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4년 전부터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어요.”
“방송국에서 일하시면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방송 쪽 사람들은 일이 힘들어서 떠나진 않아요. 하지만 떠나는 사람들에겐 이유가 있어요.”
“무슨 이유죠?”
“허무함이요. 일주일 내내 열심히 내용을 모은 게 10분 분량으로 방송되고 나면, 뭔가 남는 게 없는 것 같거든요. 그리고 다시 10분을 위해 밖으로 나가야 하죠.”
“학교 때문에 서울로 처음 올라온 날이 기억이 나요. 아빠가 저를 데려다주고 가시는 길에 눈물을 보이시더라고요. 아마 떨어져 사는 게 처음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애교도 없고 눈물도 없어서
그때는 ‘아빠 왜 울어’ 하고 그냥 보내 드렸는데 아빠가 내려가셔서 잘 도착했다고 전화하셨을 때는 저도 울컥하게 되더라고요. 그날 아빠가 우시는 거 처음 봤거든요.”
“출산하고 바로 처음 핏덩이인 딸을 보여줬을 때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실감이 잘 안 났죠. 그러다가 한 3~4일 뒤 처음 모유 수유를 해줄 때였는데, 잘 모르겠어요. 모유 수유 해주는데 그냥 울었어요. ‘내가 진짜 이제 엄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무슨 느낌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가장 행복했을 땐 언제였나요?"
"다 왔을 때. 무슨 날이라고 해서 자식들이 다 우리 집에 찾아오면 좋지."
"슬플 땐 언제였나요?"
"가고 난 다음에. 저희 갑니다, 갑니다, 하고 가잖아. 그러면 청소 다 하고 갑자기 조용할 때. 얘네들 또 언제 오나."
“저는 사진 찍힐 때 웃으면 안 돼요. 말도 하면 안 되구요. 이 옷을 입는 순간 조선시대 사람이 되는 거라서요. 그런데 좀 곤란할 때가 있어요. 외국인들이 저랑 사진 찍으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게 되거든요.”
"만난지 얼마나 되셨나요?"
"(남자) 95일이요. 20살 동갑이에요"
"혹시 여자친구하고 제일 해보고 싶은 게 뭔가요?"
"(남자) 결혼이요."
"(여자) 뭐?"
“전쟁 나면 우리 노인들은 필요 없을 것 같지? 그렇지 않아. 정말 그런 상황이 온다면 우리 노인네들이 한 몫 할거야. 그 정도로 우리 노인들은 정신무장이 되어 있어. 전쟁이 난다면 나는 제일 앞에 설 수 있어. 내가 6.25때 말이야, 시궁창을 통해서 넘어오면서 우리 어머니가 ‘그냥 가라. 나는 여기서 죽을 것 같으니까’ 이렇게 말하셔서 어머니를 뒤에 두고 홀로 38선을 넘어온 사람이야. 총 한 자루 주고 고지에 세워 준다면, 난 그자리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젊은이들을 위해서 용감하게 싸울꺼야.”
우리 딸은 저 일하는데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항상 찾아와요. 와서 저 일한다고 번번이 커피도 사주고 같이 얘기하다가 가요. 딸이 오면 나는 너무 자랑스러워요.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딸을 막 자랑하고 저도 정말 힘이 나죠. 딸이 오면 정말 좋아요. 전 부끄럽지 않거든요. 그게 부끄러우면 안 되죠. 엄마가 도둑질 하는 것도,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거실에서 티비를 볼 때도 아빠는 방에서 일하시거나 피곤하셔서 그냥 주무세요. 항상 놀지도 못하고 계속 일하는 걸 보면 불쌍해요.”
“그런 아빠를 보면 어른들은 너무 힘들겠다 란 생각이 드나요?”
“그래도 그런게 다 일상이니까 그걸 이겨내면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어디 계신지도 몰라요. 그래서 쭉 부산에서 외할머니하고 같이 살았는데, 중학교 때 외할머니 건강이 안 좋아서 제가 스스로 독립하겠다고 말하고 그 이후로 서울에서 혼자 살았어요. 제가 나중에 성인이 된 다음에 타투를 직업으로 한다고 하니까 외할머니가 실망을 하셨어요. 그래서 외할머니를 직접 만나서 제가 처음 한 타투를 보여드렸더니 감동을 받으셨어요.”
“할머니가 왜 마음을 바꾸신 것 같아요?”
“제 첫 문신이 제 어머니의 얼굴이었거든요."
“춥지 않아요?”
“전 파란 입술이 좋아요.”
“제 인생의 특별한 점이요? 제가 6년된 여자친구가 있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 같이 다녔고. 지금은 대학교까지 같이 다녀요.”
