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많은 이들이 컬트 클래식으로 높이 평가하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에 깜짝 출연해 놀라운 가창력을 보여준 미국 싱어송라이터 레베카 델 리오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고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쉰일곱 한창 나이였다. LA 카운티 검시관실은 델 리오가 자택에서 숨졌다고 확인했지만 사망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
델 리오는 이 스릴러 명작에 클럽 실렌시오의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유혹하는) 사이렌으로 등장하는데 사회자는 그녀를 '로스앤젤레스의 울음 소리'(La Llorona de Los Angeles)라고 소개한다. 붉은색 벨벳 커튼 앞에서 뺨에 크리스탈 눈물방울을 달고 짙은 마스카라 화장을 한 채 델 리오는 무반주로 로이 오비슨의 '크라잉'을 스페인어 가사로 바꾼 '조란도'(Llorando)를 부른다. 그녀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돼 극장 안을 가득 메우고 베티(나오미 왓츠)와 리타(로라 해링)이 영문모를 눈물을 떨군다. 델 리오는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쓰러져 사회자와 직원에 의해 무대 뒤로 옮겨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래는 계속 흘러나와 그녀가 립싱크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델 리오는 린치와 협업한 몇 안되는 음악인 중 한 명이었다. 린치가 지난 1월 세상을 떠났는데 이제 델 리오도 떠났다. 린치와 함께 작업한 음악인인으로는 '트윈 픽스'의 작곡가 안젤로 바달라멘티, 가수 줄리 크루이스와 크리스타벨이 있다.
크리스타벨은 '트윈 픽스, 더 리턴'에 린치와 함께 주연했는데 소셜미디어에 델 리오의 죽음을 추모했다. 크리스타벨은 델 리오가 '멀홀랜드 드라이브'에 카메오로 출연한 사진 옆에 설명으로 "당신 목소리의 아름다움과 놀라운 파워는 나의 숨을 멈추게 했다. 당신의 혼은 가장 깊은 평화를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당신이 내게 보여준 친절함과 돌봄에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델 리오는 '트윈 픽스 더 리턴'에도 뮤지컬 게스트로 등장해 꿈에 젖은 록 발라드 'No Stars'를 들려준다. IMDb에 따르면 그녀의 영화 출연작으로는 'This Teacher', '2307: Winter's Dream', 'Southland Tales', 'Rabbits'가 있다.
1967년 7월 10일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난 델 리오는 린치와 일하기 전에 1990년대 중반 네덜란드에서 데뷔 앨범 'Nobody's Angel' 타이틀 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녀는 잠깐 내시빌로 옮겨 자신의 음악 경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려고 자이언트 레코드와 계약을 맺었지만 자동차 사고 때문에 야심을 접어야 했다. 그녀는 2022년 가디언 인터뷰를 통해 "어떤 남자가 내게 차를 몰고 돌진해 내 기회를 훔쳤다. 난 내 꿈이 스러지는 것을 봤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계속 음악을 추구해 일 디보(Il Divo), 프로듀서 헤더 홀리와 작곡가 대니 엘프먼과 협업했다. 그녀의 디스코그래피 가운데 2011년 앨범 'Love Hurts Love Heals'에 레너드 코헨의 '할렐루야' 커버 곡, 2021년 그녀의 싱글 'Adios'도 있다. 죽음 몇 주를 앞두고, 델 리오는 철학연구학회(the Philosophical Research Society)의 자선 행사에 참석해 노래를 불렀다.
델 리오는 2009년 아들 필립을 암으로 잃는 참척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