인한 후 저에게 써준 글을 찾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2013년 12월
13일. 조근호 대표의 입에서 뜻밖의 말을 듣게 된다. "행복마루 법률사무소와 행복마루컨설팅(주)는 행복마루 만의 우리다움을 가지고 싶습니다.
다른 어떤 조직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그 무엇을, 구성원의 DNA에서부터 겉으로 보이는 모든 부분에 걸쳐 가지고 싶습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창업 1년 차 디자인 전략 컨설팅 회사 엔스파이어 (enspire)의 대표인 나로서는 도전적인
기회였다.
<우리다움>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엔스파이어는 행복마루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행복마루의 DNA를 '발견(Exploring)'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행복마루는 행복마루컨설팅(주)와 행복마루 법률사무소의 두 개의 회사로
구성되어 있다. 행복마루컨설팅(주)는 국내에서 유일한 디지털 포렌식 기반의 기업 내부감사 컨설팅 전문 회사이고, 행복마루 법률사무소는 부티크
로펌으로 행복마루컨설팅(주)와 협업하여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엔스파이어는 5주간의 탐색 끝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우리가 제시한 행복마루다움은 모두 5가지였다. 기본적으로 행복마루만의 컨셉 개발(1), 그리고 내부적 측면에서는
문화(2)와 환경(3), 외부적 측면에서는 고객 접점(4)과 전략 특징(5) 등 5가지 측면에서 행복마루다움을 갖추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특히 컨셉 개발과 관련하여 우리가 제안한 행복마루의 컨셉은 "기업의 건강을 연구하고 책임지는 히포크라테스"였다.
히포크라테스(B.C. 460~377)가 2014년을 살아간다면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될까 상상해 본 것이다. 놀랍게도 행복마루의 핵심
방법론이 히포크라테스의 핵심 철학과 상당 부분 닮아 있었다. 히포크라테스의 철학을 이어받아 기업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들. 현대판
히포크라테스의 탄생이다.
조 대표는 우리 제안을 보고 이번에 행복마루 사무실을 이사하는데 그 과정에서 행복마루다운 환경을 디자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엔스파이어는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가 아니지만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조 대표는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을 하였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그 공간이 사람을 바꾼다는 것이다. 2014년 3월 어느 날, 나는 조 대표로부터 "행복마루가 세계적인
스위스 가구 회사 Vitra와 콜라보레이션 하면 어떤 결과가 날까요?" 라는 질문을 받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조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Vitra의 Show Room에서 일하면 직원들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가구 브랜드인 Vitra
의자에 앉아서 일하면 거기에 걸 맞는 높은 퀄리티의 사고를 하게 되지 않을까요.”
엔스파이어는 직원들의 공간에 대한 요구 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행복마루 사무실 디자인’이라는 Band를 개설하였다. 조근호 대표는 Band의 인사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행복마루 가족 여러분, 이번에 행복마루가 새로운 둥지로 이사를 합니다. 그런데 그 새로운 사무실의 인테리어를
세계적인 가구기업인 Vitra와 콜라보레이션 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설계는 스위스 본사에서 하고 모든 가구는
Vitra가구로 할 것입니다. 저는 2014년 6월 초 이사 갈 때까지 전 과정을 행복마루 전 직원이 참여하는 축제로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가
이사 갈 곳을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우리가 쓸 책상과 의자를 우리가 고를 기회를 여러분과 함께 가지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견해가 속출하고
토론도 하고 의견 조정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전 과정을 재미나게 즐겼으면 합니다. 많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법률 사무소와 컨설팅 회사가 어떻게 한 공간에서 조화롭게 공존하게 만들 것인가' 이었다. 변호사들의 공간과 컨설턴트들의 공간,
그리고 이들을 한데 묶는 공동의 공간. 엔스파이어는 관찰과 고민 끝에 세 공간의 성격을 잘 표현해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항해를 끝내고
항구로 돌아오는 배처럼 외부 업무를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오는 컨설턴트팀은 Consulting Bay(만), 혼자 날아다니며 꿀을 모으고 다니는
벌처럼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법률팀의 업무 공간은 Lawyer's Hive(벌집), 그리고 둘을 아우르는 Forum(광장). 행복마루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이렇게 각기 다른 역할의 세 구역이 맞물려 탄생하게 되었다.
엔스파이어는 행복마루다운 공간을 만든 과정은 특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조 대표가 브랜드, CI, 인테리어 및 소품 등의 디자인에 집착하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 그는 곧잘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공간, 가구 등은 자신이 가진 메시지를 끊임없이 사용자에게 뿜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지요. 따라서
사용자에게 심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먼저 공간과 가구에 그 메시지를 담아야 합니다.”
나는 조 대표에게 "행복마루다운 공간에
심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는 행복마루다운 공간에 이런 메시지를 심고 싶습니다. 행복마루를 찾는
분은 대부분 문제가 있어 오시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즐거운 마음보다는 묵직한 마음으로 행복마루를 찾습니다. 만약 행복마루의 인테리어가
육중하거나 거창하면 즉각 반감을 가질 것입니다. 게다가 상담을 하는 변호사나 컨설턴트마저 전문가적 권위를 내세우면 마음이 불편해질 것입니다.
행복마루를 들어서면 직원보다 앞서 밝은 톤의 비트라 가구들이 고객에게 먼저 인사를 합니다. 고객은 당황합니다. ‘어! 내가 잘못 찾아왔나.’
이것이 행복마루가 원하는 것입니다. 이 순간 긴장하였던 고객의 마음이 무장해제됩니다. ‘놀라셨죠. 저희는 이렇게 삽니다. 사무실 한번 구경
하시고 미팅 시작할까요?’”
이런 철학이 행복마루다움을 탄생시켰다.>
엔스파이어와 행복마루가 함께 만든
행복마루다움이 iF Design Award 2016을 수상하는 뜻하지 않은 결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저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특히 공간
디자인에 대단한 집착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공간이 조직을 변화시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속한 공간은 여러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6.2.15.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