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_044
딩동.
이제 막 잠이 들었는지 피곤한 얼굴로 살며시 눈을 뜨는 하영은
딩동거리는 초인종 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허리에 오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 누워서 아직도 잠이 들어있는 현섭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고 욕실 가운을 입은 채 방을 나선다.
"아차, 여기 일본이였지."
순간 자신의 집으로 착각한 하영이였다.
딩동.딩동.
계속 울려대는 초인종 소리에 누구지? 라는 얼굴로 문을 열자.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사모님."
"제하구나. 아침부터 왠일이야?!"
"아. 사장님께서 오늘 큰 거래건이 있으셔서 세 시간 후에 열릴 회의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아 그렇구나. 들어와 있어. 현섭씨 깨우고 올게."
"감사합니다."
제하는 들어오자마자 넓디 넓은 스위트 룸으로 들어와,
보기만 해도 값 비싸 보이는 쇼파에 몸을 실었다.
"현섭씨. 현섭씨이~꺄아."
현섭을 깨우려 들어온 하영은 현섭을 흔들어 봤지만 요지부동이길래
돌아서 나가려는데 잠 들어 있던 현섭이 일어나더니 하영의 손목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 안으로 들어오게 하더니 이마에 입술을 맞댄다.
"왠 가운을 입고 있어. 난 맨살이 더 좋은데."
"어우! 빨리 일어나요. 제하씨 왔어."
"아침부터 무슨 일로?"
"이봐요 사장님. 여기 일본이예요. 당신 일 하러 온 곳이잖아요."
"휴."
하영의 말에 현섭은 길게 한숨을 쉬더니 불쌍한 듯
안 쓰럽게 하영을 올려다 봤다.
"왜 그렇게 봐요?!"
"하영아."
"응?"
"일 안 하고 너랑만 같이 있을 순 없을까."
"어우 뭐야! 어리광 그만 부리고 일어나요."
"정말이야. 이 참에 확 때려쳐 버릴까?!"
"피식. 바보같은 소리네요. 얼른 일어나아. 제하씨 와 있다니깐."
"알았어 알았어."
침대에서 일어난 현섭은 하영을 한번 더 꽉 안 더니만
욕실로 들어간다.
하영은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 제하에게 말을 건다.
"아침은 먹었어?"
"아직입니다."
"차려줄까요? 재료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닙니다 사모님."
"어차피 우리도 먹어야 하니깐 같이 먹어요. 네?!"
"제가 어떻게 감히."
"와아.."
제하의 말은 이미 지나간 이야기라는 듯이 신경도 쓰지 않고
냉장고 문을 열자 깜짝 놀라는 하영이였다.
과일이면 과일, 음료수면 음료수,
엄청나게 큰 냉장고 안을 꽉꽉 채운 음식들 때문에 하영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와아. 뭐가 이렇게 많지?"
"이 로얄 호텔에 VIP 스위트룸석은 항상 매일 아침 냉장고를 꽉꽉 채워놓고 가게 되어있습니다."
"어떻게 들어와요? 문을 열어 준 적도 없는데."
"피식.."
딸각.
하영의 귀여운 볼멘 소리에 제하는 피식 웃었고 그 때 마침 씻고 나온 현섭이 보인다.
그러자 제하는 벌떡 일어나 현섭에게 인사를 하자 웃어주는 그였다.
"뭐가 그렇게 또 놀라워서 토끼 눈을 뜨고 있어."
"와아.."
"유하영"
"현섭씨 이거 봐요. 진짜 대단해!"
"피식. 내 와이프가 어린애 같지?!"
"아...아닙니다 사장님."
"인정할 건 인정하며 살자. 난 완전 어린애를 키우는 느낌이라니깐."
"귀..귀여우신대요."
"그런가. 피식."
현섭은 하영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하영은 이곳 저곳 주방에 있는 가전제품들을 열었다 닫았다.
시끌 벅적하고 요란스럽게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유하영 그만 하고 와서 이리 앉아."
※_045
자신의 옆 자리를 툭툭 치자 하영은 현섭을 힐끔 바라보더니
알았다는 얼굴로 빙그레 웃으며 어느새 현섭의 옆 자리로 쫄랑쫄랑 다가가 앉아 있다.
"아참. 사장님 여기. 오늘 회의 때 필요하신 자료들입니다."
"휴. 누구 누구 참석하는 회의지?"
