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변할 때는 변하지 않는 것이 중심이 되어준다. 아카시아 숲이 베어 나가고 바뀌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뻐꾸기가 그러하다. 이 시에는 모든 것이 위태롭고 힘겨운 상태에 있다. 아카시아 숲은 간벌로 베어지고, 화자의 몸은 나른한 고비를 넘고 있다. 복잡하고 벅찬 벽화의 시기에 변함없이 중심을 지켜주는 뻐꾸기의 울음은 ‘독경(讀經)’처럼 경건하다. 흔들림 없는 제 목소리를 내는 뻐꾸기는 ‘흰빛’의 울음을 운다. 가시에 찔려도 ‘핏빛’이 아닌 ‘흰빛’으로 운다는 것은 웬만한 시련이나 혼돈은 순화시킬 수 있는 상당한 내공을 암시한다. 독경과도 같은 그 ‘흰빛’ 울음에 힘입어 인생의 한 고비를 넘는 몸의 변화도 자연스럽고 겸허하게 받아들일 만한 것이다.(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