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토바이 고속도로 통행 허용해야 이륜차 산업이 발전한다 [335]
우리는 하나 (arha****)
설명: Beaulieu Custom Motorcycle Show 2012
만든이: Paulo Fehlauer at the flicker(www.flickr.com)
저작권: 이 그림파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www.creativecommons.org) 저작자표시 비영리 동일조건변경허락 2.0 일반 라이선스로 배포됩니다.
통행금지 : 이륜차 산업에 초치다
수출을 성장 엔진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는 종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이륜자동차입니다. 삼성전자는 철옹성 같던 소니를 눌렀으며 현대자동차는 어느덧 열 손가락 안에 들만큼 우뚝 섰으나 이륜차 제조업체는 내수시장을 방어하기에도 벅찬 지경입니다.
한 해 1천 만여 대를 팔아치우며 희희낙락하는 혼다의 발목조차 잡기 힘들단 말일까요? 이 질문에 이륜차 제조업체 관계자는 한결같이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금지를 발전의 걸림돌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쑥쑥 자라도록 거름을 주지 못할망정 42년 동안이나 통금이라는 독한 제초제를 뿌리고 있는데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속사정을 알아볼까요.
이륜자동차, 우리가 흔히 오토바이라 부르는 물건을 국내 업체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해는 1962년입니다.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 생산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국산화율을 높이더니 1970년에는 야심만만하게 250cc 중형이륜차 CB250을 출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막 꽃피기 시작한 고속도로 시대를 겨냥하여 50cc 경형이륜차, 90cc 소형이륜차에 이어 고속도로용 중형 모델을 라인업에 올린 것입니다.[1]
그러나 장밋빛 청사진이 흙빛으로 변하는 데는 2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1972년 5월 23일에 치안국은 ‘최근 고속도로 상에서 저속 차량 때문에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어 오는 6월 1일부터 2륜차 오토바이와 용달용 삼륜차의 통행을 전 구간에 걸쳐 전면 통행 금지키로 했다.’[2] 고 전격 발표한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사건의 내막을 잘 몰랐을 것입니다만 지금 따져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조치였습니다.
첫째는 정부 시책에 따라 이륜차 생산을 허가받은 기업은 하나뿐이었으므로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합법적인 유일한 모델은 CB250이었다는 사실입니다.[3] 따라서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정상적인 이륜차는 절대로 저속일리 없음에도 치안국(현 경찰청)이 저속 운행을 통행금지 사유로 열거한 것은 매우 기묘한 일이죠.
이는 당시 고속도로 부대시설이 너무나 열악했기 때문일 것으로 파악됩니다. 옛날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면 그때 고속도로는 중앙분리대나 가드레일이 없는 완전히 벌거숭이 형태였습니다.[4] 얼마든지 자동차의 무단 진입이 가능한 구조였죠. 지금도 가드레일만 없다면 이륜차 운전자는 고속도로를 식은 죽 먹기로 드나들 것입니다. 당시에도 영악한 사람들은 꼼수를 부려 통행료를 피하는 요령을 터득하였겠죠. 어떤 식으로든 불법으로 고속도로에 올라온 50cc 경형이륜차는 저속 운행으로 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고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으리라 추리해도 무방합니다. 당연히 90cc 소형이륜차도 들어갔을 터인데 최고속도가 시속 100km나 되었으므로 저속 운행에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치안국이 언급한 저속 운행 이륜차는 최고속도가 시속 75km에 불과한 50cc 경형이륜차였음이 분명한 거죠.
치안국이 고속 주행이 가능한 합법인 중형이륜차를 저속 차량이라며 통금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습니다.
둘째는 우리는 보통 이륜차와 삼륜차의 사고 급증이라는 얘기를 접하면 이륜차 운전자의 잘못부터 떠올리기 십상입니다만 오토바이 붐이라는 당시 시대상에 비추어 보면 성마른 추론이라는 사실입니다.