"일본 투자자분과 저희 스탭들입니다."
"일본 투자자라."
"스기야마 준이치씨도 참석합니다."
"....그렇군."
현섭의 표정이 많이 일글어 졌다 싶을 쯤에 하영은 궁금증을 가지고
현섭을 바라보자 현섭은 아무런 말 없이 장난끼 가득한 하영에게 웃어줄 뿐이다.
"스기야마 준이치씨가 누구예요?!"
"일본 투자자."
"어려운 사람인가 봐요? 당신 얼굴이 상당히 굳어있어. 이렇게."
하영은 자신의 얼굴을 찡그리더니만
그게 현섭의 얼굴이라며 웃어댄다.
"내가 언제 그렇게 흉한 표정을 지었다고 그래?!"
"방금요. 그치 제하야."
"....."
"거봐. 너 혼자만 그렇게 생각한 거 였어."
"아닌데!!제하씨!!이럴꺼야?!"
"예?"
"방금 흉한 표정 지었잖아. 현섭씨가. 괴물같이 베에~"
"유하영 혼날래?"
"헤헤. 아니요. 배 고프다아"
"룸 서비스 시켜."
그렇게 말을 던져 놓고 제하와 사업상 이야기를 하느라 바쁜 현섭
그 자리는 왠지 자신이 껴선 안 된다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자
뾰루뚱 해진 하영은 조심히 방으로 들어온다.
"투덜투덜. 맨날 나만 왕따 시켜 으엉으엉."
하영은 침대에 눕더니만 이불을 자신의 몸에 돌돌 말고서는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며 신나하고 있다.
딸랄랑..띠리리♬
그때 마침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하영은 놀던 놀이를 그만 두고
전화기로 손을 가져다 대는데
밖에서 현섭이 받았는지 현섭의 목소리가 들린다.
현섭이 자신보다 빨리 받았다는 생각을 하고선 끊으려는 순간.
-[나예요. 스기야마 카나에.]
스기야마 카나에?
하영은 전화기를 놓으려는 순간,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길래
조심히 귀로 전화기를 가져간다.
어렷을 적에 집 안에 아버지가 일본 투자자 들과 많은 접촉이 있어서
일본에서 몇 일 묵은 적이 있었다.
쇼핑도 하고 싶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고 싶었던 그녀는
의사소통이 불가능 하다고 생각을 하고 개인 과외에게서 일본어를 배운 적이 있었다.
[오랜만이군.]
-[그동안 잘 지냈나요. 일본에 왔다는 소리 듣고 전화했어요.]
[일 때문에 온거야.]
-[아버지를 만난다면서요.]
[...]
-[오랜만에 당신 얼굴 보겠군요.]
[그래-]
-[많이 보고싶어요.]
몰래 현섭과 카나에라는 여자의 통화를 듣고 있는 하영의 눈은
심하게 흔들린다.
알다시피, 현섭은 자신과 결혼을 하고도 이런저런 여자를 만나고 다녔던 바람둥이였다는 게
이제서야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 많은 여자들 중 한 여잔가 싶어서 다시 전화기를 내려놓으려는데.
[나도..]
라는 현섭의 마지막 말에 하영은 눈물이 핑돌아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넋이 나가서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오고, 하영은 그대로 그를 올려다본다.
"일정이 좀 당겨져서 회의 하러 지금 나가야 할 것 같아."
"..."
"유하영?"
"네. 다녀와요."
"집에 있어. 저녁에 같이 밖에 나가서 식사하자."
"응.."
현섭은 하영의 모습이 어색한 듯 보였으나, 피곤 해서 그런가 보다. 라는 생각으로
그대로 방을 나가 호텔을 빠져 나간다.
하영은 그가 나갔음에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이 멍하니 그렇게...
앉아 있었다.
뭐하는 여자일까.
유수아 라는 여자는 그렇게 차갑게 보내던 현섭씨 당신이.
보고싶다는 말에 나도.라는 말을 해주다니.
얼마나 대단한 여자길래....
왜...또. 한번 이렇게 심한 흔들림을 느끼게 해주는 거지. 왜.
.
.
.
.
.
※_046
딸랑.
일본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찻집으로 들어선 현섭은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창문가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한 여자가 보인다.
스기야마 카나에.
현섭은 왠지 모르게 두근 거리는 가슴을 안고, 창밖을 바라보느라
자신이 온 줄도 모르는 그녀에게로 걸어간다.