“어떻게 사귀기 시작했어요?”
“고백 같은 건 없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여자로 보이더라구요. 자연스럽게 추운 날 서로 손을 잡았어요.”
우울증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재발도 했었구요.”
“어쩌다 우울증이 왔나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하고 따로 살면서 우울증이 생겼어요. 중학교 때 부터요.”
“그렇다면 누가 우울증 상태를 돌봐줬죠?”
“돌봐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됐나요?”
“그러게 말이에요.”
“얼마 전에 친하게 지냈던 오빠를 엄청 오랜만에 봤어요. 거의 1년 만에 봤는데, 그 오빠가 ‘못 본 사이에 완전 어른이 다 됐네' 라고 하는 거에요, 근데 그 말을 듣고 너무 먹먹했어요. 어른이 되었다는 말이 뭔가 씁쓸하더라구요. 순간 눈물이 날 정도로요.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거든요. 내가 과연 원하던 모습의 어른이 된 건 맞을까 싶기도 하고…”
“(가운데) 예전에 인터넷을 통해서 이 친구들하고 알게 됐어요. 진짜 신기했던 건 각자 환경이 다 달랐고 모르는 사이였는데 똑같은 머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의상도 비슷한데 처음 만났을 때 무슨 느낌이 들었어요?”
“아 그래도 내가 제일 낫구나”
“건축 시공회사를 다닌지 10년 정도 됐어요. 현장에 자주 나갔었는데, 현장에서 큰 사고로 3명이나 죽었어요. 그 당시 트라우마 때문에 현장에 잘 안 나가고, 인생에서 뭔가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가수 신해철씨가 죽었어요. 이렇게 한 번에 사람이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막연히 언젠가 인생의 봄날이 온다고 믿고 돈만 보고 살자는 그간의 생각이 무의미해지더라구요.”
“(가운데) 3년 전에 대학로 길거리에서 연극티켓 파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직업이 직업인만큼 제가 행인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곤 했는데, 갑자기 어떤 모르는 남자가 저한테 오더라구요. 기타를 메고 썬글라스를 쓴 사람이었는데, 저한테 ‘형님, 스피릿이 느껴지시네요.’ 라고 했어요. 그래서 그냥 나중에 놀러오면 연극 보여준다고 말했거든요. 근데 진짜 왔더라구요. 그때부터 친해졌어요. 근데 그 친구가 어제 갑자기 문자를 했어요. ‘형, 내일 같이 버스킹해요.’ 라구요 그래서 사전에 연습을 한번도 안 했는데도 그냥 오늘 그 친구랑 같이 버스킹하러 나왔어요. (오른쪽을 가리키며) 그게 바로 이 친구예요.”
“대학교 앞에서 14년 째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제 슬슬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만 둘 생각도 하고 있어. 그러다 보니 새벽까지 일 하고 집에 가서 가만히 누워 있다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내 나이에 젊은 학생들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또 다시 가질 수 있을까?’ 학생들이 오면 가끔 음악 틀어놓고 같이 웃으면서 얘기도 하고 걔네들이 노는 것도 구경하고 그런 걸 어디서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어. 학생들이 가끔 바에 앉아있으면 내가 술도 주고 그러거든? 그러면 걔네가 나한테 고맙다고 하는데 오히려 고마운 건 나야. 걔네들과 대화하고 같이 놀다보면 내가 내 나이를 잊어버렸다가 가끔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됐구나 하고 깜짝 깜짝 놀라. 여기서 술집을 하면서 내가 얻은 건 바로 그거야. 젊음이라는 거.”
“내가 죽기 전에 꼭 만났으면 쓰겄는데, 아직 못 만난 사람이 있어. 다른 사람들은 다 보이는데 그 놈은 안 보이네. 50년 전에, 내가 서울로 올라와서 노동일도 하고 별 거 다해먹었을 때 만난 애야. 나한테 ‘형님형님’하면서 따라다니길래 동생 같이 가깝게 지냈지. 어느날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서울에서 방 얻으라고 논 한 마지기 팔아서 돈을 부쳐줬거든. 돈 찾은 날, 시간이 늦었길래 여관에서 묵었지. 그 동생이랑. 근데, 아이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이놈아가 그 돈을 가져가 버렸어. 논 한 마지기면 얼만 줄 알아? 그게 지금 시세로 치면 1억은 가요, 지금. 그날 차비 한푼이 없어서 세검정에서 미아리 고개까지 걸어갔어. 그 놈 찾을라고. 땅바닥에서 잠까지 잤어요. 돈 한 푼이 없어서...”
