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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먹일게 없다
요 몇십 년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양적인 팽창을 거듭했다. 그에 따라 먹거리나 그와 관련된 풍경 역시 언뜻 보기에 무척 풍요로워졌다. 한마디로 없어서 못 먹던 시대는 옛말이 되었고, 안 먹어서 걱정인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음식의 양과 가짓수가 늘어난 만큼 우리 먹거리의 질도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 증거 가운데 하나가 계속해서 사회문제가 되고있는 식품첨가물의 유해 성 논란이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일은 유해사례가 밝혀진 첨가물들이 계속 해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과 식품첨가물 사용의 일상화로 소비자들의 의식마저 무감각해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깨어 있는 주부라면 내가 먹고, 나의 가족이 먹고, 소중한 우리의 2세들이 먹는 음식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으며, 얼마나 해로운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좁은 지면을 빌려서나마 이제껏 밝혀진 첨가물들의 유해성과 지금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가공식품들을 조사한 자료를 참고로 함께 정리해 보았다.
국내 사용 식품 첨가물 549종에 달해
가공식품을 만들 때, 보존과 유통기한을 늘리고, 색깔이나 맛,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첨가하는데 이것을 흔히 식품첨가물이라 부른다.
대표적인 식품첨가물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학조미료, 방부제, 감미료, 착색제, 발색제를 비롯해 산화방지제, 탈색제, 팽창제, 살균제 등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식품첨가물은 화학합성물 381종, 천연첨가물 161종, 혼합제제 7종 등 모두 549종에 달한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화학합성물은 348종이지만, 천연첨가물 항목에 올라있는 품목이 1,051종이나 된다. 이는 천연첨가물의 개발과 사용이 더욱 활발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천연이라고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선인장의 기생충에서 뽑는 색소처럼 식품 외의 것을 원료로 하거나, 식품의 한 성분만을 농축․사용한 것을 다량섭취해도 독성이 없는지, 원재료에 농약 등의 독성이 없는지에 대한 안전성은 확인되고 있지 않다.
식품첨가물은 체내에 들어가면 50-80%는 호흡기나 배설기관을 통해 배출되지만 나머지는 몸 속에 축적된다. 또 이러한 첨가물은 한가지 식품에 한 가지만 들어있는 게 아니며, 기준치가 있다 해도 먹는 대로 조금씩 체내에 쌓이기 때문에 그 유해성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고 한다. 식품첨가물을 보다 개괄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그 종류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표로 정리해보았다.
표 참조
화학첨가물의 수퍼스타 MSG는 뇌장애를 유발
화학조미료는 1908년 일본에서 개발되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1963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라면에 넣으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MSG로 대표되는 화학조미료는 라면은 물론 맥주에도 들어가는, 그야말로 화학 첨가물 중의 수퍼스타라 할 수 있다. 현대인의 입맛은 화학조미료 손아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 만큼 유해성 또한 논란의 초점이 되어왔다.
1969년, 미국상원의 식품선택위원회에서 열린 MSG 유해성에 관한 청문회는 유아가 먹는 것과 똑같은 비율과 양을 쥐에게 먹였더니 뇌와 눈에 장해가 발생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MSG는 아주 작은 분자이기 때문에 임산부의 태반을 쉽게 통과해서 아기에게 흘러가기 때문에 그 피해가 태아에게까지 미친다고 한다. 제조방법을 살펴보면, 1969년부터는 석유제품초산을 원료로 한 발효법과 합성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핵산계 조미료의 경우는 펄프공장의 폐액에서 추출한 리보핵산을 원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화학 조미료의 유해성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기업들은 조미료를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대신 과자나 어묵, 술 등을 만드는 제조 공장에 팔기 시작했고, 그러한 전략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국제시장으로 진출, 지금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에서는 엄청난 양의 화학조미료가 소비되고 있다.
