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승려 최초로 미국 대학 교수라는 특별한 인생을 사는 혜민 스님. UC버클리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하버드 대학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 대학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모자라 현재 햄프셔 대학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인 천재(?) 스님. 우리가 갖고 있던, 깊은 산속 사찰에 앉아 홀로 명상을 하는 스님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행보다.
혜민 스님의 특별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혼자서 도 닦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함께 행복해야지’라는 말과 함께 대중과의
소통을 시작. 그리고 곧장 트위터 팔로워를 9만 명까지 만들어버린 스님.
하지만 안타깝게도 글과 영상만으로는 스님의 모든 매력을 느낄 수 없다. 직접 만나봐야 스님의 숨겨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편집자도 직접 스님과 만나고 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고백 아닌 고백). 민머리에 승려복을 입고 있어도 숨길 수 없는
미남 외모, 여기에 환한 백만 불짜리 미소까지. 스님이 되지 않았다면 여자들 꽤나 울리셨을 것 같다는 말은 실례일까?
국내에서 ‘차세대 리더 300인’으로 선정되고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극찬한 ‘영혼의 멘토’ 혜민 스님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안녕하십니까? 혜민입니다. 제가 요번에 책을 한 권 냈습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입니다. 여러분들과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사실은 많이 성숙해지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나온 책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기원 드립니다.
책 제목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입니다. 어떤 의미인지?
우리가 사는데 상당히 바쁘잖아요.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이 바쁘게 돌아갈 때 잠시 멈추고 내 마음이 어떤 상황에 있는가를 들여다보면요 그 들여다봄 안에 삶의 지혜가 나와요. 그렇게 들여다봤을 때 내가 갖고 있었던 ‘화’라던가 ‘짜증’, ‘두려움’, ‘불안’들을 좀더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그걸 봄으로써 어떤 방향으로 내가 가야 할지를 알게 돼요. 그런 의미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고 명명을 했습니다.
출가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미국에 영화를 공부하러 갔는데 그 때 제가 가진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종교 계통 공부도
많이 하게 되었어요. 당시 미국 대학교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하도 학생들의 파티 문화가 세고 적응이 안되는 거에요.
그러다 우연히 학교 근처에 있는 사찰을 발견하고, 거기서 학교를 다니면 어떨까 해서 주지 스님께 말씀드리고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죠. 그런데 너무 좋은 거에요. 저보다 10살 많은 미국인들과 같이 살았는데 그분들께서
다들 성숙하시고 저랑 말도 잘 통하고. 또 아침저녁으로 좌선하고 명상할 수 있고 차분하고, 음식도 좋고 렌트비도 싸고.
그러다 하버드에서 석사 공부를 하면서 스님이 되면 어떨까 생각을 했고 은사스님을 알게 되어서 출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대학을 나오셨는데 스님이 된다고 하셨을 때 주위반응이 궁금합니다
사실 반대는 별로 없었어요. 얘는 그냥 냅둬도 지가 알아서 잘한다 라는 믿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걸 해야지 행복하잖아요. 그러니깐 부모님들도 자기 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느끼셨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스님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스님 하면 사찰이 떠오르는데요.
사실 사람 마음을 닦는다고 하잖아요. 어떤 때 많이 닦이냐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닦여요.
나한테 모욕을 주는 사람, 나를 아프게 하고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을 통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어요.
그것은 사찰처럼 참선할 수 있는 공간 안에서도 가능하고 사회 생활하면서도 내 마음을, 책 제목처럼 멈추고 잠시
비로서 볼 때마다 그것이 발현되는 지혜가 나오거든요. 그것을 잊지 말고 알아 체면 그것이 수행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9만 팔로워를 갖고 있는 파워트위터리안
트위터로 활발히 활동하십니다. 어떤 계기로 트위터를 하계 되셨나요?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주로 써야 하잖아요. 강의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오면 왠지 우리나라 말로 소통하고 싶다,
얘기하고 싶다, 조국이 어떻게 돌아가나 궁금해서 시작을 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오늘 뭐했습니다 하는 글들을 올렸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깐 그런 얘기가 다른 사람들한테 어떤 의미가 있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 마음이 어떤 모양으로 올라오는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거죠.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깐 제 얘기를 듣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하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 내가 별로 어렵지 않게 한 얘기가 누군가에게 좋은 위안의 말이 되고 기쁨을 줄 수 있구나 하는걸
깨닫고 그럼 이걸 조금 정성스럽게 해서 올려볼까 생각했습니다.(웃음) 트위터를 보면 남들을 비방하는 글들이 많은데
저는 그런 글들은 지양해요. 제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느꼈던 성찰과 깨달음이 있는, 위로와 따뜻한 글들을 하나 둘씩
올렸더니 상당히 많은 분들이 리트윗도 해주시고 좋았다고 반응을 해주셔서 그 말들을 듣고 제가 더 행복해지고
치유되고 그랬던 것 같아요.
