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펜 주력으로 롱핌플 수비수를 병행하다가 작년 겨울부터 수비수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중펜을 아예 안잡은지 두세달 쯤 되는 것 같습니다. 빅타스 컬P1V(이하 컬피원)와 티바 그라스 디텍스(이하 그라스) 사이에서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맘은 컬피원에 정착하고 싶은데 현실이 녹녹치 않더군요. 용품은 가장자리를 3mm 갈아내 사이즈, 울림, 휘청거림을 줄인 아이기스에 MXP, 그라스 1.2를 쓰고 있습니다. 포핸드로는 롱컷을 하지 않는 모던 디펜더입니다.
1. 난이도
컬피원이 더 어려웠습니다. 상대 스핀에 더 민감합니다. 제가 자주 러버를 바꿨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그라스는 별 생각없이 대충 깎아도 비교적 잘 들어갑니다.
2. 반발력
그라스가 더 빠릅니다. 이는 특히 상대의 하회전 푸시를 반커트성으로 푸시할 때 큰 차이를 만듭니다. 롱핌픙 수비수 입문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요. 상대가 톱스핀 공격을 하지 않고 하회전 푸시를 자주 할 때 매우 곤혹스럽게 됩니다. 이때 롱핌플도 어쩔 수 없이 푸시로 넘겨야 하는데, 컬피원으로는 상대가 부담스러할만한 속도를 만들기가 어려워 상대의 강한 공격으로 이어질때가 많았습니다. 컬피원으로는 포핸드, 백핸드 어느 쪽으로 코스 빼기도 속도가 부족합니다. 즉 컬피원으로는 순수하게 본인의 수비능력과 하회전양과 변화로 다 커버를 해야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라스로는 제법 빠르게 넘길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포, 백으로 코스를 찌를 수도 있어 꽤 큰 장점이 됩니다.
3. 롱컷시 하회전양
컬피원을 선택하려고 했던 이유가 하회전이었는데 초핑 임팩트가 부족해 장점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라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러버가 그립력이 높다보니 허접한 임팩트 때문에 상대의 강한 톱스핀을 깎아도 상대 회전을 오히려 죽여 결과적으로 강한 하회전으로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그라스는 임팩트 대비 하회전 생성량이 무난함을 보였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상대가 드라이브로 올리기 버거울만한 하회전은 만들지는 못합니다.
4. 스폰지 두께
현재 그라스 OX / 0.5 / 0.9 / 1.2 까지 사용해봤는데요. 롱컷 수비수로는 OX로 가질 수 있는 장점에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롱컷시 1.2가 가장 롱컷다운 구질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상대의 하회전 푸시를 롱핌플로 길게 밀면서 넘겨줄 때 약간의 하회전을 만들어주면서 상대가 한방을 시도하기 까다롭게 만듭니다. 0.5로는 동일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공격을 당했습니다.
5. 보완점 or 숙제
첫번째 과제는 일단 한번 더 넘기는 것이었고요. 롱핌플로 바꾸고 나서 알게 된 것인데 롱핌플에게는 적당한 빠르기의 적당한 드라이브가 가장 쵸핑하기가 편하다는 것. 하지만 상대가 그런 볼만 주는게 아니라서요. 그래서 상대의 다양한 구질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였습니다. 그래서 한두 부수 아래 사람들과 연습하면서 공격은 않고 무조건 롱핌플로 넘기는 연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이해안되는 구질이 나옵니다. 예상보다 길거나 짧거나 튀어오르거나 즉는... ㅠㅠ
두번째 상대의 빠른 서브인데요. 처음에는 속절없이 당했습니다. 요즘은 반스텝 정도 뒤에서 리시브를 준비하다가 왼발을 뒤로 빼면서 쵸핑을 하면서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빠른 서브는 롱핌플 OX 전진 블록커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세번째, 카운터 어택 타이밍
롱컷을 하다가 언제 어떻게 뛰어들어가야 하는지 좀 어렵습니다. 테이블이 좀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 약간 늦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자세가 불안정하기도 합니다. 가끔씩 성공하면 정말 짜릿하지요.