치안국은 그해 4월 말까지 이륜차와 삼륜차를 합산한 고속도로 사고 건수가 72건으로 전체 사고 287건의 25%나 차지하고 사망자가 5명(전체 26명), 부상자가 57명(전체 297명)이나 된다고 발표하였으나 소득 증가로 오토바이가 자동차 등록대수 14만여 대에 육박하여 고속도로에서 통행량이 증가한 사실은[5]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신문 기사를 읽어보면 오토바이가 수 천 대씩 떼를 지어 야외로 투어를 나서고 한 해 판매량이 2만 대나 되었다고 합니다.[6]
가드레일이 없는 고속도로를 무단으로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사고가 증가했을 것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죠. 통행량이 늘어 사고가 증가했다면 단순한 사고건수 증가는 통행금지 사유로 부적합하겠죠.
이륜차 판매량뿐만 아니라 삼륜차 판매량도 추적하면 통행금지의 모순점이 확연해집니다. 1962년부터 1967년까지 K-360 모델은 260여 대, 1963년부터 1967년까지 T-1500 모델은 620여 대가 판매되는데 그쳤으나[7] 히트 모델인 T-2000은 1967년부터 6년간 640여 억 원의 매출을 가져다주어 적자에 허덕이던 생산업체를 소생시켰다고 합니다.[8] T-600 모델은 1969년부터 1974년까지 7,742대가 판매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습니다.[9] 1968년에 T-2000 가격이 90만 원이므로 판매량을 추측해 보면 7,111대로 계산됩니다. 이 수치들을 단순 합산하면 15,733대이므로 1972년, 통행금지 당할 때에 삼륜차는 1만 수 천여 대였을 것입니다.
네 모델 중에 T-1500은 최고속도가 시속 95km, T-2000은 시속 100km이었습니다만 T-360은 최고속도가 시속 65km, T-600은 시속 75km가 고작이었습니다. 소형 삼륜차는 기본적으로 느리고 불안정하여 전도 위험성이 상존한데 속도전으로 시공한 불량 고속도로는 군데군데 패이고 갈라져 행여나 앞바퀴가 잘못 빠지면 큰 봉변을 당하기 쉬웠습니다. 고속도로에 가로등이 없던 시절이라 야간 주행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지금이라면 주행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겠지만 당시 고속도로 노면 상태는 삼륜차에 쥐약이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돈 벌기에 급급한 회사로부터 배차 시간을 단축하라는 강요를 받은 고속버스 운전기사는 피로와 졸음 속에 제한속도를 어겨 가며 미친 듯이 질주하다가 저속 차량을 만나 대형사고를 일으키곤 하였습니다. 택시, 자가용도 이에 질세라 기분 내키는 대로 폭주를 일삼다가 사고를 냈으나 이를 제지하고 단속해야 할 치안국은 인력과 장비의 부족으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노후 차량들이 너무 흔해서 고속도로에 정차하여 차량을 정비하는 풍경은 친숙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고속도로 위에 펼쳐진 아찔한 위험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이륜차와 삼륜차의 사고 72건 중에 도시와 농촌을 바삐 오가느라 고속도로 이용률이 훨씬 높은 삼륜차의 비중이 더 컸을 것입니다.
나머지 사고는 주로 배달과 사무 연락용으로 12만여 대 넘게 팔려나간 경형이륜차와 소형이륜차의 몫이었을 것입니다. 사고는 주로 주말이나 휴일에 집중되었겠죠. 평일에는 업무 용도로 시내도로만 다녔을 테니까요.
중형이륜차는 고속도로 사고의 조연 축에도 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당시 국민소득 320불에 비하면 부자들의 사치품이어서 수효 자체가 적은데다 조심스럽게 운전할 수밖에 없는 비싼 고급승용차의 사고율이 낮듯이 비싼 중형이륜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지 않고 치안국이 죄 없는 중형이륜차까지 뭉뚱그려 고속도로에서 퇴출시킨 것은 모순의 극치라 평가할 수밖에 없겠죠. 경형이륜차와 소형이륜차가 고속도로에 몰래 들어와 사고도 냈겠지만 호적에 없는 배다른 형제가 저지른 사건에 합법인 중형이륜차가 책임질 이유는 없었습니다.