황색4호와 청소년 폭력
청소년이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고, 까닭없이 과격한 행동과 폭력을 휘두르는 증상을 흔히 H-LD증이라 한다. 1975년 미국상원에서 청소년의 폭력이 문제가 되자 한 연구팀이 조사에 나섰다. 연구팀이 특히 주목한 것은 황색4 호였는데, 그후 추가실험 결과, 황색4호 등의 합성착색료가 몸 안에 들어가면 메틸니트로소효소와 에틸니트로소 효소라는 유해물질이 생기게 된다. 결국 이 물질이 인간의 뇌 가운데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을 관장하는 전두엽에 상처를 입혀 의욕을 상실케 한다고 한다. 우리 몸에는 전두엽에 유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검문소가 있는데 합성색소는 철분이나 효소와 어울려 쉽게 전두엽까지 침범해 들어간다. 때문에 이 검문소 기능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 않는 0-3세의 유아에겐 더욱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세포까지도 죽이는 보존료, 안식향산
영국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병원 에서도 H-LD 증상을 보이는 76명의 아이들에게 합성첨가제가 들어 있지 않은 음식을 제공하는 식사요법을 실시했다. 그 결과 81%의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아주 안정되었고, 피부염, 중이염, 편두통 같은 물리적 증상까지 호전되었다고 한다. 연구를 계속한 결과, 앞에서 지적한 인공착색료와 보존료가 아이들에게 가장 치명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안식향산계가 보존료로 지정된 이유는 미생물에 대한 제균과 항균작용, 즉 세균이나 곰팡이의 세포를 죽여버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살균이란 세균의 DNA, 다시 말해 유전자를 자르고 끊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작용은 안식향산이라는 보존료가 우리들 인간의 세포까지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결국 방부제는 체내에서 유전자를 파괴하거나 변이를 일으켜 암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1966년 일본에서 개발되어 우리 나라도 사용했던 AF₂는 1973년 발암물질로 밝혀져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따라서 지금 안전하다는 방부제도 언제 발암물질로 밝혀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더욱 심각해서 안식향산과 같이 그 유해성이 입증된 방부제조차도 전세계적으로 음식은 물론 화장품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환타와 진주햄엔 무엇이 들어있을까?
화학첨가물에 대해 알아보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식품에는 과 연 어떤 첨가물이 들어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래서 물품위원들이 다리품을 팔아 품목별로 직접 조사에 나섰다. 그래서 10개 품목, 134개 상품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지면상 모두를 소개할 수 없어서 품목별로 특이한 사항만을 열거해 보고자 한다.
1. 음료
조사대상은 청량음료, 전통음료, 주류였다.
청량음료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재료는 주요원료 이외에 구연산, 백설탕, 비타민C, 사과산 등이었다. 그 중에서 아이들이 즐겨 마시는 환타와 스포츠 건강음료로 알려진 게토레이와 데미소다에는 합성착색료가 더 첨가되어 있었다. 또 컨피던스라는 음료에는 L-페닐알라닌, L-트리오닌, L-이소로이신 등 외우기도 힘든 물질이 표기되어 있었다. 특히 어린이 음료로 선전되고 있는 제티 바나나맛과 제티 레몬맛 속에는 합성 착색료인 황색4호와 황색 5호가 나란히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전통음료나 주류에는 주원료 이외에 첨가물은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2. 어묵
동원 싱싱 맛살, 대림 선게맛살 등 무방부제를 표방하는 몇몇 제품을 빼 고는 거의 모든 어묵제품에 방부제인 솔빈산칼륨이 들어 있었다. 어묵의 경우 무방부제 제품이 예전보다 늘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만약 소비자가 더욱더 무방부제나 무색소 제품을 선호한다면 그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3. 라면
모든 라면의 기본 재료는 공통적으로 소맥분, 팜유, 감자전분, 초산전분, 정제염 그리고 L-글루타민산 나트륨(화학조미료)이다. 그 가운데 풀무원 짜장면은 무방부제, MSG 무첨가라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다.(그렇지만 원료 자체가 수입밀이기 때문에 수입밀에 잔류 가능한 각종 농약 성분은 그대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풀무원 이외의 모든 라면 제품에는 무방부란 글자도 방부제가 들어 있다는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다. 라면 하면 방부제를 떠올리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아주 뜻밖의 일이다. 정말로 들어 있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교묘하게 표기를 피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4. 햄
햄이나 소시지 가운데 목우촌 이나 백설, 동원 제품에는 합성보존료는 들어 있지 않았으나,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은 첨가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진주스모크 햄 이나 대상하이포크스모크햄에는 아질산나트륨(발색제), 솔빈 산칼륨(합성보존료), 이리소르빈산나트륨(산화방지제)이 줄줄이 들어 있었다. 피자나 치킨바 같은 냉동식품에는 별다른 첨가물이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부패를 막는 보존료가 들어 있지 않다면, 유통기한이나 냉동보관 온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5. 마요네즈, 케찹, 진간장
마요네즈에는 모두 이디티에이칼륨2나트륨이라는 긴 이름의 산화방지제가 첨가되어 있었다. 간장의 경우, 샘표에는 파라옥시악신향부칠만이 들어 있었는데, 신송진간장에는 세 가지나 되는 보존료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무방부제 양조간장이라 해도 기름을 짜고 남은 수입 콩깻묵이 주원료이기 때문에 전혀 안전하지 않다.