팔로워가 많아서 영향력도 많아졌습니다. 활동이 부담스럽지는 않으신가요?
남을 비판하거나 남을 손가락질하는 글은 안 쓰려고 하죠. 왜냐하면 아무리 옳은 비판이라도 비판의 화살은 돌아오기
마련이고 성직자까지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저의 본분은 사람들이 하루 아침을 열 때 스님 글 보니깐 자아성찰도 되고
맑고 마음도 따뜻해진다,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요.
책임감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맞아요. 옛날에 처음 스님 되었을 때는 내가 빨리 내 안의 불성을 깨달아서 부처가 되야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나 혼자 좋으면 뭐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궁극적으로 남과 내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 거거든요. 같이 행복해지는 길, 같이 나누는 길, 그 길 안에서 정말로 내가 남을 위로하려는 마음을 가졌을 때 나부터 위로가 되는 그러한 이치. 그런 것을 느끼는 거죠.
마음이 불안하다 복잡하다 할 때는 현재에 와있으면 돼요
책 속에 '그냥 있음'이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어떤 분들이 그래요. ‘제 마음이 복잡해요’ 그렇게 말하는데요 사실 복잡한 마음은 내가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빠져있기 때문에 생기는 거거든요. 사실 마음을 현재 이 시간에 딱 놓아보세요. 바로 지금 현재를 생각할 수 있나요? 없거든요. 생각이라는 것은 과거의 일들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다 복잡하다 할 때는 현재에 와있으면 돼요. 현재에 오면 생각이 사라집니다. 그냥 있는 거에요. 그냥 그대로가 괜찮아요.
과거의 걱정들은 어떻게 하고요?
우리가 24시간 걱정한다고 그 불안에 대한 답이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걱정할 때 스스로가 더 힘들거든요. 걱정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는 오히려 그런 생각들이 딱 멈췄을 때 거기서 떠올라요. 수많은 상념들은 스스로를 괴롭히기 때문에 그것 보다는 지금 있음 그대로를 직시하고 가만히 있다 보면 오히려 거기서 평온하고 안정된 마음에서 지혜가 나옵니다.
인간 관계의 갈등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정말로 좋은 사람들과 만났을 때도 어느 순간 관계가 삐뚤어져요. 정말로 좋은 관계도 너무 오랫동안 붙어 있다 보면 비뚤어지기도 하죠. 그래서 사람 다루는 것을 난로 다루는 것처럼 하라고 이야기를 해요. 겨울에 난로에 가까이 가면 데여요. 그런데 멀리 떨어져 있으면 난로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추워요. 그것처럼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그건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과도 마찬가지에요. 너무 붙어 있으면 고마운지도 모르고 사랑의 느낌보다는 너무 숨막힌다는 느낌, 떨어져 있고 싶다는 느낌이 들어요. 칼릴 지브란이 이런 말을 했대요.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한 지붕을 떠받치는 두 기둥과 같이 있어라. 그래서 그 안에서 바람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같은 것을 떠받치지만 하나가 되지는 말고. 그럴 때 좋은 사랑을 유지한다고요. 좋은 친구와의 관계, 사람들과의 관계도 너무 떨어져 있지도 너무 붙어 있지도 않는 그런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할 때는 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경험을 해요
스님이신데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생소하기도 한 기분입니다.
사랑이 나쁜 건가요?(웃음) 사랑한다면 이상한 쪽으로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웃음) 사랑한다는 말은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수행도 똑같아요. 사랑할 때는 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경험을 해요. 저 같은 경우에 그랬거든요. 첫사랑 이야기를 썼는데,
처음에 사랑을 했을 때는 이기적인 의도가 그 안에 항상 숨어 있어서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나 좋은 것에서 시작을 했어요.
그러다 정말로 사랑에 빠지니깐 내가 쏙 빠져버리고 모든 것이 그 사람에서부터 시작하는 거에요. 마음도 그렇고..
이 사람이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그런 것만 생각하게 되고. 나의 이기적인 것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어떤 경험.
그 위대한 경험이 바로 사랑이에요.
새해 덕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최근 들어서 사람들이 혼자 사는 분들이 많으시고 그러다 보니깐 외롭고 힘들고 그런데, 저녁 때 혼자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도
내가 참 고생했지 하면서 스스로를 쓰다듬으면서 나를 위로해주세요. 이 몸을 끌고 이 마음을 써가는 게 얼마나 힘들어요.
친구들 어렵다고 하면 바로 나가서 위로해주지만 내 스스로가 힘든 것은 너무 쉽게 방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요.
나를 위해서 잠도 일찍 자고 좋은 음식도 드시고 운동 하시면서 행복한 한 해를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제가 신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냈습니다. 많은 시간 동안 여러분들과 같이 얘기를 나누면서 글이 완성이 되었어요. 보시면 따뜻하고 성찰이 되고 위로를 받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여러분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윤태진, 김수진 (교보문고 북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