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져리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구장.
시카고 컵스의 오랜 한을 품은 홈구장 리글리 필드하면 떠오르는게 많죠?
그 자체로 랜드마크인 네온사인 간판(marquee)과
담쟁이 덩쿨로 덮힌 외야 담장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바꿔주는 오래된 스코어 보드와
컵스가 이길 때마다 올라가는 그 유명한 W 깃발
그리고 외야 담장 너머 기생(?)하는 인근 아파트들의 루프탑 관중석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해온 만큼
쌓여온 스토리도
유별난 특징들도 많았던 역사적인 구장.
하지만 그 좋은 집도 100년이 넘는 세월만큼이나
쌓여가는 문제들도 많았었죠.
불편한 좌석과 시원하게 시야를 가려주는 기둥
게다가 얼마전에는 콘크리트가 부서져 관중들 머리 위에 떨어지기까지 해서
그 모든 불편을 참아내가면서까지 전통과 구장을 사랑해마지 않았던
컵스팬들 조차도 새로운 구장 혹은 새로운 시설에 대한 갈증을 숨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2009년 새로운 구단주인 리켓츠 가( the Ricketts family )가 들어오면서
새로운 구장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그 때만해도 유명한 염소의 저주 때문에 100년 넘게 우승을 하지 못하던 때였고
염소의 저주가 팀 뿐만아니라 리글리 필드 구장에 내려진거라며
새로운 구장으로 옮겨가지 않으면 영원히 우승을 하지 못할거란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했죠.
하지만 2014년 리글리 필드 개장 100주년을 맞으며
리글리 필드는 5억달러 규모의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과정에 돌입하게 됩니다.
리켓츠 가는 컵스와 리글리 필드 구장을 사들이면서
"새로운 구장을 짓든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하지 않으면 연고지를 옮기겠다."며
시카고 시를 향해 협박아닌 협박을 공언하기도 했죠.
이에 시카고 시와 함께 5억달러 규모의 레노베이션 계획을 발표하게 되는데
리켓츠가가 이토록 레노베이션에 매달린 이유는
전통도 100년이나 우승을 기다려 온 팬들을 생각해서도 아닌
오로지 수익창출.
즉 헨리가가 보스턴 레드삭스를 사들이면서
86년간 이어져 온 밤비노의 저주를 깨뜨린 그 대업달성을
그대로 해보겠다는 계획이었죠.
보스턴 역시 컵스와는 리그 1, 2위로 오래된 구장을 소유한 것과 함께
오랜 세월 저주에 걸려 우승을 하지 못하는 명문팀이라는 공동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새로운 구단주가 오면서 2004년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저주를 깨버리고 우승을 해버리죠.
그 우승의 원동력이야 영화 "머니 볼"에 잘 나와있지만
그 중 하나가 가장 오래된 구장인 펜웨이 파크를 거의 새로 짓다시피한 레노베이션
이 레노베이션을 통해 레드삭스는 펜웨이 파크를 향후 100년도 거뜬한 거의 새로운 구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로인한 입장수익 증대로 인해 우승에 필요한 선수를 사온다라는 선순환적 구조
리켓츠가는 그 점을 주목하게 됩니다.

그래서 2014년 구장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시작하게 되는데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일단 오래되고 낡은 구장을 뜯어 내고 새로 짓는 겁니다.
스탠드의 좌석만 교체하는게 아니라 그 아래 토대까지 뜯어내고
기초부터 거의 새로 짓는 것입니다.

하지만 레노베이션을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관중의 편의가 아닌 수익 창출에 있다고 말씀드렸죠?
단순히 스탠드를 다시 짓는게 아니라
그 아래 수익 창출 구조를 심습니다.
이미 100년 동안 고정된 필지 탓에 스탠드 좌석수를 현재 리그 평균인 4만 이상으로
올리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컵스는 스탠드 아래 새로운 관중석을 만드는데

그게 바로 스탠드 아래 럭셔리 한 클럽을 만드는 겁니다.

홈플레이트 바로 뒤의 아메리칸 항공 클럽 (American Airlines 1914 Club)을 비롯해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들 아실 메이커스 마크 (Maker's Mark Barrel Room)
그 외에도 The W Club 과 Catalina Club까지
총 네개의 스위트 레벨의 럭셔리 클럽이 들어가게 됩니다.

야구와 동시에 술과 담소를 즐길 수 있는 럭셔리한 호텔클럽들은
2018시즌과 2019 시즌에 개장한다고 하는데
수백석 규모라고 하고 입장료가 얼마인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하네요.
모르긴 몰라도 클럽 이름만 들어도 싼 가격이 아닐거라는 짐작은 가시죠?
(클럽을 만드는 구단주의 뻔히 눈에 보이는 의도만 보아도..)

