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후기 썼다가 어정쩡해서 그냥 닫아버렸는데 제가 올리지 않길 잘 했네요. 땡크님께서 이렇게 좋은 글을 올려 주시니까요.
근데 제가 그렇게 투덜거렸나요? -_-;; 멀티 피치는 정말 힘들더라구요. 허리도 아프고 발가락도 아프고. 모... 선등 서거나 빌레이 보신 분들에 비하면 정말 정말 아무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타다 보면 요령이 생기겠죠.
실내암장 다닌 보람이 있어서인지 몸에 큰 타격은 없네요. 안 그랬음 등반 중에 쥐가 난다든지 다음날 병원 찾든지 그래야 했을텐데 지금 멀쩡하게 컴퓨터 작업하고 있으니... 호호^^*
참... 땡크님 가져오신 호박엿 맛을 못 봤네요. 아까워라.
피곤하실텐데 들어가시자마자 글,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암장에서 뵈요.
닉님, 여러 모로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능력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 볼랍니다.
그리고 당당님, 암벽화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담에 암장에서 뵈면 드릴께요. 혹시 그 전에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 오실 일 있음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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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등반은 인수봉 뒷편의 숨겨져 있는 암벽 같은 곳이라 하여 (숨은벽)코스에서 했다. 원효릿찌 맞은편이다.
비박야영이었다.
따라서 어떤 지점에서 야영한다고 찍어줄 수 없었으므로 함께 모여서 가기로 했다. 밤 10시에.
내가 늦어 밤 11시에 닉,쾌청 3명은 통나무식당 앞에서 만나 백운산장으로 갔고 산장으로 마중나온 효정의 인도를 받으며 야영지에 합류했다.
무거운 배낭으로 모두 땀에 샤워를 했다.
야영지는 수색대를 보내 찾으려해도 쉽게 발견할 수 없을 듯한 깊은 산속의 무인도 같은 곳이었다. 색다른 경험인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번 쯤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새벽 두시경까지 술로 정을 쌓으며 다음날 등반에 대한 토론을 했다.
여자 회원이 4명이었는데 그들이 좌중의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암벽하는 여자들의 분위기는 독특하다. 독특하다는 표현 속에는 매력적이란 뜻이 90%고 나머지 10%는 무쟈게 웃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하면 비슷할까? 총각들이여 암벽하는 여자와 결혼해보라. 그럼 평생이 즐거울 것이다.
다음날 아침 7시에 기상하여 식사를 마친 후 훈련에 들어갔다.
난이도에 따라 자일 3개를 걸어놓고 돌아가면서 매달렸다.
크랙이 많은 바위였다.
남자들의 특징은 크랙은 좀 힘들어도 그럭저럭 해내는데 90도에 가까운데 홀더는 거의 없어보이는 슬랩바위에서는 다들 헤맨다.
오히려 여자들은 크랙이든 슬랩이든 더 잘한다.
크랙도 만만치는 않다. 무게중심을 잡기 곤란하여 한발만 떼면 몸이 휙 돌아버릴 것 같아 한발 옮기는데도 아주 곤란을 느끼는 곳이 여러군데다.
슬립을 먹어도 부상의 위험은 없다. 그러나 슬립 먹을 때의 아찔한 기분은 다들 피하고 싶은가보다.
오후에는 본격적인 등반이었다. 두피치 짜린데 무척 스릴이 있다.
쾌청이 짜증이다. 그냥 연습만 하지 뭣하러 저런데를 오르냐고.
그런데 곤란과 두려움 스릴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이겨내고 해냈을 때의 기분은 글이나 말로 표현해내지 못할 정도다.
투덜거리던 쾌청도 드디어 해냈고 그의 마음속에는 아마도 표현하기 어려울 벅찬, 감동의 바다에 빠져 허덕였을것이 분명하다.
감동 한번에 실력도 하나 더 늘어가는 쾌청을 본다.
모멘트를 만나 닉을 만났고 닉을 만나 바위를 알게 되었다.
바위를 알게해줬고 그런 멋진 새로운 영역이 있다는 걸 가르쳐 준 닉이 항상 고마웠다.
이번 등반을 끝으로 생업으로 인해 닉은 자주 참석하지 못한단다.
효정에게 당분간 모멘트 암벽활동을 인계하고 암벽장비를 쾌청과 나에게 인수인계했다. 대단히 서운하다. 빠른 시일에 또 함께 할 날이 오기를 바라며 닉의 계획한 일이 모두 잘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자일에 매달려서 쌓이는 정은 그 어느곳에서의 것보다 더 찐하고 깊다.
뫼아띠 등반대장과 회원님들과는 벌써 10년 친구보다 더 깊은 우정이 쌓인듯하다.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등반 계속 함께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