톡톡.
매너있게 테이블 위를 두번 치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는 그녀였다.
"카즈야···?"
현섭을 보자마자 카즈야? 라며 그를 바라보는 스기야마 카나에.
딱 봤을 때. 모든 남자들의 선망 목표인 '청순함'이 한 눈에 느껴지는 여자였다.
너무나 아름다워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쁜 여자였다.
"카즈야!!카즈야군요. 흑흑..흑흑."
"울지마."
"왜 이제서야 온 거예요!!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내가 얼마나 흑."
"카나에.."
"미치는 줄 알았어요!!그렇게 나 두고 한국으로 가니까 좋았어요? 흑흑.."
"바보야 울지말랬잖아."
"돌아와 준 거죠. 그렇죠? 그런 거죠. 흑..나한테 돌아와 준 거죠?!"
"......"
"카즈야!!!!!!"
"그 때의 너를...용서할 순 없어."
"카즈야!!!!!!!!!"
"........"
.
.
.
.
.
딩동. 딩동. 딩동.
한번 넋이 나가 정신을 잃고 나면 몇 시간이고 그 자리에서 멈춰버리는 하영은
현섭이 나간 지 2시간 이라는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말았다.
그런데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깜짝 놀라서 방에서 나와 문을 연다.
"유하영!!너 왜 여기 있는 거야!!"
"무슨 일이십니까. 유수아씨."
"무슨 일? 너 지금 이렇게 평탄 하게 있을 때가 아니라고!!"
"뭘요.."
"내가 지금 어디서 누굴 봤는 줄 알아?!?!"
"...?"
"어느 찻집에서 현섭씨랑 카나에가 같이 있는 걸 봤다고!!!!!!!"
"카나에?....당신 스기야마 카나에라는 여자를 알아요?!"
카나에라는 여자의 이름이 나오자 하영은 눈이 커지며 수아에게 묻자.
수아는 한숨 돌리고 말하자. 라고 내뱉은 후 집안으로 들어와
자기 맘대로 냉장고를 열고서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만
"이제야 살겠다. 거기서 뭐해? 빨리 와서 앉아!"
쇼파에 앉더니 하영을 부른다.
그런 수아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하영이지만 이제 쇼파에 앉는다.
"넌 그년 어떻게 알았어?!"
"네?"
"스기야마 카나에 말이야. 그 불여우 어떻게 알았냐고."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왔어요. 현섭씨랑 전화하는 걸 우연히 들었는데-"
"망할 년. 왜 또 꼬리 치고 지랄이래 지랄이!!"
"유수아씨. 당신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닌 듯 싶네요."
"아 몰라 몰라. 오늘은 너랑 싸우려고 온 게 아니니깐 잘 들어."
"..?"
"스기야마 카나에라는 년 그년 정말 독하고 무서운 년이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는 수아였다.
그런 수아를 침착하게 바라보는 하영.
"너랑 결혼하기 전이였을 꺼야 아마. 현섭씨가 일본 투자자 들과의 미팅이 있어서 일본에 왔었어.
스기야마 준이치라고 일본 일대에 최고의 그룹 회장이야."
"......."
"현섭씨는 일본에서 후지하라 카즈야로 꽤나 명성을 날렸었거든. 그래서 한동안 일본에서 생활하는데
카나에 라는 그 년이 현섭씨한테 첫 눈에 반한 거였어."
"..그런데요?"
"그래서 회사를 핑계삼아 준이치 회장 대신에 카나에 지가 현섭씨를 만난 거지.
여러번 그렇게 만나다 보니깐 카나에 그 년이 현섭씨의 매력에 빠져서는 허우적 거리게 됐어.
뭐 워낙 매력이 많은 남자니깐. 그게 문제가 아니고 하여튼. 그렇게 애정 공세를 해댔는데
현섭씨가 넘어오질 않으니깐 아예 마음을 먹은 거지"
"........?"
"무슨 짓을 해서라도 현섭과 사귀고 말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 자살 시도까지 했던 여자야. 그 여자.
자기랑 사겨주지 않으면 죽어버릴꺼래. 미친년."
"......"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현섭씨가 사겨줬던 거야. 그런데 현섭이 자꾸 자기를 바라보지도 않으니까,
다른 사람들을 시켜서 현섭을 괴롭히기 시작했어"
"!!!!!!!!!!"
수아는 어찌나 말을 빨리 하는지
하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리둥절 할 뿐이다.