통행금지 이후에도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꾸준히 증가하여 1996년에 정점을 찍었는데 사망자가 무려 1,082명에 이르렀습니다.[10] 아무도 사륜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륜차의 고속도로 통금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1972년에 비해 사륜차가 66배나 증가했기에 당연한 반응입니다.
그렇다면 치안국이 사륜차만큼 판매된 이륜차의 사고가 삼륜차 사고와 합산하여 전체 고속도로 사고의 고작 25%를 차지했다는 연유로 소수에 불과한 합법인 중형이륜차를 고속도로에서 내쫓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서민 코스프레, 고속도로를 타고 신나게 놀러 다니는 부유층 젊은이에 대한 농촌 어르신의 질타, 7·4 남북공동성명, 비상계엄, 유신헌법과 결부하여 시나리오가 떠오릅니다만 아직까지는 차별과 분리지배라는 정치기술로 이해하는 편이 적당하겠죠. 확실히 1972년, 치안국의 통금 조치는 부조리의 표본입니다.
현재 경찰청은 1972년에 죄 없는 중형이륜차까지 통금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부당하지 않다고 믿는 모양입니다.
경찰청은 헌법소원 재판에서 ‘이륜자동차는 운전자가 외부에 노출되는 차량 구조로 인하여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전도될 위험이 크고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그런데도 이륜자동차 운전자의 안전모 미착용, 급차로 변경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등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의 법규준수 의식이 매우 낮다. 이륜자동차 운전자의 안전과 고속도로의 사고 예방을 도모하기 위해 통행금지는 정당하고 적절하다.’[11] 는 논리를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일까요? 뉘앙스는 이륜차가 고속도로를 주행하면 사고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말 같은데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표면상 의미는 이륜차 치사율이 높아진다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헌법재판관은 경찰청 의견의 숨은 뜻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이 ‘이륜자동차는 운전자가 외부에 노출되는 구조로 인하여 가벼운 충격만 받아도 운전자가 차체로부터 분리되기 쉽다. 그리고 이륜자동차는 구조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일반 자동차에 비하여 급격한 차로변경과 방향전환이 용이하다. 그로 인하여 이륜자동차는 교통사고발생가능성이 매우 높고 사고 발생시의 치사율도 매우 높다.
고속도로 등에서 이륜자동차의 통행을 허용할 경우 고속으로 주행하는 이륜자동차의 사고발생가능성이 더욱 증가되고, 그로 인하여 일반 자동차의 고속 주행과 안전까지 저해할 우려가 있다.
이륜자동차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사고발생가능성과 사고결과의 중대성에 비추어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 교통의 능률과 안전을 위하여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등 통행을 금지할 필요성이 크다.’[12] 고 합헌 판결을 내립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판결에 동의할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그럴싸해 보이죠? 하지만 단언컨대 100% 오류투성이 판결입니다. 왜 그런지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는 헌법재판관이 ‘이륜차는 운전자가 외부에 노출되는 구조와 구조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일반 자동차에 비하여 급격한 차로변경과 방향전환이 용이하다. 그로 인하여 이륜자동차는 교통사고발생가능성이 매우 높고 사고 발생시의 치사율도 매우 높다.’고 지적하였으나 오판입니다.
이륜차의 치사율이 사륜차보다 높은 것은 맞으나 사고발생률까지 높지는 않습니다. 교통사고의 요인은 인적요인, 차량적요인, 도로환경적요인으로 구분되는데 인적요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이륜차 사고발생률이 사륜차보다 낮아질 수도 있거든요. 비유하자면 날카로운 회칼은 무딘 부엌칼보다 손을 쉽게 벱니다. 일식 주방장이 회칼을, 초보 주부가 부엌칼을 들고 요리 대결을 하면 초보 주부가 손을 벨 확률이 높습니다.
이륜차 운전자는 평균 주행거리가 사륜차의 4배입니다.[13] 운전 경험이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운전 경험, 즉 평균 주행거리가 길수록 행동에 의한 학습 효과(learning-by-doing effect)로 사고율이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14] 당연하지 않을까요? 베테랑 운전자의 사고율이 병아리 운전자와 같을 수는 없겠죠.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차종별 주행거리당 교통사고 발생률 순위는 이륜차 103.0건/10억 주행km, 특수차 398.9건/10억 주행km, 화물차 473.4건/10억 주행km, 승합차 738.4건/10억 주행km, 승용차 783.7건/10억 주행km입니다.[15]
치사율이 사륜차보다 높음에도 이륜차의 주행거리당 사망률도 더 낮게 나옵니다.
