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랑 한바탕 말다툼을 하고서 찜찜한 기분으로 집을 나섰지만
서녘하늘에 씨~익 웃고 있는 산뜻한 초사흘 달을 보며 마음을 달래본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니 뭔가 허전함이 다가온다......왜?
제암산 가는 길... 너무 멀고 지루했지만 초저녁에 먹은 쐬주 한 잔과 닭똥집의
기운을 빌려 비몽사몽간에 한 숨 자고 나니 이른 아침 봄햇살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허~ 먼꿈이지? 청아형, 이요안님, Praha님, 토끼천사님, 요석넘, 시베리아님과 함께
눈 덮인 설악에 오르는 꿈을 꾸었다.
첫 산행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침 꿈에 나타나다니(사실 이요안님과 Praha님은 얼굴도
가물가물한데), 언제 한 번 설악에서 다시 뭉쳐봐야지 ^^
고속도로를 벗어난 조금은 울퉁불퉁한 시골 국도변에는 초록빛 보리밭이 계속 이어지고
보리밭 너머로는 어머니 젖무덤을 닮은 야트막한 둔덕들이 시야에 하나 가득 들어온다.
언제 보아도 정겹고 포근한 남도의 풍경들(흥얼~ 흥얼~ 보리밭 사잇길로 어쩌구 저쩌구~)
새벽녘 제암산은 삼림욕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그만이고,
폭신폭신한 등산로는 맛이 간 내 무릎과 발목이 오랫만에 호사를 겪게 해준다.
산행 시작후 30분여 벌써 퍼저앉아 연신 물을 들이키고 있는 어떤 님? 에공 힘내세여~
어찌 어찌 쉬고 있는 님들을 지나쳐 오르다 보니 어느덧 帝巖밑에 다다르게 되고
帝巖위에선 여러 님들이 이런 저런 포즈로 사진 찍기와 심호흡, 바람맞이에 여념이 없다.
윽! 이 무슨 요상한 말소리냐? 서시아자씨~~ 약오르지~롱 여기 몬올라오져~~ ^^ ㅋㅋㅋ
(속으로... [lee917] 너 두거떠! 이래뵈도 이 아자씨가 소싯적에 한달짜리 암벽교육에서
1등 먹었던 전력이 있단다. 거기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은 몸인데 감히~ ^^)
후다닥 帝巖에 올라 살금~살금~ 먹이에 접근 왁~ 음무핫핫핫 고럼 고러치 ㅋㅋㅋ
정상에 서서 날 약올리던 [lee917]님 왁~ 한방에 바로 주저앉는다.
야~ 너 주글래 <== 을매나 놀라쓰면 바로 말까지 짤바져버려따 ^^ 너두 당해봐
어딘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정상즈음에 있던 돌무덤을 지나치며 돌 하나 얹어놓기를 잊지
않으시는 울 대장님 역쉬~ 큭큭큭 그런데 돌 던지며 하신 말씀은......
"아 씨X 올해는 장가 함 가보자"
그 뒤를 따라가던 님들은 졸지에 대장님 잘 모시지 못하는 나쁜 넘들이 되어버려따 -.-
처자님들 반성하시고... 시집 못가 몸부림 치고 있는 [참고은]님 어케 대장님 처치 좀 안될까용
곰재를 지나가면서 대장님 한 말씀 더 "여기서 내려가면 미친넘이지 그게 산 타는 넘이냐"
아뿔사 울 산악회에 미친넘이 그러케 많을 줄 누가 아라쓰랴, 미친넘뿐만이면 다행이쥐 ^^
꽃천지, 앞을 봐도 뒤를 돌아봐도 옆을 쳐다봐도...... 꽃, 꽃, 꽃, 꽃, 꽃, 꽃, 꽃, 꽃
자줏빛 바위 끝에
잡으온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받자오리이다.