6. 젓갈류
무방부제나 무색소를 표방하고 있는 제품 이외에는 L-글루타민산나트륨 (합성조미료), D-솔비톨, 솔빈산나트륨 등의 합성 보존료가 첨가되어 있었다.
7. 사탕류
사탕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첨가물은 역시 색소였다. 우리가 조사한 사탕류 가운데 롯데 목캔디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사탕에는 황색4호, 황색 5호, 적색2호, 청색1호 등의 색소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해태 썬키스트와 오리온 바이오 사탕은 D-솔비톨(합성보존료)도 사용하고 있었다.
8. 아이스크림
우는 아이도 그치게 한다는 현대판 곶감, 아이스크림.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아이스크림은 식품첨가물 덩어리 그 자체라 한다. 아이스크림에는 우리 몸속에 들어가 위험한 화학물질의 흡수를 촉진하는 유화제와 안정제, 알레르기의 원인이라 추정되는 인공감미료와 착색제 등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조사에선 황색4호 정도만이 표기돼 있었다.
9. 우유, 요구르트
바나나 우유의 경우, 주원료 이외에 황색4호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미노스 바나나맛 우유에는 치자황색소라 쓰여 있었다. 놀라운 것은 어린이 요구르트 앙팡의 원재료명에는 원유 40% 와 아스파탐(합성감미료) 이 표기되어 있었다. 요구르트라고 해서 모두 원유 자체만을 발효시켜 만드는 것은 아닌 것 같다.
10.잼
과일과 백설탕, 구연산 등이 주원료.
하루에 한두 가지씩만 먹어도
조사를 마치고, 우리는 슈퍼에 진열된 거의 모든 식품에 한 종류 이상의 화학첨가물이 들어 있다는 구체적인 사실에 무척 놀랐다. 그야말로 그 가운데 하루에 한두 가지만 먹는다고 가정하더라도 하루동안, 아니 일년, 평생을 통해 얼마나 엄청난 양의 화학첨가물을 먹게 되는 걸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이것은 가정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며, 아이들은 이런 현실에 무차별하게 노출되어 있다. 지난 38년 사이에 어린이 암발생률이 21.3% 증가했다는 수치가 그걸 증명한다.
우리의 식생활이 이렇게 낱낱이 파헤쳐지면 웬지 오기가 생기면서, 이제까지 아무거나 먹었어도 병없이 잘 살고 있다고 외면하고 싶은 충동이 솟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화학첨가제의 역사는 이제 겨우 30년 정도다. 이제 서서히 그 피해가 보고되는 단계이며, 우리 자녀들은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화학첨가물에 노출된 제1세대일지 모른다.
또 이쯤에서 아이들한테 먹일 게 없다. 오히려 몰랐을 때보다 못하다란 생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히스테리를 일으키라고 공부한 게 아니다. 아는 것은 병이 아니라, 힘이어야 한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먼저 피해갈 방법을 궁리해보자. 물건을 사기에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성분 표시를 찬찬히 살펴보자. 그리고 같은 종류의 상품 가운데 그래도 첨가물이 덜 들어 있는 것을 찾아내자. 그리고 되도록 집에서만이라도 인스턴트 음식은 피해보자. 그리고 재료부터도 가능한한 무농약 유기농 작물을 선택하자. 그렇게 하고도 성이 안 차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보는 것도 좋다. 인체에 해롭지 않은 먹거리를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이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의무가 아닌가. 보건당국에 유해성이 밝혀진 첨가물에 대한 금지를 요구한다든지, 들어간 모든 원료에 대한 표기의 의무화를 촉구할 수도 있다(현재 주원료 5가지만 표기하면 된다). 그리고 이윤을 위해선 독약도 파는 기업에 각성을 촉구하자. 그래서 무엇이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 환경을 만들어가자. 화학첨가물로 얼룩진 식품 환경을 바로잡을 수 있는 건 눈앞의 이익에 눈먼 기업이나 구경만 하는 보건당국이 아니라 우리 소비자임을 명심할 일이다.
마치 소비가 미덕인 양 대우받던 시대는 IMF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엘리뇨 현상 때문에 올 농사 또한 심각한 흉작이 예상된다고 한다. 또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북한 동포를 비롯해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촌의 식구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때일수록 먹을 것을 아끼고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인간의 생명과 연결되는 먹거리에 대해선 조금만 더 겸손해지고, 선택할 때는 조금만 더 깐깐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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