차종별 주행거리당 교통사고 사망률 순위는 이륜차 4.1명/10억 주행km, 승용차 13.9명/10억 주행km, 화물차 19.8명/10억 주행km, 승합차 21.2명/10억 주행km, 특수차 29.3명/10억 주행km입니다.[15]
승객 차이, 즉 통행량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륜차는 다른 차종보다 사망률이 매우 낮아 보입니다.
교통선진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이륜차 사고율은 매우 낮습니다.
주행거리당 이륜차승차중 사망률은 한국 10.7명/10억대·km, 스웨덴 43.1명/10억대·km, 네덜란드 55.9명/10억대·km, 독일(모페드 포함) 65.9명/10억대·km, 영국 120.3명/10억대·km, 미국 241.0명/10억대·km 순입니다.[16]
교통선진국은 이륜차 사고의 치사율이 높으므로 운전면허 응시자가 운전면허 취득과정에서 방어운전과 위험회피 기술을 습득하도록 많은 공을 들이지만 행동에 의한 학습 효과를 뛰어넘진 못하는 것입니다. 훈련병은 아무리 훈련을 많이 받아도 실전 경험이 풍부한 기간병보다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죠.
이처럼 교통사고 발생에서 인적요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륜차 운전자의 운전 경험이 사륜차 운전자와 동일할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깔고 주행거리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자동차등록대수당 사고건수란 비합리적인 비교 지표로 단순하게 판단하면 오류를 범하게 되는 거죠.
두 번째는 헌법재판관이 ‘고속도로에서 이륜자동차의 통행을 허용할 경우 고속으로 주행하는 이륜자동차의 사고발생가능성이 더욱 증가되고, 그로 인하여 일반 자동차의 고속 주행과 안전까지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오판입니다.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륜차 운전자의 탁월한 운전 경험을 고려하면 고속 주행으로 인한 사고발생가능성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소합니다.
고속도로는 가장 빠르기도 하지만 가장 안전한 도로이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 사고율을 일반국도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주행거리당 교통사고 발생률은 고속국도 55.1건/10억대·km, 일반국도 381.0건/10억대·km이고 주행거리당 교통사고 사망률은 고속국도 5.8명/10억대·km, 일반국도 21.4명/10억대·km입니다.[17]
우리나라만의 특이 현상인지 알기 위해 다른 국가의 사고율도 비교해 보겠습니다.
주행거리당 교통사고 사망률이 오스트리아는 고속도로 등 2.2명/10억대·km, 전체도로 7.3명/10억대·km이고 벨기에는 고속도로 등 2.9명/10억대·km, 전체도로 8.5명/10억대·km이고 체코는 고속도로 등 3.4명/10억대·km, 전체도로 16.2명/10억대·km이고 덴마크는 고속도로 등 1.0명/10억대·km, 전체도로 4.9명/10억대·km이고 핀란드는 고속도로 등 1.6명/10억대·km, 전체도로 5.4명/10억대·km이고 프랑스는 고속도로 등 1.8명/10억대·km, 전체도로 7.1명/10억대·km이고 독일은 고속도로 등 2.0명/10억대·km, 전체도로 5.6명/10억대·km이고 일본은 고속도로 등 1.7명/10억대·km, 전체도로 7.7명/10억대·km이고 슬로베니아는 고속도로 등 3.1명/10억대·km, 전체도로 7.8명/10억대·km이고 스위스는 고속도로 등 1.0명/10억대·km, 전체도로 5.3명/10억대·km이고 영국은 고속도로 등 1.3명/10억대·km, 전체도로 4.5명/10억대·km이고 미국은 고속도로 등 3.6명/10억대·km, 전체도로 7.1명/10억대·km입니다.(고속도로 등은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의 통칭)[18]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요?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차량을 운전할 텐데 왜 일반도로와 고속도로에서 사고율이 엄청나게 차이가 날까요? 교통사고 요인 중에 인적요인, 차량적요인은 동일하나 도로환경적요인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고속도로는 일반도로와 구조가 매우 다릅니다. 평면교차로가 아닌 입체교차로, 넓은 차로, 쭉 뻗은 일방통행로, 넓은 시계 확보, 보행자와 자전거 제외 등 사고발생 요인을 최소화하여 설계되었습니다.
