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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화 -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그 집 주인은 나에게 말했다.
“아마 그 여자, 자기가 그쪽 찼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젠 차였다고 생각 할 꺼에요.”
“고마워요. 그 상황을 빠져 나오고 싶었는데.”
“디자인 컨셉 잡으러 나왔다 본거니 하늘이 도운 거죠.”
“...”
"몰랐어요?"
“뭐가요?”
“그 남자!”
“아뇨, 알고는 있었어요.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래야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속 후련해요? 그 여자 비울 수 있겠어요?”
“네, 이제 잊어야죠. 힘들더라도. 고마워요. 도와줘서.”
“그럼 밥 사요. 이런 상황에서는 힘들 말이지만, 배가 고파서요.”
“일 하던 중 아니었어요? 오늘 야근이라고...”
“아차! 잠시 만요.”
나는 지금 이 기분에 어디론가 가고 싶었고, 그 기분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집주인은 나에게 자꾸 어디론가 가자고 재촉을 했다.
집 주인은 회사에 전화해 전도연도 울고 갈만한 연기력으로 지금 아파서 바로 조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뒤 끊어버렸다.
“됐어요.”
“아...”
“오... 오해하지 말아요. 오늘 첨으로 한 거에요. 저 원래 이런 여자 아니에요.”
“... 안 해요.”
“쓰으읍! 의심이 가는데~ 일단 밥부터 먹죠? 오랜만에 밥 먹고 싶은데 코리아타운 가요.”
차 키를 집 주인이 받아 들고는 운전을 해서 코리아타운에 있는 한 식당으로 갔다.
조금 외진 곳이라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다.
“아줌마 여기 된장국이랑 고등어 구이 주세요.”
나는 그런 집 주인을 지켜만 보았다.
아직 수영의 모습이 머리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도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하겠지...
“안먹어요?”
한참을 열심히 먹던 집주인은 물었다.
“아. 먹어야죠. 아참, 이거...”
나는 가방에 두었던 피카츄 머리띠를 건네어 주었다.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우와~! 피카츄~ 고마워요~ 완전 귀여워요~”
집 주인은 주위 시선은 무시한 채 머리띠를 쓰곤 폰 카메라로 자신을 찍고 난리를 쳤다.
수영은 분명 “이런 걸 돈 아깝게 왜 사!”했을 터인데, 많이 달랐다.
집 주인과 수영인...
“잘 먹었어요. 이제 어디 갈까요? 음... 아! 우리 회사에 가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요?”
“네, 전망대 가요. 저 그 건물인데 한 번도 안 가본 거 있죠?”
“왜요?”
“서러워서요... 혼자가기! 이제 동거인 있느니 당당히 가 봐야죠!”
“그런 가 볼까요? 저도 궁금하긴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운전을 하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으로 향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는 뉴욕시티의 별명이다.
102층에 높이 약 381m인 이 빌딩은 1971년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생길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주로 임대 사무실용으로 되어 있는데, 86층과 102층에는 전망대가 있어 시내와 근교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긴 위해서는 티켓을 구입해야 하는데 86층과 102층의 표 값이 달랐다.
우리는 102층으로 향했다.
“우와!”
집 주인의 천진난만한 목소리에 나는 주위 시선을 살피는데 바빴다.
다들 관광객으로 생각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여기에 와서 정착을 하고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집도 장만할 정도의 기간이 지났는데 정작 자신이 일하는 빌딩의 꼭대기 층에는 한 번도 오지 못한 이 여자가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집 주인 쪽으로 다가가서 같이 밖의 야경을 보았다.
정말로 멋있었다. 바쁜 사람들의 도시 뉴욕이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순간 나는 잠시나마 오늘 있었던 일을 잊을 수 있었다.
“이제 계획 있어요?”
“저요? 저는 아직 없네요... 그냥 일주일 정도 더 있다가 한국으로 들어가려구요.”
“그렇게나 빨리요? 집에 이사온 지 얼마 안 됐는데요?”
“여기에 있을 이유는 없지 않나요?”
“하긴... 저 일주일 동안 휴가 냈어요.”
“왜요? 어디 아프세요?”
“아파요? 제가요? 전 여자 마징가Z 라구요... 무쇠!!!”
“하하 그렇게 보이네요.”
“헐, 그렇게 보인다구요? 이거 슬프네...”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
“괜찮아요. 우리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 뉴욕구경 시켜 드릴려구요.”
“굳이 그렇게 까지...”
“괜찮아요. 이참에 제가 안 가본 곳도 실컷 둘러보는 거죠.”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일주일 동안...”
“네, 일주일 동안...”
“그런데...”
“네 왜요?”
“그 피카츄... 계속 쓰고 계실 건가요?”
“아! 네. 계속 쓰고 있을 꺼지롱요~”
그렇게 해서 일주일간의 집 주인과의 여행이 시작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 피곤한 나머지 집주인과 나는 각자의 방에 들어가 옷도 갈아입지 않고는 바로 골아 떨어 져 버렸다.
다음날 나는 집 주인 보다 먼저 일어나서 간단한 계란말이와 브로콜리볶음을 하고는 밥을 지어 상을 차렸다.
“음~ 맛있는 냄새~”
“일어났어요?”
“혹시...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요?”
“네?”
“이 집에 온 뒤로 처음으로 밥 냄새가 나서요.”
“집에서 밥 안 해 먹나요?”
“네, 대충 시켜먹거나 나가서 먹어요.”
“일주일 정도는 아침은 제가 해 드릴게요. 가이드까지 해 주시는데 이거라도 해 드려야죠.”