“만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제 돈도 돌려달라고 못 그러잖어. 50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할거야. 때릴 수도 없고 죽일 수도 없고. 예쁘다고 내가 해줄라고.”
“예쁘다구요?”
“그래. 나를 참 사람 되게 하려고 니가 그랬구나... 너 잘 먹고 잘 살어. 이제 미워하는 것도 지쳐버렸고, 그 사람 얼굴이나 봤으면 좋겠어.”
“제가 고 1때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남들이 아빠랑 있었던 일 말할 때 가끔씩 부럽죠. 나도 아빠한테 저렇게 잘 할 수 있는데. 아빠랑 스무 살 되면 같이 소주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부인) 저희는 산 꼭대기에서 만났어요. 서로 따로 등산을 왔다가 제가 내려가는 길을 몰라서 지금의 남편에게 길을 물어 봤어요. 남편은 그 때 산꼭대기에 올라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구요. 그 때 저는 다른 남자인 친구하고 같이 등산 왔었는데, 같이 산에서 내려와서 셋이 저녁을 먹고 술을 마셨어요. 그 때 남편이 자기 삶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굉장히 괜찮은 분이구나 싶었어요.”
“그 후에 어떻게 다시 만났어요?”
“(부인) 제가 먼저 전화를 했어요. 사실 그 때 같이 간 제 친구가 남편을 정말 마음에 들어했어요. 좋은 사람이라구요. 그렇게 셋이 자연스럽게 등산을 다녔죠.”
“(남편) 등산이라는 게 길잖아요. 같이 다니면서 이야기도 계속하고 밥도 해 먹고 하다 보니 알게 됐어요. 이 사람은 세상을 제대로 사는 사람이구나하고. 대부분 사람들의 목표가 큰 평수의 아파트와 큰 차를 사는 건데, 이 사람은 달랐어요.”
“세상에서 뭐가 제일 좋아요?”
“(여자아이) 자동차요.”
“왜요?”
“멋있거든요.”
“왜 멋있어요?”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이랑 같이 캠핑갈 수 있거든요.”
"올해 80살이 되었어요. 초등학교 친구들이랑 가끔 만나는데, 벌써 70년 지기 친구가 되었더라구. 어려서 같이 뛰어놀던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만나도 편하고 좋아요. 그런데 이젠 친구들이 없어졌어, 많이 죽어버려서.. 멀쩡했던 친구들이 죽고 그러니까 기분이 안 좋아요."
"친구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고 말하고 싶어요."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Humans of seou lhttp://humansofseoul.net/
첫댓글 진짜평범해보이는사람들다 하나씩 견디며살아가는듯 내가제일불행하다생각하는게 제일멍청한것같다
와 중간에 할아버지 너무 멋지시다 든든해
아무리 평범하다 생각해도 다 특별한 사연을 갖고 살아가는 것 같아 이런 글 되게 좋다
각자 저마다의 사연들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기에 그 한사람 한사람이 가치있는 사람들 같다
이런거 보면 진짜 기분이 이상함..그냥 매일매일 밖에 지나치는 사람들중 하난데 새삼 각자의 생각과 사연이 있구나 싶음
22...
진짜 다 평범하고 평범하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오고가며 보는사람들 다 각자의 삶을...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거 텀블러 주소좀 알 수 있을까??
@추격전 최고의 클라스 고마워!!
이ㄱ런거진짜좋다
다들 아무렇지않아보여도 누구에게나 아프고 좋은 사연이있다는게 너무먹먹하고 되게 생각이많아지게된다...
모두가 주인공이구나...ㅠㅠ
눈물난다..ㅠㅠ
진짜 좋다 훈훈해! 타투이스트 이야기 완전 와닿고 좋다..
길가는사람들 아무렇지않아보이지만 사연없는사람은 없구나
진짜 사람들 살아가는 이야기...
삭제된 댓글 입니다.
@Foxes 근데 댓쓴아...이글도 결국 댓 달아준거야 ㅠㅠ 담부턴 걍 무시해
ㅠㅠ타투이야기 눈물 ㅠㅠㅠ
이거 뉴욕이 원조라고 알고있는데 뉴욕도 보면 재밌음ㅠㅠ예전에 핫이슈인가 막이슈인가 암튼 올라왔는데
사연없는 사람은 없구나
나에게 그들이 그져 스쳐지나가버릴 뿐인 사람이지만 그들에게도 나또한 지나가는 사람이니까...
울컥했음 ..
아 그래도 내가 제일 낫구나ㅋㅋㅋ
게녀야 이거 막이슈로 다시 스크랩 해갈게!! 글이 너무 좋다
옹 그래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