이륜차 운전자가 일반도로를 주행하다가 고속도로를 진입하면 교통사고 요인 중에 인적요인, 차량적요인은 동일하나 도로환경적요인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륜차의 사고율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속도로에서 이륜차 사고율을 조사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영국의 이륜차사고 발생률은 고속도로에서 168건/1억대·km, 일반도로에서 958건/1억대·km이며 미국의 이륜차사고 사망률은 고속도로에서 6.2명/1억대·km, 일반도로에서 29.8명/1억대·km입니다.[19]
독일의 이륜차사고 사망률은 고속도로에서 2.9명/1억대·km이고 일반도로에서 9.4명/1억대·km입니다.[20]
좀 더 사례를 들어보죠.
대만은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금지하다가 2005년에 68번과 72번 고속도로를 시험 개방하였는데 시험 개방한 6개월 동안 단 한 건의 이륜차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21] 이후로 일부 고속도로를 개방하였으나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5년에 2,894명에서 2012년에 2,040명으로 오히려 30%나 감소하였습니다.[22]
시험·부분 개방은 특수한 경우이므로 보편타당한 결론을 얻기 위해 다음의 경우를 따져 보겠습니다.
1972년 통금 이전에 우리나라는 법규준수 의식이 낮았는데 일반도로보다 고속도로에서 주행거리당 이륜차 사고발생률이 더 높았을까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필리핀, 페루, 볼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인도, 터키, 칠레, 멕시코, 브라질, 루마니아, 베트남, 러시아, 불가리아, 말레이시아 등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교통후진국은 법규준수 의식이 낮은데 일반도로보다 고속도로에서 주행거리당 이륜차 사고발생률이 더 높을까요?
교통선진국도 과거에는 법규준수 의식이 낮은 교통후진국이었는데 일반도로보다 고속도로에서 주행거리당 이륜차 사고발생률이 더 높았을까요?
법규준수 의식이 낮은 필리핀과 대만은 통행금지에서 통행 허용으로 전환했는데 일반도로보다 고속도로에서 주행거리당 이륜차 사고발생률이 더 높아졌을까요?
아무리 노력해도 이 질문에 긍정적인 데이터를 얻지 못했습니다. 주행거리당 이륜차의 사고율이 일반도로보다 고속도로에서 높은 경우는 찾지 못했습니다.
헌법재판관이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면 법규준수 의식이 낮은 이륜차 운전자의 고속 주행으로 인한 사고발생가능성의 증가에 대한 우려는 한낱 기우에 불과합니다. 기우라는 차원을 넘어 사망률 4배인 일반국도를 강요하는 기괴한 차원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고속도로와 일반도로의 구조는 다릅니다. 구조적 차이로 인하여 교통사고 요인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도로환경이 극히 좋아지는 것입니다. 고속도로와 일반도로에서 주행거리당 사고발생가능성의 빈도가 달라집니다. 법규준수 의식이 낮은 이륜차 운전자도 주행거리당 사고발생률을 다르게 기록합니다. 다른 것을 동일할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실제 데이터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단순하게 판단하면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법규준수 의식이 낮은 이륜차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주행하면 일반도로보다 사고발생률이 더 높아진다는 헌법재판관의 판단은 유탈된 것이 분명합니다.(헌법소원을 제기할 때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헌법재판관의 ‘사고발생가능성의 증가’란 추상적 개념에 대한 실증 데이터를 강력히 요구하여 법리 논쟁을 교통과학 논쟁의 장으로 바꾸면 승소할 것입니다.)
