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화 -
“자 따뜻한 코코아야. 마시면서 진정해.”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이런 모습 보여서.”
“무슨 일인 거야?”
“아까 그 사람, 우리 회사 사장이야. 아까 밥 먹을 때 우릴 봤나봐. 오빠가 나가고 나서 그러던 걸? 자신 같은 늙은이는 두고, 오빠같은 젊은 놈에게 붙었냐고. 그리고는 젊은 놈이랑 놀지만 말고 이 늙은이랑도 같이 놀자면서 자꾸 자신이 예약 해 놓은 호텔로 가자는 거야. 그래서 난 싫다고 했고, 그 때 오빠가 들어온 거야.”
“참, 그 사장도 대단하다.”
“미안해, 정말로. 난 이런 모습 보여 주기 싫었는데. 미안...”
“네가 잘못 한 것도 아닌데 뭐, 미안해 할 필요 없어. 당장 그 회사 그만 둬.”
“응, 나도 이제 참을 수가 없네, 이제 그 회사 안 다닐 꺼야. 다른 일을 알아 봐야겠다. 미국 지긋 지긋해.”
“한국으로 갈래?”
“아니, 한국은 아직 일러. 집에다가 큰소리 쳐 놓고 미국으로 왔는데, 집으로 돌아가면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봐.”
“그럼... 이겨 내는 수 밖에 없네.”
“오빠가...”
“응?”
“아니야. 아무것도.”
“싱겁긴.”
‘여기 있어 주면 안 되겠냐?’는 말을 할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있을 수 없다.
한국으로 돌아야 해야 할 일도 있고, 큰 결정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일을 해야 하는 날이 몇일 안 남았기에.
“나 다시 기분 좋게 해 줄까?”
“어떻게?”
“따라오면 알지요?”
나는 유진이를 번쩍 안아 올렸고, 차에 태워 타임스퀘어로 향했다.
나는 유진이를 내리게 한 뒤, 타임스퀘어 한 복판에서 서게 한 뒤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신기한 듯 우리를 보았고, 그 군중 심지는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조금 전에 산 반지를 꺼내면서 말했다.
“정 유진 씨! 나와 연애 해 줄래?”
난 차마 유진이의 얼굴을 볼 순 없었다.
창피 하니깐.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자에게 무릎을 꿇은 순간이었다.
특히나 뉴욕에서...
“좋아! 뭐 기분이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유진이는 나를 허락하였고, 그제 서야 유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유진이는 울고 있었다.
아까와는 조금 다른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기쁨의 눈물, 처음 보았다.
사람이 정말로 기쁠 땐 눈물을 흘리는 구나.
“그런데, 오빠.”
“응?”
“그만 좀 일어나지? 주위 시선이 따갑지 않아?”
“아, 그런가?”
“그렇지 더군다나 길 한복판에서...”
“아! 저기 경찰 온다. 도망가자!”
우리는 웃으면서 차가 있는 곳으로 도망갔다.
손을 꼭 잡고. 마치 본드를 붙인 것 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네온사인들이 우리를 축복해 주는 것 같았다.
아니다.
축복에 주고 있었다.
내 짧은 기억으론 그 주위에 몇몇 사람들도 박수를 쳐 줬던것 같은데...
우리는 다시 집으로 들어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또 쇼파에서 잠들었고, 이번에는 우리는 꼭 안고 자고 있었다.
당연히 담요는 하나면 충분 했다.
아침에 내가 먼저 눈을 뜨니 내 앞에는 아기처럼 곤히 자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너무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어서 난 깨울 수 없기에 그냥 나도 눈만 감고 있었다.
“안자는 거 다 알지롱~”
“정말?”
“내가 먼저 깨어있었는걸?”
“그럼 나 깨우지.”
“곤히 자는데 어떻게 깨워~”
우리는 일어나 씻고 바로 소호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cafe cafe’라는 이름이었는데 커피와 베이글이 유명한 곳이었다.
유진이는 여기서 아침을 먹기 위해 내가 한다는 아침도 못하게 하면서 까지 온 곳이다.
우리는 조용히 2층의 좁은 공간에 자리를 잡은 뒤 여유로운 아침을 먹었다.
“어, 반지 못 보던 건데요?”
“어! 그러네요? 이게 뭐지?”
“혹시 당신이 제 손에 끼웠나요?”
“아닐껄요~”
“그럼 빼 버려야지~”
“에잇~! 이~ 싸람이~ 해야 할 말이 있고, 하면 안 될 말이 있지!”
“하하, 농담이야. 반지는 마음에 들어?”
“응, 엄청. 고마워~”
“고마울 것도 많다. 이거 먹고 어디갈래?”
“그리니치 빌리지”
“거긴 왜?”
“영화 스파이더맨 봤어?”
“당연하지.”
“거기 주인공이 일했던 피자 가게가 거기에 있어.”
“아 그래?”
“응”
우리는 카페에서 나와 그리니치 빌리지로 향했다.
정말로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이 다니던 피자 가게가 있었다.