"회사를 압박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시켜서 괴롭히기도 하고, 현섭씨가 많이 고생을 했어.
한 고비 넘겼다 싶으면 또 한 고비, 또 한 고비 그렇게 현섭을 죄어갔어."
"!!!!!!"
"그렇다 보니 일본에서 있는 시간이 많아졌거든. 그럼과 동시에 카나에 그 년과 있을 시간도 많아졌지
그렇게 그년과 같이 있을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현섭은 그저 옆에서 지켜주는 동정심이
사랑인 줄 알고 착각해 버렸던 거야."
"!!!!!!!!"
"물론 자신을 서서히 뭉게 가는 게 스기야마 카나에라는 것도 모른 채 말이야."
"...."
"현섭이 카나에를 사랑한다고 착각을 하고 프로포즈 하려는 순간, 다 들통나 버린거지.
그저 현섭을 자신의 장난감으로 삼으려던 그 못된 년의 심보가 다 들통나 버린거야."
"그래서.."
"바로 일본과 거래를 끊고 한국으로 날랐어."
"당신은 어떻게 그녀와 현섭씨 사이의 일들을 알죠?"
"내가 훨씬 전 부터 현섭씨를 사랑했으니깐."
수아의 말에 하영은 말이 없다.
훨씬 전부터 현섭을 사랑해왔구나. 이 여자도 꽤나 많이 불쌍한 여자야.
스기야마 카나에 라는 여자에게서 벗어나 한국으로 온 현섭을 잡지도 못하고
바로 나에게 뺏겨 버렸으니.....불쌍한 여자라구.
그렇게 따지면 내가 현섭씨를 뺏어온게 되잖아...
"그 년 절대로 현섭씨 옆에서 찝적대게 못 할 거라구!"
"....."
"왜 말이 없어?!"
"...미안해요."
"뭘?"
"그냥 다 미안해요."
"미안하면 잘 챙겨. 내가 도와줄테니까"
"네?"
"나 사실은 꽤나 못된 여자야. 카나에 그 년보다 더 독한 여자일지 모르지.
사실 김태혁이라는 녀석을 시켜 널 현섭씨에게 떼어 놓으려고 했었거든"
"설마!!!!!!"
"나야."
촤악.
수아의 뺨을 때린 하영은 그저 눈물이 흐른다.
내 소중한 친구를.....친구라고 생각했던 그 소중한 아이를
당신이 그렇게 이용했다니..
수아는 맞은 뺨을 얼얼한 듯 만지더니만 하영을 바라본다.
"할말은 없어. 내가 잘못 한거니깐."
".....정말 잘못한 일이예요.그건"
"그래. 태혁이가 전화왔드라구. 그런 짓 못하겠다고"
"!!!!!!"
"그 녀석 원래 착한 녀석인데 나 때문에 많이 사악해졌어."
"왜 그랬어요.."
"나도 사랑할 줄 아는 여자니깐 그랬지. 아 모르겠다..."
"......"
"하여간 이럴 때가 아니라고!!카나에를 잡아 죽여야 되 그년을!!!!"
".....네?"
"어차피 현섭은 나를 바라봐 주지 않을테니까, 포기하고. 너를 도와주겠어."
"무슨?"
"스기야마 카나에 그 불여시 보다 니가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해."
수아가 민망한 듯 시선을 위로 돌리고
하영은 그런 수아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니가 못된 말 내뱉고 그러면서 널 절대로 가만 두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오늘 그 카페에서 카나에와 현섭씨가 만나는 걸 보니 정의가 끓어오르더군"
"피식."
"웃을 게 아니야. 카나에 그 불여시. 사람을 죽여서라도 목표를 달성할 여자야"
첫댓글 이이! 또,저런 이상한 여자가 나타나다니. -,.- 저런.. 휴우!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화이팅!ㅎ
유수아 맘에든다.ㅋㅋㅋ 재밋어요.
숭구리당당숑님 댑따리감사드립니다ㅜㅜ열심히쓸게요 호호^^♡
ㅌrㅋ1내남푠--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재밌게봐주세요.ㅡ3ㅡ!!ㅎㅎ
수아가 맘에 드는 걸요?? 근데 그 카나에 정말로 나빴다 ㅜㅜ
지켜보겠어님 ㅋㅋㅋㅋㅋㅋㅋ 카나에미워하지마삼요ㅡ3ㅡ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