네번째 롱컷 하회전
초핑시 머리부터 무릎까지 Full Chop을 하지 못하고 Half Chop 정도만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중펜 출신이어서 쉐이크핸드 그립으로 롱핌을 하다 보니가 자연스러운 백핸드 chop이 어렵습니다. 상대 드라이브 공격이나 하회전 푸시가 네트에 걸리는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
처음에는 시합 도중 답답해서 펜홀더 그립으로 바꿔쥐고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만 이젠 그 단계는 넘어선 것 같고요. 주변의 잔소리와 핍박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이제는 수비수 탁구의 즐거움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중펜 잡았을 때 지던 사람도 이기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네요. 물론 중펜으로 쉽게 이기던 분들에게 지는 일도 있지만요. 선배님들의 조언과 팁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커트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포핸드로 카운터를 많이 치는 모던 디펜더라면 백핸드로 능동적인 플레이가 가능하고, 그와 관련된 용품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가령...
1. 백핸드로 강한 커트를 구사 후 상대의 루프를 강제하고 덮어주는 카운터
2. 빠른 너클커트로 상대의 약한 루프/보스커트를 유도하고 역공 준비
3. 상대의 하회전을 공격적 스트로크로 포사이드로 보낸 뒤 공격 준비
등등이 있는데, 무엇을 주로 하시는지에 따라 용품 선택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스디텍스는 강한 리버설로 인해, 상대의 드라이브를 커트로 늘 강하게 보낼 수 있고, 상대의 애매하게 놓는 공을 까다로운 구질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대신 능동적인 회전 조절을 하기 어렵고 커트-커트 랠리에서 강한 하회전이 안 만들어져 상대의 커트 후 한방에 취약합니다.
컬P1V는 기본적으로 커트 감각이 탁월합니다. 내가 어떻게 깎았는지 피드백이 잘 되죠. 보스커트를 어느정도 만들 수 있으며, 그래스디텍스에 비해 회전조절이 꽤 가능하죠(그립감이 강한 롱핌플에 비해서는 크지 않다만..). 대신 상대 회전에 조금 민감해집니다만, P1정도는 구력이 채워지면 컨트롤 걱정은 없으실 겁니다.
정석적인 길은
컬P1V에 적응하는 것이라 봅니다만, 레슨을 꾸준히 받기 어렵거나 디텍스의 매력이 크게 다가온다면 그래스디텍스를 쓰셔도 무방합니다.
그래스디텍스를 계속 쓰신다면 위의 1, 3번 시스템을 많이 연구하시면 좋습니다. 디텍스의 최고장점은 엄청난 스핀리버설과 공격적인 스트로크에서 우블링이니까요.
커트주전형은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마음, 그리고 경험으로 몸에 박힌 스텝으로 완성되는 전형입니다. 응원합니다
@곡현 정말 좋은 팁 감사합니다.
이런 분이 가까이 계시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합니다. 독학은 쉽지 않네요. ㅠㅠ
새로운 도전이 멋지네요 ^^
감사합니다. ^^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예전 주세혁 선수는 그래스디텍스 1.8mm를 특주해서 사용했어요.
잠깐 쓰다가 컬P1으로 돌아오지 않았던가요?
그 소식(?)에 저는 그래스는 걍 OX가 젤 쓸만한 러버(전진 블럭형)가 아닌가 나름 판단했더랬습니다. ^^;;
참고로 툭툭 건드리는 스트로크? 이런 기술은 스펀지 버전보다 OX가 더 쉽다고 박현미 관장이 언급한 적도 있습니다.
@붉은반바지 짧은 볼 네트앞에서 건드리기는 그라스가 좀더 나은 듯합니다.
오스카님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도 10여년 님과 같이 수비한다고 시작해서 아직까지 그래스디텍스 1.2 로 버티고 있습니다.
나이가 드니 무르팍도 고장나고 뛰어 다니기가 점점 힘드네요 ㅜㅜ
중펜 잡을 때 손목과 팔꿈치, 어깨에 부담이 됐었는데 수비수하고서는 관절에 부담은 덜한대 워낙 앞뒤로 양옆으로 뛰어다니다보니 땀이 비오듯합니다. @@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