꽃 꺾어 바칠 처자도 없는 마당에 꽃 속에 파묻힌 내 모습이 몹시도 처량하군! -.-;
春眠不覺曉 / 處處聞啼鳥 / 夜來風雨聲 / 花落知多少
봄 잠에 새벽 오는 줄도 몰랐더니 / 곳곳에 새 우는 소리네
지난 밤 비바람 소리 들리더니 / 꽃은 얼마나 떨어졌을까?
꽃숲을 지나 [애필]님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도착하니 허걱! 우리보다 먼저 내려와 계신 님들...
"여기서 내려가면 미친넘이지 그게 산 타는 넘이냐" <==대장님 말씀이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 ^^
"왜 싸워?" "똑같은 넘들이니까 싸우지" 서로 먼저 차를 빼라고 악다구니 쓰는 넘들을 뒤로 보성차밭을 떠난다.
올라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보니......처음 차에 탈 때 뭔가 허전함은 매번 산행 때마다 항상 제일 앞에 앉아 맞아주시던 [goldsun]님이 계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보고 시퍼용~~ ^^
별 거 아닌 생일케잌 하나에 감동 먹은 하나뿐인 울 동창 [유년의 뜰]!
생일 다시 한번 축하~~~~~ ^^
lee917님아~ 이제서야 고백함돠~ 그 커피는 코X지 큰걸로 세덩이, 귀X 100g, 아주공갈염소똥 5개를 흙탕물에 넣어 잘 끓여서 조금 식힌후 화장실 갔다 씻지 않은 손가락으로 간을 맞춰서 드린거랍니다^^ 나머지 재료가 더 많은데 지면이 협소한 관계루 다 밝히지 못함을 용서하시길......
첫댓글 반갑습니다,,이렇게 좋은 산행이었는데 같이 못간게 조금은 아쉽습니다..
저도 아쉽습니다. 부산 다녀오느라구요... 올라오니 더욱 덥군요... 서시님은 시인이다... 맞다. 아니다. 맞다. 아니다. 맞다....???
몰랐어요그렇게대단한분이신지.글참예쁘고멋지게쓰시네요서시님덕분에조금힘들고많이즐거웠습니다.산에서내려와힘드실텐데손수타주신커피감사했구요글읽으면서웃게해주셔서한번더감사해요다음번산행에서뵐때까지건강하세요(lee917)이예요
에고~~ 그리도 허전하였는가요...지리산 바래봉--제일 앞자리 지리고 있을것임! 근데 아직도 누나랑 한바탕하나요? 그래도 한바탕 할 수 있을 때가 좋지 않은지???
lee917님아~ 이제서야 고백함돠~ 그 커피는 코X지 큰걸로 세덩이, 귀X 100g, 아주공갈염소똥 5개를 흙탕물에 넣어 잘 끓여서 조금 식힌후 화장실 갔다 씻지 않은 손가락으로 간을 맞춰서 드린거랍니다^^ 나머지 재료가 더 많은데 지면이 협소한 관계루 다 밝히지 못함을 용서하시길......
각설하고..2차 해장국은 언제 먹을까요?...글구..담엔,나두 그 엽기커피 한잔 얻어먹을수 있는 행운이 올려나..ㅎㅎ
윽.. 드러~!! 이제 서시님이 주신 커피는 절대 마시면 안되겠당. 덕분에 글 잘 감상했어요. 솔직히 한문 못읽음.. ㅋㅋ 무식이 무기라서여... 케케
클나따 이러다 엽기커피만 타주는 넘으로 찍히면......[goldsun]님이 앞에서 카바해 주실꼬야 ^^
앗! 나 그날 서시님이 타주신 커피마셨는데. 설마^^ 아니겠죠..? 그래도 맛은 좋든디...쩝..(옥동자 ^-^)
우잉? 코난? 옥동자? 옥동자님한테 타 드린 커피라면......917님 타드린 커피에 뿌라수 발뒤꿈치 그 것하구, 발X락 사이에 있는 것......그 담은 절대루 말 못함 ㅎㅎㅎ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