원래 고속도로 통금의 근거 사유는 이륜차의 저속 운행과 단순한 사고 증가였습니다. 이제는 ‘법규준수 의식이 낮은 이륜차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고속으로 주행하면 (일반도로보다) 사고발생가능성이 더욱 증가한다.’는 입증되지 않은 이상한 주장이 통금 사유가 되었습니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이전에 쓴 글에서 데이터를 제시하며 충분히 논리적으로 해부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이 정도로 넘어가도록 하고 통금이 이륜차 산업에 끼친 영향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글 주소 http://bbs2.agora.media.daum.net/gaia/do/kin/read?bbsId=K157&articleId=166450)
한 마디로 1972년 6월 1일, 통금 이후로 특히 중형이륜차 시장은 된서리를 맞게 됩니다. 1인당 국민소득(GNI)이 1972년 320불, 1974년 554불, 1977년 1,034불, 1979년 1,676불로 증가함에 따라 소형이륜차의 판매량은 1974년 8,073대에서 1977년 30,576대로 대폭 상승하였으나 중형이륜차는 1974년 643대에서 1977년 393대로 반감하여[23] 1980년에 단종되는 운명을 맞이하였습니다.
1979년에 중형이륜차 가격은 77만 원대, 소형이륜차 가격의 2배 수준으로 출시 초기의 가격에 비하면 많이 저렴해졌으나 어찌된 일인지 판매량은 주저앉았습니다. 설명할 길은 하나.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할 만한 매력을 상실한 것입니다. 고속도로 통행이 불가능하다면 이륜차의 선택은 훨씬 경제적인 경형이륜차나 소형이륜차로 기울기 마련입니다. 오일쇼크를 당하여 연비의 소중함을 체험한 사람에게 시내도로나 돌아다니는 중형이륜차는 효용가치가 떨어지니 구입을 꺼리는 것이죠.
소득 증가로 중형이륜차 시장이 팽창되어야 마땅하나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1971년에 비하면 1974년에 소형이륜차 시장 규모도 절반으로 축소되었습니다. 꼼수이긴 하나 고속도로 타는데 큰 불편이 없었다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겠죠.
이래저래 고속도로 통금이 단단히 초를 친 것입니다. 이륜차시장을 반토막내고 말았습니다.
1981년, 이륜차 생산을 독점하던 업체는 이륜차 제조업체를 삼원화하여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 시책의 변화로 수 년 전에 등장한 후발 업체에게 합병됩니다. 두 후발 업체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이라는 축제 분위기에 고무되어 1983년에 250cc 고부가가치 모델을 각자 선보입니다. 레저스포츠 인구의 구매 붐이 살아나기를 내심 기대하였으나 참담한 실패를 맛보게 되죠. 이후로 한 업체는 빈약한 내수시장에 적합한 소배기량 모델 생산에 치중하였습니다만 다른 업체는 과감하게 거액을 투자하여 2000년에 또 다시 250cc 중형이륜차를 런칭하였습니다. 곧 이어 650cc 대형이륜차까지 내놓으며 수출에서 활로를 찾으려 시도했습니다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회사 이름이 두 번이나 바뀌게 됩니다.
우리나라 이륜차 제조업체가 처한 상황은 이렇습니다. 우선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가성비가 그런대로 괜찮은 대만산, 가성비에 브랜드까지 합세한 OEM 일제, 고가격과 고품질을 유지하는 오리지널 외제(주로 일본, 독일, 미국의 모터사이클), 부품 조달이 원활하고 사후 서비스가 뛰어나며 오리지널 외제에 조금 못 미치는 품질의 국산 이륜차가 협소한 시장에서 각축하고 있습니다. 경기불황 여파로 비즈니스 모델의 수요가 줄어 내수시장 규모는 2008년 14만여 대에서 2012년에 8만여 대로 더욱 축소되었습니다.
침체된 내수시장으로 인하여 국내 이륜차 제조업체는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어려워 소배기량 모델에서 중국산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량을 유지하지 못하면 내구 소비재를 제조하는 업체는 적자가 누적됩니다. 그렇다고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 오리지널 외제와의 격차를 영원히 줄이지 못합니다.