실제로 보니 그냥 일반 피자 가게였다.
우리는 피자 가게를 지나 유명한 가죽 전문점에도 들렀고, 유진이의 ‘비싸다’는 찬사를 받으면 그 곳을 나와야 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 뉴욕에서 제일 유명한 땅콩버터 전문점이 보였다.
유진이의 눈이 초롱초롱 해 졌다. 유진이는 즉석에서 땅콩 뚜껑을 따서 손가락으로 푹 찍어 나의 입으로 다가 왔다.
나는 낼름 받아 먹긴 했는데, 정말 달콤하고 맛있었다.
유진이도 한 입 먹더니 나보고 하는 말.
“오빠! 계산!”
저녁 쯤이 되어서야 우리는 월스트리트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뭐가 유명한가요. 공주님?”
“네~ 왕자님, 여기는요.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배경이 되었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유진이의 행복은 찾으셨나요?”
“여기 있죠?”
“오호라... 그렇군요?”
우리는 월스트리트에서 한참을 돌아다닌 뒤 부루클린 브릿지로 향했다.
유진이 말로는 부루클린 브릿지는 많은 영화에 출연한 유명한 다리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부루클린 브릿지를 걸었다.
한국의 다리 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유진이는 내 팔을 꼭 붙잡고는 날 계속 쳐다보면서 걷는다.
우리는 두 번째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102층에 올라갔다.
정말 아무리 봐도 감탄만 나오는 야경이다.
한국도 분명히 야경은 멋지지만 여기는 한국과는 조금 다른 매력이다.
“아~ 예쁘다.”
“그러네...”
“몇 시 비행기야?” 유진이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었다.
“3시 비행기.”
“가는 구나.”
“그러네.”
“에잇, 바보같이 처음 볼 때 바로 말할 껄... 좋아한다고.”
“그러게...”
“안 되는 거지? 여기서 살면.”
“내 일을 해야 하니깐.”
“돌아 올 꺼지?”
“응, 꼭 올게. 일 끝나면 바로 올게.”
“꼭 와야해. 나 기다리는 건 잘하지만... 꼭 와야해!”
“약속 할 게... 꼭...”
나는 조용히 유진이를 안았고, 눈물을 머금은 유진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집으로 돌아와 유진이는 같이 자기를 원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혹시나 일이 잘못 되어 내가 미국으로 올 수 없을 때, 유진이는 더 큰 상처를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나는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아무도 없었다. 유진이도. 부엌으로 들어 가 보니, 편지 한 장과 밥이 차려져 있었다.
‘당신이 떠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서 이렇게 자리를 비워... 마음 같아서는 떠나는 순간까지 같이 있고 싶은데, 당신 떠날 때 내가 붙잡고 가지 말라고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밖으로 나가... 당신 빨리 돌아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침 든든하게 먹고, 잘가... 사랑해.'
화장실에 들어서자 칫솔꽂이 옆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제발 칫솔은 가지고 가지 말아줘... 당신 흔적이 없으면 내가 불안 할 것 같거든...-
포스트잇은 여러 곳에 붙어 있었다.
나는 서둘러 집을 나와 리스한 차를 돌려주고 공항으로 가서 항공편을 확인했다.
아쉬운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다가 2층 라운지 구석에 많이 본 듯한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유진이었다.
유진이는 내가 안 보이는 곳에서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가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았지만 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3시 10분 전...
나는 게이트를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고 비행기 안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곧 항공기가 출발 할 예정이오니 티켓을 한번더 확인하여 주십시오.’라는 안내 맨트가 나올 때 즈음 나는 무언가를 확신하고 비행기에서 빠져나와 안내데스크로 가서 다음 아침 비행기로 표를 바꾸고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유진이의 집을 찾아 갔다.
{딩동}
“Who are you?”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유진이는 멍하니 나만 쳐다본다.
손에 방망이가 쥐어진 채로...
첫댓글 깜박하면... 6화를 못보고 지나칠뻔 했어요. 뭐가 빠졌는데 뭐지.. 이러면서;; 참... 음... 제 게으름에서 나온 의견일수도 있는데...
옆으로 길게 쓰지마시고 적당한 길이에서 잘라서 내려주시면 안될까요?
너무 내려쓰는것도 그렇지만..
제 눈에는 길어도 '우리는 피자가게를 지나~그 곳을 나와야 했다'문장 길이까지가 적당한것 같아요;;
의견입니다. 의견^^;;;;;;;
참고해서 그렇게 수정할게요.
처음에 저도 그럴려고 했는데 대화체에서는 잘린부분이 이상할 듯 해서 놔뒀는데.
공백 둬서 구분하면 상관 없을 듯 하네요.ㅎ
ㅋㅋ근데 아침비행기표로 바꿨다고 해도 하루 연장된 것뿐이잖아요. 씁.. 둘이 오글오글거릴 정도로 닭살스러운 행각을 좀더 보고 싶었는데..
ㅋㅋㅋ 아직 소설 중간도 안갔으니 한번 기대해 보셔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