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식당 '범어동 그 집' / 금종
내가 자주 드나드는 단골식당 '범어동 그 집'은
대구 그랜드호텔 뒤쪽으로 자동차 한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을 100여m 지나
동도초등 후문 못 미치는 곳에 위치한다.
식당간판은 '어랑(魚娘) 생선구이'
자전거 수리점을 고쳐 식당을 열기 2년여
개업 이후 한 달에 겨우 두어 번씩 출입
단골이라고 말하지 못할 처지지만
나대로 그렇게 부르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맛깔스런 음식에 구미가 썩 당겨지고
조용한 미소가 환한 마담의 매력도 좋지만
수수한 차림에 수줍음이 물씬 풍기는
촌색시 같은 식당 장식 때문이다.
평수가 예닐곱 정도의 좁은 홀안에 탁자가 9개
다닥다닥 붙어 있어 복잡한 느낌마저 들게 하지만
입구 맞은편 벽에 천객만래(千客萬來) 목판
안쪽 문틀 위에 덕숭업광(德崇業廣) 서예 액자
계산대 뒤에 만발한 모란 그림 액자
남쪽 유리창 곳곳에 A4용지의 인터넷 출력물
'인생' '친구야' '좋은 인생' 등이 마음을 이끈다.
그러나 단골이 된 큰 연유는 저렴한 음식값 때문
국수 2,000원, 국밥 2.000원 등 식사류
소주 2.000원, 막걸리 2.000원 등 주류
촌두부 3.000원, 부추전 5.000원 등 안주류가
정말 부담을 주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식당은 시간대에 따라 손님과 메뉴가 달라진다.
낮시간 초반에는 점심 먹는 직장인과
계 모임 여자들의 수다와 웃음이 자리하고
오후 낮시간에는 50대 이후 세대가 차지해
막걸리와 파전, 부추전 등이 주요 차림이며
홀안은 차츰 열기가 오르고 소란스러워진다.
어둠이 내린 밤시간에는 퇴근 손님들로 가득
막걸리에서 소주와 맥주로 바뀌고
파전, 부추전에서 불고기, 생선구이로 변하며
자욱한 담배 연기에 고성이 난무한다.
우린 주로 오후 낮시간을 애용한다.
2명 혹은 4명 많아야 대여섯 명
부추전에 막걸리 1인 1병이 기본인데
술이 한 두 잔 들어가고 열기가 오르면
상황에 따라 그 기본 제한이 없어질 때가 많다.
술이 몇 순배 돌아 취기가 오르고
A의 정치, 경제 이야기가 나오면
목소리들이 커지게 마련이고
B의 교육철학으로 이어지면
지난날의 교단 추억에 잠시나마 젖어들며
"옛날에 말이야..."하고 C의 음담패설 때엔
박장대소에 푸근한 웃음이 넘쳐난다.
거나해진 끝 무렵엔 한바탕 작은 소동이 일어난다.
"자, 이제 그만 하자. 오늘 계산은 내가 할게."
"무슨 소리! 모임 제안을 내가 했으니 응당 내가..."
"아니야, 이번엔 내가 낼 차례잖아."
가만히 듣고만 있던 D의 한마디가 이어진다.
"야, 이럴줄 알고 내가 벌써 계산 끝냈어."
이래저래 '범어동 그 집'에서는
맛있는 먹을거리가 기다리고
따끈한 대화가 피어 오르며
웃음 가득한 즐거움이 묻어 나오고
훈훈한 낭만이 깃들어 있어
끈끈한 우정은 더욱 돈독해진다.
- 2012. 01. 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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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언젠가 대구에 가면 꼭 한 번 범어동 그 집
(어랑) 찾아가 금종님과 어울려 보고 싶네.
난 이제까지 "어랑"이란 상호도 모르고 수차례
막무가내 마시기만 했구려....ㅡ義峰ㅡ
시야, 가만 있어 봐! 그집이 그집인가?
난 항상 들떠 있었고 취해 있었으니 거가 건가?
'범어동 그집' 보다 형의 너스레가 더 운치 있고 뚝배기 장맛이다.
작은 술상위에 올려진 저렴하고 구수한 술안주로 주고받는
그때그시절의 정겨운 부위기가 그려지네요 ^^
술을 잘 먹진 못하지만
그 집에 한 번 가보고 싶네그려,
모든 친구들이여, 한 번 와 보시라니깐요.
언제 온다는 연락만 하이소.
기꺼이 한 잔 대접하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