뿐만 아니라 외야의 낡은 관중석 역시 내야 처럼 새로 지어지고
더욱이 100년 넘는 세월 동안 고수해오던 손으로 교체하는 스코어 보드가
새로운 최첨단 전광판으로 바꿔지죠.
(역사와 전통보수의 고집답게 센터필드의 수기점수판은 그대로 있고 그 옆에 지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주목할 점은 바로 불펜.
불펜이 외야 관중석 밑으로 들어가게 되죠.
(공간창출과 창조경제의 달인이 되어가는 컵스)

5억불
정확히는 5억 75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따지면 6222억원 규모..
웬만한 구장 신축 뺨 후드러 칠 정도의 리노베이션이 과연 단순히 경기장 뜯어 고치는데에만 드느냐?
(6천억이라면 다시 봐도 ㅎㄷㄷ한 규모죠. 우리나라에 가장 최근에 지어진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가 1666억원, 유일한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 돔도 2천억원이 넘질 않습니다. 그런데 신축도 아니고 리모델링에 6천억원이라니...)
진짜 수익창출, 리노베이션은 구장 밖에서 일어납니다.
이름하여 the New Wrigleyville 플랜.
즉 구장 주변을 "리글리 마을"화 한다는 계획이죠.
먼저 1번 삼각형 모양의 자투리 공간을 놓치지 않고
트라이앵글 플라자라고 거기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나머지 공간은 공원으로 만듭니다.

이미 완공되었고 새로운 건물은 클럽하우스와
오래된 구장 안에 있어서 협소했던 컵스 스토어
그리고 무엇 보다 이제는 자랑할 수 있는 "월드시리즈 트로피" 전시관등이 들어가게 되죠.
건물 외벽에는 대형 전광판이 있어서 입장하지 못한 팬들이 경기상황을 볼 수 있구요.
나머지 공간은 "the Park at wrigley field"라 해서 공원으로 만들고
겨울에는 아이스 링크로 만들기도 합니다.

2번은 3루 관중석 건너편에 짓고 있는 자카리 호텔입니다.
아마도 수익창출을 작정하고 나선 리켓츠가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겠죠.
2018시즌 개막 전에 완공될 거라네요.

3번이 작은 삼각형
외야 좌측 담장 너머에 있는 Wrigley Annex라고 해서
리테일과 레스토랑 그리고 티켓하우스가 자리잡는다고 합니다.
(정말 작은 공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컵스, 대단하네요.)

마지막 4번이
저도 가장 궁금하기도 했고 알고나서 가장 놀랐던 건물인데요.
무려 아파트입니다.
(정말이지 리켓츠 당신은 도덕책...)
그냥 아파트가 아니고
1층은 마트가 들어오고
저층부는 소매점이 들어온다고 하니
주상복합 아파트 쯤 되겠네요.
100년 넘은 구장 리노베이션에
담장 너머 호텔에 주상복합 아파트까지
구단이 구장을 소유할 수 없고
획일화된 공무원들이 "공무원스럽게" 운영하는
우리가 보기에는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수익 창출이네요.
이외에도 컵스의 6천억짜리 리모델링 계획에는
레전드들의 동상 보수, 15명의 컵스 홀 오브 페이머들의 명판제작
그리고 컵스의 송해 아저씨라고 할 수 있는 Harry Caray 씨의 동상 재배치 작업도 포함되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점은
컵스의 상징인 외야 담장의 아이비 ivy 보호(?)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이죠.
(웃기긴 하지만 이 아이비도 보통 아이비가 아닌게 1937년에 심겨진 80년 넘은 담쟁이라죠.)
104년이 되어가는 홈구장을 버리지도 부수지도 않고
교체된 좌석을 100만원 가까이나되는 돈을 써가며 (참고로 "젠틀하게"- 실제 사용된 말- 잘려진 담쟁이 잎은 20만원)
구장을 사랑하고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켜가는 컵스팬들
그들의 염원을 하늘도 들었는지
원대한 리노베이션 계획이 절반도 채 시작되지 않은
2016년
108년 만에 보기 좋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버렸죠.
수익창출을 극대화해서
그 돈으로 우승에 필요한 선수들을 사와
100년 넘은 저주를 끊어버리겠다던 구단주
2018년이 되면
본격적인 수익창출이 시작되게 될 텐데
과연 컵스는 지난 세기의 악몽을 말끔하게 씻고
새로운 세기의 주인공의 될 수 있을지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되는 컵스이야기였습니다.
첫댓글 1번은 다 되어서 운영중인데 스타벅스 사람이 미어터져서 ㄷ ㄷ ㄷ 경기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가장 가까운 화장실을 제공합니다.
이런 얘기 너무 재미있습니다. 제 꿈중 하나가 저에게 3대구장.- 펜웨이 파크랑 리글리 필드 가는건데 언젠간 가보겠죠?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보면서 재밌어서 스크랩했는데 해오길 잘했네요. ^^
@Renault 5 Turbo II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다음에 또 부탁드릴께요
@둠키 이런 글이 있으면 또 올릴게요.
올해 4월에 리글리필드를 방문했는데, 옆에 공사중이 이런의미였었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랩해오길 잘했네요^^
무시무시하네요. 그야말로 스케일 차이가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