“오옷! 정말요? 그럼 전 저녁 해 드릴게요. 아! 그리고 이거요.”
“이게 뭐에요?”
“휴대폰이에요. 그냥 싸구려지만 서로 있어야 길을 안 잊어 먹죠.”
“이렇게 까지 해 주실 필요까진 없는데...”
“괜찮아요.”
“오늘 부터네요 뉴욕여행...”
“그러네요... 오늘은 우선 그냥 걸어 볼래요? 무작정?”
“그래 볼까요?”
오늘은 차를 놔두고 집 주인과 집을 나섰다.
아침이라 그런지 동네는 한산했다.
길을 건너기 위해 건널목 앞에 섰다.
“후훗.”
“왜요?”
“여기서는 대부분 그런 거 안 지켜요.”
“그럼요?”
“잘 봐요.”
집 주인은 그냥 찻길을 건넜고, 나는 당혹스러운 마음을 안고 따라 건너갔다.
한참을 이야기를 하며 걸으니 어느덧 다시 빌딩의 숲에 도달했다.
“저기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어떤 거요?”
“대단한건 아니고... 63빌딩이 뉴욕 맨하탄에 가면 높은 빌딩에 속하나요?”
“오~! 저도 그거 생각 했었는데!”
“전 나만 그렇게 생각 한 줄 알았네요.”
“아마 아닐 껄요? 한국에 친구 말 들어 보니, 63빌딩보다 더 높은 것도 지었대요.”
“우와.”
“몰랐어요?”
“네, 저도 여행한 지 오래 되어서요.”
“하긴.”
우리는 길거리에 있는 맥도날드 커피숍에 들어갔다.
맥도날드 안에 들어가서 느낀 거지만 안에서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흑인 아니면 아시아 계열 민족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은 한국과는 다르게 청소하는 사람들이 모두 할아버지 아니면 할머니였다.
나는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한국서 시키던 아메리카노를 주문했지만 주문을 받는 외국인은 무슨 말인지 의아해 한다.
“후후, 여기에는 아메리카노라는 것은 없어요. 그냥 하우스 커피 달라고 하면 되요.”
이렇게 해서 나는 다시 주문을 바꾸어 하우스 커피 톨 사이즈 무설탕 무크림을 시켜먹었다.
“여기요.”
“이건 또 뭐에요?”
“하루 교통 이용권.”
“오 그런 것도 있어요?”
“신기하죠? 선물이에요. 이사 선물.”
“선물 너무 많이 받는 것 같네요.”
“한번 한국에 와요. 저도 선물 많이 드릴게요.”
“그러면. 저 꼭 가요~”
“네, 꼭 오세요.”
뉴욕에서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 보았다.
한국 지하철 보다 더 낡았다.
열차는 신형도 있고, 구형도 있지만 한국만큼 좋지는 못하다.
지하철 역 곳곳에도 쥐가 마치 제 집인 냥 돌아다니며 활개치고 있다.
우리는 맨하탄의 Prince st.에 내려 이것저것 구경을 하였다.
호소라는 곳은 보통 옷 잘 입는 사람들이 많다고들 소문이 나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국 사람들만큼 옷 잘 입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허름허름한 수제 햄버거 가게에 들렀다.
웨이트리스는 음료만 물어본 뒤 그냥 가버렸다.
“아... 주문”
"여기는 음료 먼저 주고 주문을 받아요."
“아... 그렇군요.”
음료를 가져 온 웨이트리스에게 메인 메뉴를 주문하고는 음식 나오길 기다렸다.
스테이크 고기가 들어간 버거 였는데 양이 어찌나 크던지 혼자서 먹기에는 힘들었다.
반면 집 주인은 잘 먹는다.
집 주인은 다 먹고 나는 반을 남기고 테이블에 40달러와 팁 2달러를 놓고는 햄버거 가게에서 나왔다.
“이제 어디 가죠?”
“생각 중, 음... 좀 걷다가 그냥 집으로 들어가요.”
“그럴까요?”
“네, 너무 다녔나 봐요. 오늘은 내가 저녁 해드릴게요. 이름 하여 유진이표 떡볶이.”
“고추장 있었어요? 없던거 같던데?”
“재료는 이제 사러 가야죠.”
좀 걷는 다는 것이 장을 보는 것이었다.
우리는 집 주위에 있는 마트에 들러 장을 본 뒤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돌아다니며 찍었던 사진들을 노트북으로 옮기고는 카메라를 다시 충전 시켰다.
집 주인은 허둥지둥 사온 재료를 가지고 떡볶이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타지에서 먹는 떡볶이라 그런지 나름 맛있었다.
솔찍히 맛을 못 느낄 정도로 매웠다.
식사 후 우리는 TV앞에 앉아 맥주 한 캔씩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 주인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나도 취기가 올랐다.
“아 취한다. 저 먼저 들어가 잘게요.”
“아, 네 안녕히 주무세요.”
“내일도 기대해요~ 멋진 곳으로 데려가 줄 테니~”
“고마워요.”
“고맙긴요~ 제가 그러고 싶어서 하는 건데요 뭐...”
“그럼 다행이구요.”
“그거 알아요?”
“어떤...?”
“설호 씨가 오고 나서 나, 하루하루가 기다려지고 있다는거?”
여자는 말을 남기고는 방으로 뛰듯 들어갔다.
저 여자 취했다.
첫댓글 ㅋㅋ 유진이 완전 제멋대로네요. 그래도 귀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