내수시장의 하향이 지속하면 제조업체는 인건비가 저렴하고 내수시장이 탄탄한 동남아나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축적된 기술을 탐내는 중국이나 동남아 업체에 팔아넘길 도리밖에 없겠죠. 일본처럼 고부가가치 모델은 자국 내에서 생산하면 좋겠지만 소규모로 운영이 가능한 커스텀 모터사이클 제조업자가 아닌 다음에야 채산성이 떨어져 힘들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동남아만큼 내수시장이 커질 순 없지만 고속도로 통행을 금지하는 법규 때문에 절반 이상 위축되어 있습니다. 드디어 레저스포츠용으로 대형이륜차 판매량이 증가 추세인 호시절이 돌아왔건만 국내 업체는 수요층이 엷어서 리터급 모델의 출시를 미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조업체는 고속도로 개방을 요구하며 이륜차시장의 팽창을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OECD 회원국처럼 50cc 이상이나 125cc 이상 이륜차의 고속도로 진입을 허용하면 장거리 주행에서 중국산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는 소배기량 이륜차의 구매가 늘어날 것이고 오리지널 외제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우세한 국산 대배기량 이륜차 또한 판매가 증가할 것입니다.
2016년에는 세계 이륜차시장 규모가 901억 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륜차 시장은 후진국의 경제개발에 따른 소득증가, 고유가, 교통체증, 창업정신(entrepreneur), 레저스포츠의 활성, 온난화와 맞물려 꾸준히 고도성장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2006년에 전 세계적으로 4천여 만 대가 팔려 나갔습니다만 우리나라 업체의 수출 물량은 6만여 대로 점유율이 0.15%에 불과했습니다.
내수시장 확대 없이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증가는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통행금지는 OECD 회원국 중에 우리나라만 시행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가 독재 시절에 시행하여 관습처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관성에 충실한 것이지 지속할 명분은 사실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하고 있으나 반대를 위한 반대이거나 무지의 소치일 따름이죠. 합당한 근거도 없는 통금을 지속하여 이륜차 산업의 목을 짓누를 필요가 있을까요?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 당국은 조속히 이륜차 육성책을 마련하여 내수시장을 튼튼히 하고 일본이 지배하는 세계 이륜차시장에서 우리 업체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최근에 중고 일제의 무차별 유입을 막아 국산 대배기량 이륜차의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대형이륜차 정기검사제도를 도입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검사 대상을 확대하여 질 낮은 중국산이 범람하는 실태에도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국내 제조업체가 붕괴하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고부가가치 대배기량 이륜차시장은 일본에 그냥 먹힙니다. 소비자는 효용 가치를 따지기 때문입니다. 독도는 독도고 카메라는 여전히 일제 찾잖아요. 이제는 모두가 고속도로 통행 문제를 국내산업 파급효과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새롭게 바라보아야 할 때입니다. 너무 늦어 질식하기 전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 출처
1. 경향신문, 1970.7.1. 5면
2. 경향신문, 1972.5.23. 7면
3. 매일경제, 1972.4.18. 7면
4. 매일경제, 1970.7.7. 3면
5. 경향신문, 1972.5.24. 7면
6. 경향신문, 1971.3.27. 7면
7. http://m.kia.com/kr/action.do?fw_appName=MB_KVWR&fw_serviceName=MbKnowMainFacade.selectNoteDetail&cateCode=&currPage=54&knowQnaOpiSn=1048
8. http://m.kia.com/kr/action.do?fw_appName=MB_KVWR&fw_serviceName=MbKnowMainFacade.selectNoteDetail&cateCode=&currPage=98&knowQnaOpiSn=1964
9. http://dwcij.com.ne.kr/muse/ka_k360.htm
10. 경찰청, 2013년판 교통사고통계, 35페이지
11. 헌법재판소, 2007.1.17. 2005헌마1111, 2006헌마18(병합) 판결문
12. 헌법재판소, 2013.6.27. 2012헌바378 판결문
13. 교통안전공단(www.ts2020.kr/index.action), 2012년도 자동차 주행거리 실태분석 연구 42페이지 자료와 교통안전공단(www.ts2020.kr/index.action), 최병호, 자동차 주행거리(km) 조사 294페이지 자료로 계산하였음. 차종별 1일 평균주행거리는 이륜차 174.17km, 특수차 160.0km, 승합차 55.6km, 화물차 51.7km, 승용차 38.1km, 사륜차 합계 43.6km
14. P.C. Noordzij (SWOV), E. Forke (IfZ), R. Brendicke (IfZ) & B. P. Chinn (TRL), Integration of needs of moped and motorcycle riders into safety measures, 2001, 87페이지-89페이지
15. 경찰청, 2011년판 교통사고통계 58페이지 자료와 교통안전공단(www.ts2020.kr/index.action), 2010년도 자동차 주행거리 실태분석 연구 74페이지 자료와 교통안전공단(www.ts2020.kr/index.action), 최병호, 자동차 주행거리(km) 조사 305 페이지 자료로 계산하였음.
16. 도로교통공단(www.koroad.or.kr)에서 발간한 2006년판 OECD 회원국 교통사고비교, 33페이지 자료와 교통안전공단(www.ts2020.kr/index.action), 최병호, 자동차 주행거리(km) 조사 305페이지 자료와 TRAFFIC SAFETY FACTS 2004 28p, NCSA, NHTSA(www.nhtsa.gov) 자료와 BASt(www.bast.de/EN) 자료와 SUNflower +6: AN EXTENDED STUDY OF THE DEVELOPMENT OF ROAD SAFETY IN SWEDEN, UNITED KINGDOM, AND THE NETHERLANDS 6p, TRL(www.trl.co.uk) & VTI(www.vti.se/en) & SWOV(www.swov.nl) 자료로 계산하였음.
17. 경찰청, 2013년판 교통사고 통계 50페이지 & 51페이지 자료와 국토교통부 교통량정보제공시스템(http://www.road.re.kr/main/main.asp), 주행거리 자료로 계산하였음.
18. OECD, IRTAD, http://internationaltransportforum.org/irtadpublic/pdf/risk.pdf
19. Dynamic Research Inc.(www.dynres.com), Safety Analysis of Motorcycle Tandem Riding on Motorway & 월간 오토바이크, 1999년 4월호, 52페이지
20. JAMA, News from JAMA Motorcycle Spring 2001, 5페이지(http://www.jama-english.jp/motor/2001/01Spring.pdf) & 월간 모터바이크, 2001년 5월호, 212페이지
21. Jau-Ming Su, Chung Hua University & Chi-Hung Evelyn Wu, National Taiwan Ocean University & Chi-Yuan Hung, Chung Hua University, The Traffic Characteristics of Motorcycles on the Tangent Sections of Expressways, 2006, 요약
22. 대만 경찰청(www.npa.gov.tw), 교통사고통계 자료
23. 매일경제, 1978.11.13. 7면
아고라 우리는 하나 님 글 펌
첫댓글 눈빠지게 정독했습니다. 구구절절 박수를 보냅니다
와우!! 놀랍습니다 정말애쓰셨읍니다 잘 읽었읍니다 이실상들을 심도있게 검토 반영할 진취적인 사고를가진 관계자 들이 과연 얼마나될지
제 업무에 관계된 논문보다 더 열심히 읽어보게 됩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아고라에 동감의 댓글 달았어요...ㅎㅎ 오랜만에 보는 개념글...ㅎㅎ
짝짝짝~감동입니다
이런글을 이해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답답할 뿐입니다.
대단합니다. 곧 우리 소원이 이루어 질겁니다. ㅎㅎ
수고하셨습니다 장문 ..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해야될듯.... ^^
장문 숙독하였습니다... 정말 구구절절 옳은 말씀입니다... 아고라 가봐야겠네요... 막 아고라 가서 댓글 남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우~정말 감동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아고라에 말도 안되는 소리도 많지만
하나님 글에 절대 동감 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화이팅....^^
노고를 치하드립니다.
저 역시 이륜차의 통금은
현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손톱 밑 가시 같은 규제라는 생각입니다^^
한마디 거들고 왔습니다.
저도 정독 했습니다 .
잘 정리된 멋진 글입니다 .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용은 정말 좋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내용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하면서 제대로 주장을 하였는지 묻고 싶습니다.
와-